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선거철이 지나고 나면 후원회·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 회계보고를 둘러싼 고발·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회계보고 실사 과정에서 지출 내역이 석연치 않게 드러나면서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회계책임자분들 중에는 “어차피 내가 계좌를 관리하니 이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도 된다”, “선거 끝나고 정산하면 문제없다”는 생각으로 후원금 계좌에서 개인 용도로 돈을 인출하거나 명의를 빌려 지출을 처리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선관위 조사나 상대 진영의 고발로 문제가 불거지면, “내가 관리하던 돈이라 융통성 있게 쓴 것뿐이다”라는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정치자금법위반죄와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를 별개의 범죄로 함께 인정하는 태도를 엄격하고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회계책임자라는 지위 자체가 면책 사유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정치자금을 보관·집행하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이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정치자금 회계책임자의 자금 처리가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과 겹칠 때 처벌 수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정치자금은 회계책임자 개인의 돈이 아니라 후원회·선거사무소에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을 보관·집행하는 지위일 뿐, 임의로 처분할 권한을 가진 소유자가 아닙니다.
정치자금법 제34조는 후원회의 대표자나 후보자 등이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을 담당할 회계책임자를 반드시 선임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어 같은 법 제36조는 정치자금은 신고된 회계책임자 명의의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수입·지출하도록 하여, 자금의 흐름을 회계책임자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고 그만큼 엄격한 책임을 지웁니다.
문제는 이렇게 자금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 보니, 실무에서 회계책임자 스스로 “내가 관리하는 계좌니 이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후원금 계좌에서 개인 카드값이나 생활비, 심지어 다른 용도의 사무실 운영비까지 끌어다 쓰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을 보관·집행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그 자금은 후원회 또는 후보자·정당에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회계책임자가 이 지위를 벗어나 자금을 사적으로 처분하면, 그 순간 형법상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서 벗어난 것이 되어 업무상횡령 문제로 이어집니다.
정치자금 계좌의 돈은 회계책임자가 관리할 뿐, 후원회·선거사무소·후보자에게 귀속되는 재산입니다.
2. "선거 끝나고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은 업무상횡령죄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정치자금을 사적 용도로 지출한 시점에 이미 범죄는 완성되고, 회계보고나 사후 정산은 이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회계책임자처럼 업무상 임무로 자금을 보관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에 따라 형이 무거워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정치자금법 제45조는 이 법에 정한 방법 외의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거나 지출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회계책임자의 사적 유용은 업무상횡령죄와 정치자금법위반죄가 함께 문제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은 “선거가 끝나면 정산해서 채워 넣을 생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자금을 보관하는 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처분한 이상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현금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합계 5,000만원을 두 곳의 후원회에 정치자금법상 연간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기부함과 동시에 법인 관련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여 정치자금법을 위반함으로써 위 5,000만원을 횡령하였다(대법원 2021. 6. 24. 선고 2020도17857 판결).
이 판결은 회사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돌린 사안이지만, 자금을 맡은 자가 그 자금을 관리 목적이 아니라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지출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치자금법위반죄와 업무상횡령죄가 함께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정치자금 회계책임자가 계좌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선거 끝나고 정산하면 된다"는 생각은, 지출한 시점에 이미 완성된 범죄를 지워주지 못합니다.
3. "계좌 이체일 뿐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다"라는 항변,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차명계좌 이체나 회계장부상 지출로 처리한 경우에도, 실질이 사적 사용이면 횡령과 정치자금법위반이 함께 인정됩니다.
정치자금법 제37조는 회계책임자에게 회계장부를 비치하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내역을 정해진 방법에 따라 기재하도록 의무를 지웁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개인적으로 쓴 돈을 마치 정상적인 선거비용 지출인 것처럼 회계장부에 기재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람 명의의 계좌로 급여 명목 송금을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리는 사례가 확인됩니다.
이런 경우 회계책임자는 “계좌 이체나 장부 기재일 뿐 개인 주머니로 들어간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법원은 자금의 실질적 귀속과 사용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정치자금 계좌에서 미근무자 명의 계좌로 급여 명목으로 송금하는 행위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서 정치자금법이 규정하는 부정한 지출에 해당한다(서울고등법원 2020. 9. 25. 선고 2018노2389 판결).
또 다른 판결(서울고등법원 2008. 10. 30. 선고 2008노2031 판결)에서도 자신의 계좌로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만 인식하고도 이를 묵인한 채 사용한 것만으로 횡령 가담이 인정된 바 있습니다. 이체 경로가 복잡하거나 회계장부상 항목이 그럴듯해 보인다고 해서 실질적인 사적 유용이 가려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계좌 이체나 장부상 지출 처리라는 형식은, 자금이 실제로 사적 용도에 쓰였다는 실질을 가려주지 못합니다.
4. 유용 금액과 위반 방식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고, 당선무효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과 정치자금법위반이 함께 적용되면 형이 누적되고, 회계책임자의 벌금형만으로 후보자의 당선까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횡령죄는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 규모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 제356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능하고,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거워지며,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자금법위반죄가 함께 적용되면 형이 별도로 누적됩니다.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거나 지출한 경우에는 정치자금법 제45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계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누락한 경우에는 정치자금법 제49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별도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사건에서는 특히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법위반죄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그 사실만으로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회계책임자 개인의 형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후보자의 지위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5. 선관위 조사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 조사 단계에서 확보되는 자료가 이후 형사 절차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정치자금 회계책임자 관련 사건은 통상 ①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회계보고 실사·자료제출 요구 또는 상대 진영의 고발 접수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선거사무소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득액 규모나 회계보고 위반 정도에 따라서는 구속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계책임자로서 자금 처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걱정되거나, 반대로 상대 진영으로부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받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된 회계책임자 지정 현황과 회계보고 자료(정치자금영수증, 회계장부)부터 확보해 지출 항목별로 대조합니다.
정치자금 계좌의 전체 거래내역을 발급받아 인출·이체 시점, 금액, 수취인 명의를 정리합니다.
선거비용 계좌와 비선거비용 계좌가 분리되어 있는지, 지출 항목이 실제 용도와 일치하는지 영수증·계약서로 대조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치자금법·업무상횡령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 대응과 선거관리위원회 소명을 함께 준비해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정치자금 회계책임자 사건은 “선거 캠프 사람인데 설마 문제 삼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금 관리를 맡겼던 후보자·후원회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주장보다, 회계보고 자료와 계좌 내역 중 어떤 부분이 사적 유용을 뒷받침하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회계장부, 정치자금영수증, 지출 관련 대화 기록이 쌓일수록 형사 고발과 선관위 조사 모두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회계 처리를 의심받는 회계책임자 입장에서도 “내가 관리하던 돈이라 융통성 있게 썼다”는 설명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실제 지출 목적과 승인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정치자금 회계 관련 분쟁에서 자금을 관리한 회계책임자 쪽과 문제를 제기한 후보자·후원회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계책임자가 후원금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가 선거 끝나고 전액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A. 처벌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자금을 관리하는 자가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지출한 이상 사후에 반환·보전했더라도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지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환·경위는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정치자금법위반죄와 업무상횡령죄가 둘 다 성립하면 하나로 처벌되나요, 따로 처벌되나요?
A. 각 죄의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별개의 범죄로 함께 인정되어 형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실제 판결에서도 두 죄가 함께 유죄로 인정되고 형이 합산되는 경우가 확인됩니다.
Q. 회계책임자가 아니라 후보자 본인은 책임이 없나요?
A. 회계책임자의 위반 행위라도 후보자가 지시·묵인했다면 후보자 본인도 공범으로 책임을 질 수 있고, 회계책임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형을 받으면 후보자의 당선 자체가 무효로 되는 규정도 있어 후보자 입장에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Q. 얼마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업무상횡령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여기에 정치자금법위반죄가 별도로 병과될 수 있습니다.
Q. 선거관리위원회 조사와 경찰 수사를 동시에 받을 수도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선관위 조사에서 확인된 자료가 고발이나 수사 의뢰로 이어져 경찰·검찰 수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관위 소명 단계부터 형사 절차를 함께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합니다.
Q. 선관위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자료제출 요구 단계부터가 좋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출하는 소명 자료와 진술의 방향이 이후 고발 여부, 나아가 형사 절차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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