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원장이 학회 참석이나 건강 문제 등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의사가 원장대행을 맡아 진료와 병원 운영을 대신하다가 진료비 수납 문제로 형사 고소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원장대행분들 중 상당수는 “내가 직접 진료를 본 대가인데 이 정도는 가져가도 된다”, “원장님이 안 계신 동안 내가 관리했으니 나중에 알아서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한 진료비 일부를 일계표에 기재하지 않고 따로 보관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원장이 복귀해 카드단말기 매출과 실제 진료 건수를 대조하다가 차액을 발견하면, “관리 차원에서 잠시 맡아둔 것뿐이다”, “정산할 생각이었다”는 식으로 해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 유무를 보관자의 실제 처분 목적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장대행이라는 지위가 있다고 해서 진료비 관리에 형사책임의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누락된 금액이 커질수록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병원 원장대행의 진료비 처리가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혐의를 받고 있다면 초기 조사 단계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원장대행이 관리하는 진료비도 원장대행 개인의 재산이 되지 않습니다
원장 부재중 수납된 진료비는 원장대행 개인의 몫이 아니라, 병원 즉 실제 개설자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원장이 학회 출장이나 건강상의 이유, 겸직 등의 사정으로 병원을 비울 때, 다른 의사가 원장대행으로서 진료는 물론 수납·정산 등 병원 운영 전반을 함께 맡는 구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경우 원장대행이 환자로부터 받는 진료비는 원장대행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 정산 전까지는 병원, 즉 실제 개설자인 원장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내가 직접 본 진료의 대가”라는 생각으로 현금 결제 환자에게는 카드 대신 현금을 유도한 뒤, 그 금액을 일계표나 전자차트의 수납 기록에서 누락시키고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문제는 이런 누락이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고, 대행 기간 내내 이어지며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원장대행이 수납 업무까지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었다면, 그 사람은 타인, 즉 병원(실제 개설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것이고, 그 지위에서 벗어나 진료비를 빼돌리는 행위는 형사 문제로 이어집니다.
원장 부재중 수납된 진료비는 원장대행 개인의 것이 아니라, 정산 전까지는 병원에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2. 정산할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업무상횡령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정산할 생각이 있었어도, 진료비를 빼돌린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됩니다.
형법 제355조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이런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원장대행이 수납·정산 업무를 맡아 진료비를 보관하고 있었다면, 단순 횡령이 아니라 형이 더 무거운 업무상횡령이 적용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은 불법영득의사입니다. “나중에 정산할 생각이었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반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3399 판결).
즉 “언젠가 정산하거나 돌려줄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처벌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최근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6728 판결에서도 불법영득의사 유무는 보관자가 실제로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나중에 정산하거나 돌려주면 된다”는 생각은, 진료비를 빼돌린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관리 편의상 보관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정말로 병원의 이익을 위해 관리한 것이 아니라면, ‘관리 목적’이라는 말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원장대행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방어 논리는 “원장님 몫을 대신 관리해 준 것뿐”이라는 주장입니다. 대법원은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이 아니라 실제로 소유자, 즉 병원의 이익을 위해 자금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그 처분이 객관적으로 병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이 증명되어야 적용되는 좁은 예외이고, 개인 계좌로 흘러간 돈이 확인되면 이 예외는 통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법리는 자금을 임의로 쓴 회사 대표이사·운영자 사건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 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음은 물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는 것은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 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135 판결).
동일한 법리는 원장대행에게도 적용됩니다. 원장으로부터 받은 위임 범위를 벗어나 수납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진료비를 개인 용도로 돌려썼다면, “관리 차원이었다”는 항변만으로는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말 병원의 이익을 위한 처분이었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한, ‘관리 목적’이라는 말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습니다.
4. 누락한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반복될수록 불리해집니다
매번 소액이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원장대행의 진료비 누락은 초기에는 하루 몇만 원 수준으로 시작되더라도, 대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조금씩 누락한 금액이라도 누적되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초범인지, 누락 경위, 반환·합의 여부 등은 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조사 통보를 받기 전, 진료비 정산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원장대행 진료비 횡령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병원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이라면 구속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원장대행의 진료비 처리를 의심받고 있거나, 반대로 대행 의사의 수납 내역에 문제를 느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장과 원장대행 사이에 위임 범위를 정한 계약서나 구두 합의 내용이 있었는지, 있다면 수납·정산 절차가 어떻게 정해져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병원 계좌 거래내역과 카드단말기 매출 내역, 전자차트상 수납 기록을 전부 발급받아 일자별 진료 건수와 대조합니다.
누락된 금액이 실제로 개인 계좌나 개인 용도로 흘러갔는지, 병원 운영비로 재투입됐는지 자금 흐름을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병원 자금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고소와 민사상 반환청구를 함께 검토해 실질적인 회수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원장대행을 둘러싼 진료비 문제는 “그래도 같이 병원을 운영해온 동료 의사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료비를 도난당한 원장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어떤 자료가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매출 내역, 위임 계약서, 대행 기간 중의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수납 업무를 대행하다 의심받는 원장대행 입장에서도 “관리 차원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위임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정산 절차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병원 운영을 둘러싼 자금 분쟁에서 진료비를 관리한 원장대행 쪽과 문제를 제기한 원장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장대행이 진료비 일부를 누락했다가 나중에 전액 정산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정산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합의는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Q. 원장대행일 뿐 병원을 직접 소유한 게 아닌데도 횡령이 되나요?
A. 됩니다. 수납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했다면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가 인정되고, 그 지위에서 벗어난 처분은 횡령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원장이 “알아서 관리하라”고 말했던 것을 근거로 정당한 관리였다고 주장할 수 있나요?
A. 위임 범위가 핵심 쟁점입니다. 수납 금액을 개인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명시적 동의였는지, 단순히 운영을 맡긴다는 취지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Q. 현금 결제 진료비만 누락한 경우와 카드결제 매출까지 조작한 경우 처벌에 차이가 있나요?
A. 이득액과 범행 방법의 계획성이 양형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업무상횡령죄의 성립 자체에는 차이가 없고, 조작 정황이 뚜렷할수록 불법영득의사 인정이 쉬워집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반복된 누락은 포괄일죄로 합산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형사 고소와 민사 반환청구를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무적으로는 형사 고소로 확보되는 수사 기록이 민사 반환청구(부당이득·손해배상)의 입증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특히 이득액이 큰 사건은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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