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프로 스포츠구단은 물론 아마추어 리그, 종목별 협회 산하 실업팀에 이르기까지 구단 운영진이 후원금이나 선수단 운영비를 임의로 유용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구단 관계자분들 중에는 “구단 예산 집행은 내 재량이다”, “선수단을 위해 쓴 돈이니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으로 이사회 승인 없이 자금을 집행해온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후원사나 상급 단체, 감사 부서가 문제를 제기하면 “현장 판단으로 어쩔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손해도 안 났다”는 식으로 방어해보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배임죄에서 재산상 손해에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까지 포함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구단 운영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임무 위배 행위 자체가 인정되면 배임죄 성립을 피하기 어렵고, 유용 금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까지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스포츠구단 운영자금 유용이 어떤 경우에 배임죄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압수수색을 받은 이후 무엇부터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구단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에 있다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구단 자금 집행권자는 형법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관리 사무를 대행하거나 그 보전행위에 협력하는 자를 말하며, 스포츠구단의 단장·사무국장·운영이사처럼 예산 편성과 집행 권한을 위임받은 자리는 전형적으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후원사 스폰서십 대금, 선수단 이적료, 훈련·시설 관련 용역 계약 대금처럼 구단 명의로 관리되는 자금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개인 재량으로 처분할 수 있는 돈이 아니라, 구단 또는 모기업·협회 전체에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이를 관리하는 사람은 내부 규정과 결재 절차를 지킬 의무가 있고, 이 의무를 저버리면 형사 문제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런 지출이 “선수단을 위해서”, “구단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목을 달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목적이 정당해 보이더라도 이사회 의결이나 내부 규정을 거치지 않은 채 특정 업체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면, 임무 위배 행위 자체는 그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구단 예산 집행권자는 형법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며, 목적의 정당성만으로 임무 위배 책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2. 결과적으로 손해가 없었다는 항변은 배임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까지 포함됩니다.
배임 혐의를 받는 구단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내놓는 항변은 “나중에 다 정산했다”, “실제로 구단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한다(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즉 구단 예산을 내부 절차 없이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지급하거나 승인 없이 이체한 시점에, 이미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평가됩니다. 이후 그 자금을 채워 넣거나 후원사와 정산을 마쳤다는 사정은 배임죄 성립 자체를 막아주지 못하고,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에 그칩니다.
구단 자금을 절차 없이 유용한 시점에 이미 재산상 손해(위험)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며, 사후 정산은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3. 유용 금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고,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도 있습니다
이득액 규모가 곧 적용 법조와 형량을 좌우합니다.
배임죄는 형법 제355조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자금 관리 업무를 맡은 자가 그 업무에 위배해 배임 행위를 하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에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무거워지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구단 자금 유용은 후원금·이적료·용역대금처럼 건별 규모가 크고, 여러 계약이나 여러 시즌에 걸쳐 반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개별 지출은 소액처럼 보여도 포괄일죄로 묶여 합산 이득액이 특경법 가중처벌 구간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초범인지, 유용 경위, 이사회 보고나 자진 반환 여부 등은 배임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후 양형 단계에서는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4. 압수수색을 받았다면, 그 직후부터가 진짜 대응의 시작입니다
압수수색 당일의 대응보다, 그 다음 날부터의 조치가 사건의 방향을 가릅니다.
압수수색이 개시되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의 범위와 압수 대상물이 명확히 특정되어 있는지, 그리고 실제 압수된 물건·전자정보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지입니다. 압수·수색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이 범위를 벗어난 압수는 위법수집증거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압수수색이 끝나면 수사기관은 즉시 압수목록을 작성해 교부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129조). 이 목록을 받는 즉시 압수된 물건·전자정보의 범위가 영장 기재 사항과 일치하는지 대조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회계 프로그램, 이메일, 메신저 등 전자정보를 저장매체째 또는 이미징 방식으로 압수한 경우라면, 이후 수사기관이 그 안에서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도 피압수자 측이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의 취지입니다.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더라도 해당 사건과 관계있는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그러한 정보가 증거로 사용하기에 부족해 저장매체를 압수해 둘 필요가 없음이 밝혀진 경우, 그 압수처분은 영장이 정한 목적과 필요성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범위를 벗어난 압수라고 판단되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압수 처분의 취소·변경을 구할 수 있고, 계속 압수해 둘 필요가 없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에 따라 환부·가환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판단과 신청은 압수수색 당일이 아니라 그 이후, 목록을 받아든 시점부터 시작되는 절차입니다.
압수수색이 끝난 직후, 압수목록 대조와 범위 검토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후 절차 전체의 방어선을 결정합니다.
5. 압수수색 이후 소환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자료를 얼마나 정리해 뒀는지가 이후 절차 전체를 좌우합니다.
구단 사무실이나 관계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에는 통상 ①압수물 분석과 함께 관할 경찰서(예: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소환조사 → ②관계자·참고인 조사 및 계좌추적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이 특경법 구간에 해당하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소환조사 통보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사회 회의록·내부 결재 문서 등 문제된 자금 집행 당시 승인 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구단(법인) 명의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지출 시점·금액·거래상대방을 정리합니다.
지출된 자금이 실제로 구단 운영 목적에 쓰였는지 계약서·세금계산서·영수증 등으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스포츠·체육 단체 자금 관련 형사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압수수색 이후 소환조사 대응 방향과 구속영장 실질심사 대비까지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구단 자금 문제는 “선수단과 구단 발전을 위해서였다”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 유용을 의심하는 후원사·상급단체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문제 제기보다, 어떤 자료가 임무 위배와 손해 발생의 위험을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회계 자료, 결재 문서, 계약 체결 경위에 대한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소와 이후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예산 집행을 맡았던 운영진 입장에서도 “구단을 위한 것이었다”는 말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지출이 정상적인 목적에 쓰였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구단·단체 자금을 관리한 쪽과 문제를 제기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압수수색 이후 초기 대응이 이후 절차 전체를 어떻게 바꾸는지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압수수색을 받은 상황이라면, 그 다음 날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이 시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사회 승인을 받고 집행한 자금인데도 배임죄가 되나요?
A. 형식적으로 승인 절차를 거쳤더라도 그 승인 자체가 사후에 형식적으로 맞춰진 것이거나, 애초에 구단에 손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결재를 받은 경우라면 배임죄 성립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승인 절차의 실질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Q. 압수수색 당일 변호사를 불러야 하나요?
A. 가능하다면 그렇습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영장 범위와 참여권을 즉시 확인받는 것이 이후 위법성 판단의 근거 자료가 되고, 진술을 요구받을 경우 대응 방향도 그 자리에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Q. 압수목록을 받았는데 영장에 없던 물건도 포함돼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영장 기재 범위를 벗어난 압수라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로 그 압수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목록을 받은 즉시 영장 사본과 대조해 범위를 벗어난 항목을 특정해야 합니다.
Q. 얼마부터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A. 합산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러 건의 지출도 포괄일죄로 합산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Q. 형사 사건과 별도로 구단·협회 내부 징계도 함께 진행되나요?
A.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내부 징계 절차와 형사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징계 조사에서의 진술이 형사 사건에서 불리하게 쓰이지 않도록 진술 전에 방향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자금 집행 당시의 결재 문서와 계약 관련 자료, 지출의 실제 용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므로, 이득액이 큰 사건이라면 구속영장 실질심사 가능성까지 함께 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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