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퇴학처분, 즉 9호 조치를 받으면 부모와 학생 모두 가장 먼저 "재심을 청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전학·퇴학처럼 중한 처분에 한해 별도의 재심 절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재심 제도 자체가 폐지되어,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곧바로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변화를 모른 채 옛 기준으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정작 챙겨야 할 행정심판 청구기간을 넘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퇴학처분은 통보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등교 자체가 막히기 때문에, 절차를 정확히 아는 것이 곧 시간과 직결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퇴학처분(9호)과 재심 폐지 이후 달라진 불복 절차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1호(서면사과)부터 9호(퇴학처분)까지 아홉 단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퇴학처분(9호)은 가장 무거운 조치로,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초·중학생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사실상 고등학생에게만 내려진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전학·퇴학처럼 중한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시·도 단위 기구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별도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각 학교 단위에서 교육지원청 단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격상시킨 개정을 거치며, 이 재심 관련 조항이 삭제되었습니다. 지금은 재심이라는 중간 단계 없이, 처분에 이의가 있는 가해학생이나 보호자가 곧바로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하도록 절차가 일원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퇴학처분 통보서를 받고도 "재심 신청 안내가 없네"라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절차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재심이라는 단계 자체가 없어지고 행정심판·행정소송으로 곧장 넘어가도록 바뀐 것뿐입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 기한이 정해져 있고, 넘기면 다툴 방법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동일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재심 폐지의 근거와 청구기간 90일·180일의 의미
불복의 근거 조문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의2입니다. 제1항은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행정심판 청구권을, 제2항은 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행정심판 청구권을 정하고 있으며, 제4항은 청구에 필요한 사항을 「행정심판법」에 따르도록 준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 조문에는 제5항·제6항이 더 있어 재심 청구와 그 절차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로 이관하는 개정을 거치며 이 항들이 삭제되었습니다. 별도의 재심 기구를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행정심판위원회로 가도록 절차를 단순화한 셈입니다.
청구기간이 실무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행정심판법」을 준용하므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청구 자체가 각하됩니다. 행정심판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전치 절차가 아니어서, 원한다면 행정심판 없이 곧바로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라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일부터 1년 이내에 행정소송(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행정심판은 비용이 들지 않고 처리도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행정심판을 먼저 청구하고 결과에 불복할 때 행정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심판·행정소송에서 실제로 다투는 내용은 절차적 하자뿐 아니라 처분의 무게 자체가 적절한가입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는 조치를 정할 때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의 정도,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와 선도 가능성, 피해학생 측과의 화해의 정도,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세부 기준은 교육부 고시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홉 단계 중 가장 무거운 퇴학처분이 나왔다면, 이 요소들이 실제로 충분히 검토됐는지, 서면사과나 특별교육 등 더 가벼운 조치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행정심판·행정소송에서 재량권 일탈·남용을 다투는 핵심 통로가 됩니다.
퇴학처분은 통보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므로, 다투는 동안 등교가 막힌 상태를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집행정지입니다. 「행정심판법」 제30조 또는 「행정소송법」 제23조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본안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퇴학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출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법률 제17조의4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집행정지를 결정하려는 경우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피해학생 측이 의견진술 기회를 명백히 포기한 경우는 예외). 가해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피해학생 보호라는 두 가치를 저울질하도록 만든 장치입니다.
날짜로 예를 들어보면 체감이 다릅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3월 10일에 퇴학처분 통보서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 늦어도 6월 8일까지 행정심판 청구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 이 기한(약 9월 6일)이 지나면 안 날 90일이 남아 있어도 청구 불가
집행정지를 함께 신청하지 않으면 청구 이후에도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퇴학 상태가 유지되어 등교 공백이 계속됨
"조금 더 알아보고 청구하자"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90일은 금방 지나갑니다. 특히 여름방학처럼 학교와의 연락이 뜸해지는 시기와 겹치면 기한을 넘기고 나서야 문제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행정심판 청구부터 집행정지, 행정소송까지 다섯 단계
퇴학처분 통보를 받았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기한부터 계산하고 자료를 확보 — 처분서에 적힌 통보일을 기준으로 90일·180일을 먼저 계산해 두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록·증거자료·출석통지서 등을 정보공개청구로 받아 절차가 규정대로 진행됐는지 확인합니다.
행정심판청구서에서 절차적 하자와 재량권 일탈·남용을 함께 주장 — 심의위원회 구성이나 소집 절차에 흠이 있었는지, 학생에게 진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는지 같은 절차적 하자와 함께, 시행령 제19조가 정한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선도 가능성·화해 정도가 실제로 충분히 검토됐는지, 더 가벼운 조치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비례 원칙 위반)를 다툽니다.
집행정지 신청을 행정심판청구와 동시에 — 퇴학으로 인한 학습권 공백, 다른 학교 재입학이나 검정고시 준비의 어려움처럼 금전으로 회복되지 않는 손해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인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 여부 판단 — 심판 청구가 기각되면 재결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다시 기산되는 제소기간 안에 행정소송으로 넘어갈 수 있고, 사안이 복잡하거나 증거 다툼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 처음부터 행정소송으로 직행하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학교·교육청과의 소통을 병행 — 다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출석·성적 처리 등 실무적인 부분은 학교 측과 별도로 조율해 두어야, 나중에 결과가 뒤집히더라도 학사 일정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재심이 아니라 기한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재심 제도가 없어진 지금, 퇴학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곧바로 행정심판 청구기간부터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90일·180일이라는 기한 자체는 짧지 않아 보여도, 자료를 모으고 주장을 정리하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퇴학처분을 통보받았다면 재심을 알아보기보다, 지금 바로 청구기간을 계산하고 집행정지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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