환송회서 사진 찍자며 어깨 잡았다가 성희롱 신고당했다면
사건 개요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하는 동료를 보내는 환송회 자리는 회사에서 가장 격식이 느슨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사진을 찍자는 말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옆 사람의 어깨나 등에 손이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순간 어깨를 잡힌 여직원이 훗날 그 접촉을 불쾌했던 일로 문제 삼으면서, 회사에 성희롱으로 신고하거나 경찰에 강제추행으로 고소하는 사례가 실제로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당사자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드는 지점은,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사진 찍자"고 말하며 어깨에 손을 올린 행위 자체는 CCTV나 사진, 여러 목격자의 진술로 이미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툼은 그 접촉이 단체사진을 찍기 위한 통상적인 동작이었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추행이었는지로 옮겨갑니다.
202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 이후로는 이 판단의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종전에는 피해자가 반항이 곤란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봤지만, 전원합의체는 이 '항거곤란' 기준을 폐지하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는지만으로 폭행 요건을 판단하도록 기준을 바꿨습니다. 힘의 세기나 강도는 따지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순간적으로 어깨에 손을 얹은 정도의 접촉도 얼마든지 강제추행의 폭행 요건에 포섭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건의 향방은 접촉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접촉을 둘러싼 정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냈는지에서 갈립니다.
핵심 쟁점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98조).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어깨에 손을 얹은 행위가 대법원이 말하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둘째,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 추행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준 고통의 유무와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셋째, 회사에 접수된 성희롱 신고라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른 사업주의 조사·조치 절차가 형사 절차와 별도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적인 의도나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진을 찍으려고 그랬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해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방어의 무게중심은 의도를 주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열거한 종합판단 요소들—행위태양·경위·정황·관계·고통 유무—을 하나하나 구체적인 증거로 채워 넣는 데 있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촬영 상황의 객관적 정황을 재구성하기
대법원이 종합판단의 한 축으로 요구하는 것이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의 정황'입니다. 촬영을 위한 접촉이었다는 주장이 힘을 가지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정황을 재구성합니다.
1) 촬영 전후의 사진·영상을 시간 순으로 확보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촬영된 다른 사진들, 특히 문제된 장면의 직전·직후 컷을 확보해 손이 어깨에 머문 시간과 자세, 상대방의 표정을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대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순간적인 접촉이었는지, 아니면 촬영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접촉이었는지는 이 시계열 자료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촬영 직후 다시 대화를 이어가거나 함께 웃는 모습이 남아 있다면, 당시 현장에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작용합니다.
2) 자리 배치와 참석 인원, 촬영 요청의 경위를 특정합니다.
몇 명이 어떤 대형으로 서 있었는지, 누가 먼저 "사진 찍자"고 제안했는지,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든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참석자 진술로 재구성합니다. 다수 인원이 함께 있는 공개된 자리였다는 사실은 은밀성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되고, 대열 정리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어깨나 등에 비슷한 방식으로 손이 오갔다면 그 역시 함께 확보해 특정인만을 겨냥한 행위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3) 접촉의 지속시간과 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합니다.
대법원이 말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요소는 접촉이 얼마나 짧고 가벼웠는지와 직결됩니다. 옷 위로 어깨에 잠깐 손이 닿았다가 떨어진 정도인지, 신체의 민감한 부위에 닿거나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습니다. 목격자 진술과 사진 자료를 통해 접촉이 이루어진 정확한 신체 부위, 지속 시간, 반복 여부를 구체적인 수치와 표현으로 특정해 두어야 이후 진술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관계·경위 정황과 신고 배경을 함께 입증하기
대법원이 요구하는 나머지 요소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이전부터의 관계'와 '피해자의 의사'입니다. 접촉 당시 현장의 반응, 그리고 그 접촉이 문제로 불거지기까지의 경위를 함께 짚어야 이 요소들이 채워집니다.
1) 접촉 직후의 반응과 이후 대화 내용을 확보합니다.
현장에서 즉시 항의하거나 불쾌감을 표시했는지, 아니면 별다른 반응 없이 자리가 이어졌는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접촉이었는지를 가리는 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특히 환송회 이후 오간 메신저·문자 대화에서 그날 일을 언급하거나 문제 삼은 내용이 있는지, 반대로 평소와 다름없는 업무 대화가 이어졌는지를 확인합니다. 다만 즉각적인 항의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피해자가 위축되거나 상황을 넘기려 했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된다는 점—은 유념해 자료를 균형 있게 정리해야 합니다.
2) 평소의 관계와 유사한 상황에서의 관행을 정리합니다.
같은 팀에서 오래 근무하며 형성된 친분, 회식 자리에서 여러 사람이 으레 어깨동무나 팔짱을 끼며 사진을 찍어온 관행이 있었다면, 그 관행을 다른 참석자들의 진술과 과거 촬영 사진으로 뒷받침합니다. 이는 대법원이 말하는 '이전부터의 관계'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를 채우는 자료가 되며, 유독 이번 접촉만 다른 맥락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사정이 없는지를 함께 짚는 근거가 됩니다.
3) 신고 시점과 그 배경에 있는 다른 갈등 요인을 확인합니다.
신고가 사건 당일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인사평가나 부서 이동, 업무상 마찰과 겹치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면 그 경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둡니다. 이는 신고 자체의 진정성을 가볍게 여기자는 취지가 아니라, 회사의 성희롱 조사 절차(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와 형사 절차 모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국면이 오면 신고에 이르게 된 전체 맥락을 빠짐없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폭행 요건이 넓어지면서, 회식 자리의 순간적인 접촉도 더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다투기보다, 그 접촉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상황—촬영 경위, 자리의 성격, 이전부터의 관계, 당시와 이후의 반응—을 얼마나 촘촘하게 재구성해 내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회사의 성희롱 신고 절차와 형사 고소는 각각 별도로 진행되며, 초기 진술이 이후 대응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송회 등 회식 자리의 접촉으로 신고를 받으신 상황이라면, 당시 상황과 남아 있는 자료를 정리해 어떤 정황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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