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단이 사회복지법인·시설의 보조금 집행 실태를 집중 점검하면서, 시설장이 보조금을 애초 승인된 사업 목적과 다르게 쓴 정황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시설장분들 중에는 “어차피 시설 운영을 위해 쓴 돈이니 문제없다”, “인건비 보조금이 남아서 급한 수선비로 돌려 쓰고 나중에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조금 계정 사이의 자금을 임의로 옮겨 쓴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감사나 수사가 시작되면 “시설을 위해 쓴 것이고 결국 정산도 맞췄다”는 해명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조금처럼 용도가 법령과 교부결정으로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면 그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설 운영에 재투입했다는 사정, 사후에 정산을 맞췄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횡령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래에서는 사회복지시설 보조금의 목적외 사용이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목적외 사용이 아니었음을 소명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와 실무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조금은 시설장이 목적 범위 안에서만 집행할 수 있는 타인의 재산입니다
보조금은 지급 목적과 용도가 법령·교부결정으로 미리 정해져 있어, 시설장은 그 범위 안에서만 자금을 집행할 권한을 가질 뿐입니다.
사회복지법인·시설이 받는 보조금은 국고보조금이든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이든, 인건비·운영비·사업비 등 항목별로 사용 목적과 집행 기준이 교부결정문과 사업계획서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보조사업자가 그 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국고 보조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라도 지방재정법과 각 지자체 보조금 관리조례에 사실상 같은 취지의 목적외 사용금지·반환명령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시설장은 법인 이사장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보조금 계좌를 관리하고 지출을 결재·집행하는 지위에 있다면 형법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인건비 보조금으로 책정된 돈을 시설 수선비로 돌려 쓰거나, 급식비 보조금을 인건비 부족분에 충당하는 등 항목 간 임의 전용이 실무에서 가장 흔한 목적외 사용 유형입니다.
문제는 이런 전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회계연도 내내 크고 작은 항목 사이에서 반복되며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시설장 입장에서는 “결국 시설 안에서 돌린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보조금은 항목별로 목적이 분리되어 있어 그 경계를 넘는 순간 형사책임의 대상이 됩니다.
보조금은 시설장 개인의 재량이 아니라, 법령과 교부결정이 정한 목적과 항목 범위 안에서만 집행할 수 있는 타인의 재산입니다.
2. “결국 시설을 위해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횡령 책임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전용 자체에 위법한 목적이 있거나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면, 사후 정산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무거워집니다. 보조금 계좌를 관리·집행하는 시설장의 목적외 사용에는 단순횡령이 아니라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불법영득의사입니다. “시설 밖으로 빼돌린 게 아니라 결국 시설 운영에 다시 넣었다”, “예산이 부족해서 잠시 돌려 쓴 것뿐”이라는 항변이 대표적인데,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2911 판결).
같은 예산 안에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전용이라도, 그 전용 자체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법하게 이뤄졌거나 애초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특히 보조금처럼 처음부터 사용 목적이 못박혀 있는 자금은, 일반 예산 전용보다 더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결국 시설을 위해 썼다”, “정산은 나중에 맞췄다”는 사정은, 전용이 이뤄진 시점에 이미 완성된 업무상횡령 책임을 지워주지 못합니다.
3. 목적외 사용과 부정수급은 다른 문제이며, 두 책임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서류를 속여 받은 것이 아니어도, 정당하게 받은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썼다면 별도의 형사책임이 발생합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보조금과 관련한 두 유형의 위반을 구분해 처벌합니다.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는 같은 법 제40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정당하게 교부받은 보조금을 제22조를 위반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는 제4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실무에서는 이 보조금관리법 위반죄가 형법상 업무상횡령죄와 함께 문제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애초에 서류는 정직하게 냈고, 보조금도 정상적으로 교부받았다”는 사정은 부정수급 혐의를 벗어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이후 자금을 목적과 다르게 쓴 부분까지 면제해주지는 않습니다. 목적외 사용은 교부 단계가 아니라 집행 단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사립학교 교비회계 자금처럼 법령상 다른 용도로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사안에서, 그 전용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도4570 판결). 보조금 역시 교부결정과 법령으로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라는 점에서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법인 이사회 승인 없이 시설장 혼자 결정했다”거나 “다른 항목 예산이 남아서 옮겼을 뿐”이라는 항변만으로는, 목적외 사용에 따른 보조금관리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책임을 동시에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서류를 속이지 않고 정당하게 받은 보조금이라도, 이를 다른 용도로 쓴 순간 목적외 사용에 따른 별도의 형사책임이 발생합니다.
4. 유용한 금액과 반복 횟수에 따라 처벌 수위와 병과 여부가 달라집니다
매달 소액이라도 합산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구간에 들어가고, 보조금관리법 위반죄와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목적외 사용은 특정 시점에 큰 금액을 한 번에 유용하는 경우보다, 매월 지급되는 인건비·운영비 보조금 중 일부를 조금씩 돌려 쓰는 방식으로 장기간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개별 인출액은 소액이라도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지고, 그 결과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보조금관리법 위반죄가 함께 인정되면 업무상횡령죄와 별도로 처벌되며,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지급결정 취소·반환명령, 시설 개선명령이나 시설장 교체명령 같은 행정제재까지 동시에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초범 여부, 유용 경위, 반환·정산 여부 등은 성립 자체에는 영향이 없지만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감사 통보부터 수사까지, 목적외 사용 소명은 이렇게 준비합니다
감사나 수사 초기에 교부결정문과 지출 근거를 미리 대조해두는 것이 목적외 사용 혐의를 벗는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목적외 사용 사건은 통상 ①지자체 감사 또는 특별사법경찰단의 현장 조사·자료 제출 요구 → ②시설장·경리 담당자 조사(관할 경찰서, 예컨대 수원 소재 시설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유용 금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목적외 사용이 아니었다는 점, 혹은 목적외 사용이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소명하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조금 교부결정문과 사업계획서상 항목별 용도를 확인하고, 실제 지출 내역과 항목이 일치하는지부터 대조합니다.
항목 간 자금 이동이 있었다면 그 결정 과정(이사회·운영위원회 회의록, 결재 문서, 지자체 사전 승인 여부)을 문서로 정리합니다.
전용된 금액이 실제로 시설 운영이나 이용자 처우에 쓰였는지 영수증·계약서·집행 내역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합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보조금 관련 형사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목적외 사용 혐의 자체를 다투는 것과 함께 양형 단계에서 반환·재발방지 조치를 참작받는 전략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문제는 “결국 시설을 위해 쓴 돈인데 왜 횡령이냐”는 억울함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외 사용을 지적하는 감독기관이나 후원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비난보다, 교부결정문상 용도와 실제 지출이 어디서 어긋났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시설을 실제로 운영해 온 시설장 입장에서도 “시설 안에서 돌린 돈”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항목 간 이동에 어떤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사회복지법인·시설의 보조금 관련 형사사건에서 목적외 사용을 지적받는 시설장 쪽과, 반대로 부적정 집행을 문제 삼는 감독기관·후원자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와 자료 정리 방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조금을 다른 항목으로 돌려 썼지만 결국 시설 운영에 다 썼습니다. 그래도 횡령이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시설 내부에 재투입했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정산 경위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서류는 정직하게 내고 정상적으로 교부받은 보조금인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부정수급(보조금관리법 제40조)과 목적외 사용(제41조)은 별개의 위반입니다. 정상적으로 받은 보조금이라도 이후 다른 용도로 썼다면 목적외 사용 책임이 발생합니다.
Q. 이사회나 운영위원회 승인을 받고 항목을 옮겼다면 문제없나요?
A. 승인 절차를 거쳤는지, 그 승인이 교부결정문이 정한 범위 안의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입니다. 지자체 사전 승인 없는 항목 간 이동은 내부 승인만으로는 목적외 사용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매달 반복된 소액 전용도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목적외 사용 사실을 인정하고 전액 반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처벌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지만, 전액 반환과 재발방지 조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형사책임과 별도로 지자체의 보조금 반환명령·행정제재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지자체 감사에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받았습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감사 단계에서의 진술과 제출 자료가 이후 수사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부결정문·사업계획서·회의록 등 자료를 정리한 뒤,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변호사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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