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부 문제나 인사 조치를 두고 노동조합이 대자보, 사내 게시판, 노조 홈페이지, SNS 등에 사측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내용이 단순한 비판을 넘어 특정 임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횡령이나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까지 담기는 경우입니다. 회사가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으려 하면 노조 측은 어김없이 "정당한 조합활동"이라며 정당행위 항변을 내세웁니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폭넓게 보호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보호가 무제한은 아니며, 어디까지가 정당한 범위이고 어디부터 형사·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사안마다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노조 게시물 명예훼손, 성립요건과 정당행위 항변의 구조
노조 게시물로 인한 명예훼손 분쟁은 항상 두 단계로 진행됩니다. 먼저 게시물이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공연성·특정성·사실의 적시)을 충족하는지를 보고, 그다음 노조 측이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이나 정당행위를 항변으로 내세우는 순서입니다.
사측 입장에서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있습니다. "노조 활동이니 무조건 봐줘야 한다"는 인식과 달리, 법원은 정당행위 항변을 자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목적·수단·범위를 하나씩 따져 개별 판단합니다. 또한 게시물이 대자보·유인물 형태인지, 노조 홈페이지·SNS 같은 온라인 게시물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와 형량, 심지어 소추조건(고소 없이도 처벌 가능한지)까지 달라진다는 점도 사측이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변수입니다.
결국 사측이 준비해야 할 것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게시물 자체가 명예훼손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사실관계·증거 정리이고, 다른 하나는 노조가 내세울 정당행위 항변을 요건별로 미리 예측해 반박 논리를 갖춰 두는 것입니다. 이 두 축을 동시에 준비해야 형사고소든 삭제 가처분이든 실제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매체별 적용법조와 정당행위 5요건, 그리고 항변이 배척되는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특정성(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야 함), 사실의 적시(구체적 사실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평가의 저하가 있어야 합니다. 회사와 같은 법인도 사회적 평가를 침해당하면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실무상 확립되어 있습니다.
적용되는 법조는 게시물의 매체에 따라 갈립니다. 대자보·유인물처럼 인쇄물 형태로 배포됐다면 형법 제307조(사실적시 명예훼손,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 허위사실이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나 신문·잡지에 준하는 정도의 정기간행물 형태라면 형법 제309조(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가 문제됩니다. 반면 노조 홈페이지·게시판·SNS 등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이라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되는데, 이 조문은 "비방할 목적"이라는 별도 요건을 두면서도 사실적시(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와 허위사실적시(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량이 형법보다 무겁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소추 여부가 결국 회사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점은 협상 국면에서 중요한 지렛대가 됩니다.
노조 측의 1차 항변은 형법 제310조입니다.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문으로, 노조 게시물에 대해서는 "진정한 근로자 권익보호와 조합 운영의 정화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조각사유는 내용의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해야 인정되며, 세부에 다소 과장이 있는 정도는 무방하지만 핵심 주장 자체가 사실무근이면 통하지 않습니다.
2차 항변이자 실무에서 더 자주 부딪히는 것이 정당행위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는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는 형법 제20조가 적용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타의 행위"에 게시물 배포도 포함될 여지는 있지만, 그 정당성은 대법원이 정당행위 판단에 써온 목적·동기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라는 다섯 요건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심사됩니다. 실무상 이 항변이 배척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확인 없이 추측·전언만으로 특정 임원의 비위를 단정적으로 적시한 경우 — 수단상당성 부정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나 모욕적 표현이 섞여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경우 — 수단상당성 부정
조합원 내부 공유를 넘어 회사 밖 거래처·고객·일반 대중까지 열람 가능한 방식으로 확산시킨 경우 — 법익균형성 부정
회사가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시정 조치를 마쳤음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 게시한 경우 — 긴급성·보충성 부정
특정 임원 축출이나 개인적 감정 등 사적 목적이 두드러지는 경우 —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부정
정보통신망법상 "비방할 목적"도 마찬가지 구도입니다. 판례는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목적이 섞여 있어도 비방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언뜻 노조 측에 유리해 보입니다. 그래서 사측이 대응할 때는 "표면상 조합활동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주된 동기는 사적 감정이나 특정인 축출"이라는 점을 구체적 정황으로 뒤집는 것이 핵심 공략 지점이 됩니다. 아울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어디까지나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한정된 면책 규정입니다. 명예훼손성 게시물이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이 면책 규정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형사책임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가처분·손해배상까지 다섯 단계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게시물 증거부터 신속히 확보 — 노조가 자진 삭제하기 전에 화면 캡처와 함께 웹페이지 캡처 공증(전자문서 인증) 절차를 밟아 게시일시·게시자·조회수·공유 범위를 특정해 두어야 합니다. 대자보·유인물이라면 현장 사진과 게시 장소·기간을 기록으로 남겨야 나중에 공연성·확산 범위를 입증하기 수월해집니다. 온라인 게시물이라면 접속 로그, 댓글·공유 수 변화 추이까지 함께 캡처해 두면 확산 범위를 다투는 단계에서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허위성·과장을 뒷받침할 반박자료 준비 — 인사기록, 회계·감사자료, 내부 조사보고서 등 게시물 주장과 배치되는 객관적 자료를 정리합니다. 형법 제310조 항변을 무력화하려면 "중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매체별로 적용법조를 전략적으로 선택 — 대자보·유인물은 형법 제307조·제309조, 온라인 게시물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를 기준으로 고소장을 구성하되, 복수 매체에 걸쳐 게시됐다면 각 법조를 함께 적시해 다투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이므로, 고소 이후에도 처벌불원 의사표시 여부를 협상 카드로 남겨 둘지 미리 방침을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당행위 항변을 요건별로 미리 반박 — 목적정당성(사적 감정·축출 목적 여부), 수단상당성(모욕적 표현·근거 없는 단정 여부), 법익균형성(확산 범위), 보충성(내부 절차 존재 여부)을 항목별로 정리해, 노조 측 항변이 제기됐을 때 곧바로 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미리 구성해 둡니다.
게시물 삭제·접근차단 가처분과 손해배상 병행 — 게시물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면 형사고소와 별개로 게시금지 및 접근차단 가처분을 신속히 신청해 확산을 막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의 면책 범위(단체교섭·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벗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함께 진행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확산 전에 요건별로 따져봐야 하는 이유
노조 활동이라는 이유로 게시물을 그대로 두면 열람·공유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회사 이미지 손상도 그만큼 누적됩니다. 정당행위 항변이 실제로 통할지는 목적·수단·범위를 요건별로 미리 따져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지, 노조 활동이라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노조 게시물로 회사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면, 게시물 유형과 확산 범위부터 점검하시고 형사·민사 대응을 함께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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