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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횡령 피의자 재산도피, 추징보전으로 막는 법 

김상훈 변호사

회사 자금을 관리하던 직원이나 임원의 횡령·배임 정황이 드러나 고소를 준비하는 사이, 정작 당사자는 살고 있던 아파트를 급하게 처분하거나 명의를 가족 앞으로 옮기고, 계좌에 남아 있던 돈을 이곳저곳으로 흩어 인출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부터 재산을 숨기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이 실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렇게 재산이 흩어진 뒤에는, 나중에 유죄 판결이 나고 법원이 몰수·추징을 명하더라도 실제로 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아 판결이 사실상 숫자로만 남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이 더 빠져나가기 전에 손을 쓸 수 있는 절차가 추징보전이며, 언제 무엇을 준비해 신청을 이끌어내야 하는지가 실제 회수 가능성을 좌우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몰수·추징과 추징보전이 맞물리는 구조

배임·횡령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법원은 범인이 범죄로 얻은 재산을 몰수하고, 몰수가 불가능하거나 적절하지 않으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명합니다(형법 제48조, 제49조). 그런데 이 몰수·추징은 재판이 확정된 뒤에야 비로소 집행되는 절차입니다. 고소부터 1심·항소심을 거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짧아도 수개월, 길면 수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 피의자가 재산을 처분·은닉해 버리면 판결이 나와도 정작 받아낼 재산이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추징보전은 이 공백을 메우는 절차입니다. 재판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검사의 청구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피의자·피고인의 특정 재산에 대해 처분을 금지해, 나중에 추징 판결이 확정됐을 때 그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미리 묶어 두는 것입니다. 배임·횡령처럼 이득액이 큰 사건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몰수·추징의 특례와 보전 절차가 함께 적용됩니다.

피해 회사나 개인 입장에서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할 점은, 추징보전은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이지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소·고발 단계에서부터 재산 은닉 정황과 소명자료를 갖춰 수사기관에 추징보전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실제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이득액 기준과 추징보전명령의 요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형법상 횡령·배임(제355조) 또는 업무상 횡령·배임(제356조)으로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 즉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하도록 정합니다.

  • 이득액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이득액 50억원 이상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 병과 가능

여기에 더해 도피시킨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정황까지 있다면 같은 법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가 별도로 적용됩니다. 원칙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고,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됩니다. 이득액이 특정경제범죄법의 5억원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안심할 것은 아닙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별표는 형법 제355조·제356조의 횡령·배임죄 중 이득액이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도 별도로 "중대범죄"에 포함시켜,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지 않는 구간까지 몰수·추징의 특례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중대범죄로 얻은 재산(범죄수익등)을 몰수할 수 있고, 몰수가 불가능하거나 적절하지 않으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면서(제8조부터 제10조), 이 몰수·추징 재판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전 절차는 제12조에 따라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의 관련 조문을 준용합니다. 실제 추징보전명령의 요건은 이 준용 조문에 담겨 있습니다. 같은 법 제52조에 따르면 법원은 추징하여야 할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추징재판을 집행할 수 없게 되거나 집행이 현저히 곤란해질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 검사의 청구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보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정해 특정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즉 수사 단계에서도 이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제53조(기소 전 추징보전명령)는 검사가 위 제52조의 이유와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공소가 제기되기 전이라도 지방법원판사에게 추징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의 청구로 이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피의자가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수사 초기라도, 재산 도피 정황이 포착되는 즉시 검사를 통해 추징보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재산도피는 대부분 피의자 본인 명의가 아니라 배우자·자녀 등 제3자 명의로 재산을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경우에도 추징보전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재산이 명의만 제3자로 되어 있을 뿐 실질적으로 피의자에게 귀속된다고 인정되면 제3자 명의 재산에 대해서도 몰수·추징과 그 보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를 인정받으려면 재산 명의인과 피의자의 관계, 그 재산을 보유하게 된 경위, 자금의 출처 등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하는 충분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명의만 이전됐을 뿐 실제 자금 출처가 피의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밝혀내는지가 관건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추징보전으로 묶인 재산이나 확정된 추징금은 원칙적으로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지, 피해자에게 자동으로 지급되는 배상금이 아닙니다. 형사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함께 신청할 수는 있지만, 손해액 산정에 다툼이 있거나 무죄·불기소로 끝나면 배상명령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따라서 추징보전만으로 피해 회복이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별도의 민사 보전처분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추징보전 신청을 이끌어내는 다섯 단계

재산 도피 정황이 보인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재산 상황부터 신속히 파악 — 등기부등본·차량등록원부 등 공개된 자료와 법인 내부 회계자료, 자금 흐름을 대조해 피의자 명의 재산과 최근의 처분·명의이전 정황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급매 계약서, 등기 접수일, 대규모 계좌 인출 내역은 물론, 배우자·자녀 등 제3자 명의로 넘어간 재산의 자금 출처까지 함께 추적해 둘수록 소명력이 높아집니다.

  • 고소장에 재산도피 정황과 소명자료를 함께 첨부 — 범죄사실만 나열하지 않고, 언제 어떤 재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자료와 함께 제시해 수사기관이 추징보전의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게 합니다.

  • 담당 검사에게 추징보전 필요성 의견서를 조속히 제출 — 청구권자는 검사이므로, 대리인은 고소 이후에도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확인하며 재산 변동 정황이 새로 포착될 때마다 즉시 보완자료와 의견서를 제출해 신속한 청구를 촉구합니다.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이 인정되는 만큼, 기소를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 형사절차와 별개로 민사 가압류 병행 — 추징보전은 국고 귀속을 위한 조치이지 피해 배상이 아니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부동산·예금채권 가압류를 형사 고소와 동시에 진행해야 실제 회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 보전 이후 취소·감액 다툼 대응 — 상대방 측이 추징 대상이 아니라거나 보전액이 산정 가능한 추징액을 넘는다며 취소·감액을 신청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재산의 실질 귀속 관계와 이득액 산정 근거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보전이 풀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재산 이전 정황부터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

배임·횡령 피해를 입었는데 상대방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옮기는 정황이 보인다면, 유죄 판결만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몰수·추징의 실효성은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재산이 남아 있는지에 달려 있고,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이 있는 만큼 수사 초기부터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재산 도피 정황이 의심된다면 상대방 명의 재산 상황을 먼저 점검하시고, 추징보전 신청과 민사 가압류까지 함께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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