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회원으로 예탁금을 걸어 두었던 골프장이나 콘도 운영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 돈은 이제 어떻게 되는가"입니다. 회사가 부도났다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만 전해질 뿐, 정작 회원 개개인에게는 언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설을 다른 회사가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지만, 그 새 운영자가 기존 회원의 권리를 그대로 이어받는지조차 불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 애초에 회원을 모집할 당시부터 부실을 숨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면, 단순히 돈을 돌려받는 문제를 넘어 손해배상까지 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발행사가 문을 닫아도 예탁금반환채권은 그대로 남습니다
예탁금제 골프장·콘도 회원권에는 두 가지 권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용권과, 탈퇴하거나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예탁금반환청구권입니다. 발행사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돈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탁금반환청구권은 발행사가 문을 닫는다고 자동으로 소멸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다만 그 채권을 실제로 회수하는 경로는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시설 자체가 경매·공매나 수의계약을 통해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가는 경우로, 이때는 새 인수인이 회원의 권리·의무를 승계하는지가 핵심입니다. 둘째, 발행사가 법원의 회생절차나 파산절차로 들어가는 경우로, 이때는 정해진 기간 안에 채권을 신고하지 않으면 권리 자체가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사실상 잠적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로, 이때는 가압류 등 보전조치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지금 마주한 상황이 이 셋 중 어느 갈래인지부터 확인하지 않으면, 정작 대응해야 할 기한을 놓치기 쉽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체육시설법 제27조의 승계와 회생·파산절차의 채권신고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영업을 양도하거나 사망·합병한 경우뿐 아니라,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환가, 국세징수법·지방세징수법에 따른 공매 등을 통해 시설을 인수한 자도 그 등록·신고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의무"에는 회원에 대한 예탁금반환의무도 포함됩니다. 즉 발행사가 없어지더라도 그 골프장·콘도 시설을 넘겨받은 새 사업자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회원의 예탁금반환채권도 함께 넘어간다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입니다.
이 승계 범위를 둘러싸고 실제로 다툼이 잦았던 지점이 담보신탁을 통한 공매입니다. 시설 부지에 신탁이 설정돼 있으면 금융기관 등 우선수익자가 신탁회사를 통해 공개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시설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방식이 제27조가 정한 승계 절차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됐습니다.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6다220143 전원합의체 판결은 담보신탁에 기한 공매·수의계약으로 체육필수시설이 처분된 경우도 제27조가 정하는 절차에 포함되므로, 이를 인수한 자는 회원에 대한 권리·의무를 그대로 승계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은행이 신탁 구조를 거쳐 시설을 처분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원의 권리가 끊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한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5417 판결은 예탁금을 완납한 회원뿐 아니라 일부만 납부한 회원, 이미 입회계약을 해제하거나 탈회한 회원까지도 체육시설업자에 대해 예탁금(입회금) 반환채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업이 양도됐다는 사정만으로 회원의 권익이 임의로 축소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며 회원이 예탁금 일부를 돌려받는 대신 나머지 권리를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이 실제로 유효하다고 인정한 사례(2024년 6월 대법원 판결)도 있어, 발행사·인수인과 맺은 개별 약정의 내용을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는 발행사가 승계인 없이 법원의 회생절차·파산절차로 청산되는 경우입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에 기한 개별적인 가압류·강제집행은 중지되고, 회원의 예탁금반환채권은 담보가 없는 일반 회생채권(파산절차라면 파산채권)으로 취급됩니다. 이 채권은 법원이 공고한 신고기간 안에 신고해야만 절차에서 변제 대상으로 다뤄지며, 원칙적으로 신고를 놓치면 그 권리가 실권됩니다. 다만 회생계획 인가 이후라도 채권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신고하지 못했고 관리인이 그 채권의 존재를 알거나 쉽게 알 수 있었던 경우,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는 예외적으로 추완신고가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예탁금 1억 원을 낸 회원이 회생절차 개시 사실을 두 달 뒤에야 알게 됐다면, 안 날로부터 1개월 안에 추완신고를 마쳐야 하고 그 시점을 넘기면 절차 안에서 더 이상 변제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어집니다. 시설 부지에 저당권을 가진 금융기관 등은 별제권자로서 회원보다 먼저 변제받기 때문에, 무담보채권인 예탁금반환채권만으로는 회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도 함께 짚어야 합니다.
거치기간 문제도 있습니다. 체육시설법 시행령 제19조 제3호는 회원자격 존속기간(통상 회칙상 5년 거치기간)이 끝나 반환을 요구하면 10일 이내에 반환해야 하되, 반환에 관한 별도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실무에서는 회칙상 "서면 요청 후 3개월 이내 반환" 같은 조항이 우선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발행사가 폐업·도산해 시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면, 거치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이는 더 이상 회원에게 불리하게 주장할 사정이 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손해배상 문제입니다. 회원 모집 당시 사업계획을 부풀리거나 재무상태를 숨기는 등 기망행위가 있었다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예탁금반환청구와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해 회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상법 제401조(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따라 회사가 아닌 대표이사 개인 재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습니다. 모집한 예탁금을 다른 용도로 빼돌린 정황이 있다면 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형사고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승계 여부 확인부터 채권신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법리를 정리했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폐업·도산 경로부터 확인 — 관할 지자체(체육시설업 등록기관)에 등록취소·폐업신고 여부를 조회하고, 법원 회생·파산 사건검색시스템에서 회생·파산절차 개시 여부를 확인합니다. 시설이 이미 경매·공매·수의계약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넘어갔다면, 그 인수인에게 체육시설법 제27조에 따른 승계를 서면으로 통지하고 회원 지위와 예탁금반환채무 승계를 명확히 요구해야 합니다.
회생·파산절차라면 신고기간을 최우선으로 — 법원이 공고한 채권신고기간 안에 예탁금반환채권을 회생채권(또는 파산채권)으로 신고합니다. 이미 신고기간을 놓쳤다면, 절차개시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 추완신고가 가능한지부터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개별 강제집행보다 절차 참여를 우선 —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개별적인 가압류·강제집행은 중지되므로, 절차 밖에서 무리하게 집행을 시도하기보다 채권자협의회 참여, 관리인과의 협상 등 절차 내 대응에 집중하는 편이 실효적입니다.
기망·유용 정황이 있으면 손해배상·형사고소 병행 — 모집 당시 허위 사업계획이나 예탁금의 다른 용도 유용 정황이 확인되면, 발행사와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상법 제401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고, 업무상횡령·배임 혐의로 형사고소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배상명령 제도까지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환 요구 시점을 서면으로 남겨두기 — 거치기간 만료 여부와 무관하게 내용증명으로 반환 요구 사실과 날짜를 명확히 남겨 두어야, 이후 지연손해금 계산과 채권신고 과정에서 근거자료로 쓸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신고기간과 추완신고 1개월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발행사 폐업 소식은 회원 개개인에게 친절하게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안에는 신고기간이나 추완신고 1개월처럼 한 번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시한이 걸려 있습니다. "어차피 회사도 없는데 서둘러 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사이, 정작 되찾을 수 있었던 권리가 조용히 실권될 수 있습니다.
회원권 발행사의 폐업이나 도산 소식을 접하셨다면, 시설 인수인이 있는지와 법원 절차가 진행 중인지부터 먼저 확인하시고, 채권신고와 손해배상 청구까지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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