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직원 여러 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채용정보 사이트에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아쉬운 소리를 넘어 대표이사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사실과 다른 구체적인 사건을 적시하며 회사의 평판을 흔드는 내용이라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채용사이트 후기는 구직자들이 입사를 결정하기 전 가장 먼저 찾아보는 정보인 만큼, 이런 글이 방치되면 신규 채용은 물론 거래처와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회사가 무엇을,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퇴사자 집단 후기, 사실 적시와 의견 표현을 먼저 구분해야 하는 이유
퇴사자가 채용사이트에 후기를 남기는 일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잡플래닛과 같은 채용정보 사이트는 재직·퇴사자의 익명 후기로 기업 문화를 공개하는 것을 서비스의 핵심으로 삼고 있고, 이런 후기 문화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여러 명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표현으로 부정적인 후기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는 후기의 내용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가 안 좋다", "워라밸이 나쁘다"처럼 주관적인 평가·의견에 그치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입니다. 이 두 축에 따라 다툴 수 있는 범위와 강도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후기를 캡처해 두는 단계부터 이 구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여러 명이 비슷한 시기에 후기를 올렸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조직적 비방"이라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각 게시물은 원칙적으로 별개의 행위로 취급되어 각각 성립요건을 따져야 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그중 명백히 허위이거나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게시물을 골라내는 작업이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에 채용사이트 후기의 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검색 상위에 노출되는 후기일수록 인사담당자와 지원자에게 더 오래, 더 많이 노출되고, "퇴사자 다수가 같은 말을 한다"는 인상은 개별 게시물의 진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신뢰도를 흔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전부 지우려 하기보다, 어느 게시물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지를 먼저 골라내는 작업이 실익이 큽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와 형법 제310조, 법인 명예훼손의 성립요건
채용사이트처럼 온라인에 게시된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정보통신망법)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형법 제307조의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온라인 게시물에는 이 조항이 우선 적용되고, 처벌 수위도 더 무겁습니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같은 조 제2항) —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크게 높아집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부분은 사실의 적시와 의견 표현의 구분입니다. 대법원은 '사실을 드러내어'란 시간적·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대표가 직원 급여를 상습적으로 늦게 지급한다"처럼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건을 적시하면 사실 적시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분위기가 수직적이다", "성장하기 어려운 곳"과 같은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가까워 명예훼손으로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도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명예훼손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의 명예를 보호하므로 법인도 당연히 보호 대상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므로, 후기에 회사명이나 대표이사 실명이 직접 나오지 않더라도 업종·지역·규모 등을 종합했을 때 제3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정도라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실을 적시한 경우라도, 그 내용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처벌하지 않습니다. 채용사이트 후기는 구직자의 알 권리와 맞닿아 있어 '공공의 이익'이 비교적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후기 내용이 진실에 가깝다면 형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후기 내용이 허위사실이고 그로 인해 채용·거래 등 회사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행위자가 자신이 유포하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므로, 단순히 회사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알아둘 점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수사·재판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형사고소가 합의를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게시물 삭제와 재발 방지 약속을 조건으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며 마무리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임시조치·형사고소부터 신원 특정과 손해배상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게시물 원본 확보부터 — URL, 게시 일시, 작성자 닉네임, 게시물 전체 내용을 캡처해 두어야 합니다. 채용사이트는 운영 정책에 따라 신고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으므로, 삭제되기 전에 원본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먼저입니다. 나중에 다툼이 생길 것에 대비해 캡처 시점을 공증받아 두면 증거로서 힘이 더 실립니다.
사이트 운영자에 삭제 요청과 임시조치 신청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고 삭제 또는 임시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운영자가 권리 침해 여부를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면 최대 30일간 해당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형사고소장 제출 —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필요하다면 업무방해죄까지 함께 적시해 관할 경찰서나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고소장을 제출합니다. 캡처한 게시물과 함께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또는 구체적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를 정리해 첨부해야 수사가 빨라집니다.
작성자 신원 특정 —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이 사이트 운영자와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거나 압수수색을 통해 IP와 가입자 정보를 확인해 작성자를 특정합니다. 신원 특정부터 조사까지 통상 2~6개월 정도 걸리므로, 시간이 걸리는 절차라는 점을 감안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합의 전략 병행 — 형사절차와 별개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라는 특성을 활용해, 게시물 완전 삭제와 재발 방지 확약을 조건으로 합의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채용사이트 후기 방치가 위험한 이유와 지금 해야 할 일
비방성 후기를 발견하고도 "시간이 지나면 묻히겠지"라며 방치하면, 그사이 게시물은 계속 노출되어 열람 수가 늘고 캡처·공유되어 퍼져나갑니다. 삭제 요청이나 형사고소 모두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게시물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뒤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채용사이트에 조직적인 비방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면, 먼저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현인지를 가려보시고, 증거 확보부터 형사고소, 신원 특정까지 이어지는 대응 절차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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