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 강제퇴거, 법원 판결 없이 가능한가요?
동거인 강제퇴거, 법원 판결 없이 가능한가요?
법률가이드
건축/부동산 일반임대차소송/집행절차

동거인 강제퇴거, 법원 판결 없이 가능한가요? 

유지은 변호사

서로의 뜻이 맞아 동거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지게 된다면 보통 한 사람이 살던 집을 떠나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그 관계도 끝이 나게 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됩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을 계속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전월세 물건이 극도로 줄면서 집을 나와 이사할 곳도 마땅치 않다보니 헤어진 연인이 퇴거문제를 두고 분쟁을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짐을 밖으로 내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오히려 새로운 법적 분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 명의자는 법원 판결 없이 동거인을 내보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동거인이 퇴거를 거부하는 경우 집 명의자가 어디까지 직접 조치할 수 있는지, 강제퇴거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는 무엇인지, 그리고 오히려 집 명의자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인지 실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집 명의자라면 동거인을 바로 내보낼 수 있을까요?

집이 본인 명의라고 해서 상대방을 곧바로 집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거인이 현재 그 집에서 실제 생활하고 있다면, 집 명의자가 스스로 물리력을 행사해 퇴거시키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를 흔히 '자력구제'라고 하는데요, 우리 법은 자신의 권리라고 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실현하는 것을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출입을 막고, 짐을 복도나 집 밖으로 옮기거나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집 명의자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자력구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오히려 형사·민사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거인의 짐을 밖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물건이 분실되거나 파손되었다면 재물손괴죄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사용하던 공간의 출입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해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주거침입이나 방실침입 등 형사책임이 문제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행사방해죄가 쟁점으로 다투어지는 사례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감정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짐을 임의로 옮기는 방식은 가장 피해야 할 대응입니다. 퇴거가 필요하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고 안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전입신고를 했다면 더 이상 내보낼 수 없는 건가요?

간혹 퇴거 요구에 전입신고를 했다며 버티는 경우가 있는데요, 하지만 전입신고를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거주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전입신고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절차일 뿐, 집에 계속 살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만들어 주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집의 소유자나 임차인이 동거를 전제로 함께 살도록 허락했는데, 연인관계가 종료되면서 그 동의도 철회되었다면 이후에는 퇴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전입신고를 했으니 절대 못 내보낸다거나 명의자가 마음대로 내쫓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동거인이 끝까지 안 나가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집 명의자가 적법하게 퇴거를 요구했는데도 상대방이 계속 집을 비워주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퇴거를 진행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①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신청

명도소송을 제기하기 전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절차입니다.

만약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동거인이 제3자에게 집의 점유를 넘겨버리면,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아도 그 사람을 상대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점유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② 건물인도(명도) 청구소송 제기

이 소송에서는 동거가 종료되어 상대방이 더 이상 해당 주택을 점유할 법적 권원이 없다는 점과, 집을 소유자 또는 적법한 점유자에게 인도해야 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집 명의자는 퇴거를 명하는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③ 법원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상대방이 계속 퇴거를 거부한다면, 그때 비로소 법원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집행관은 법원이 발급한 집행권원에 따라 현장에서 적법하게 퇴거를 집행하며, 필요한 경우 동거인의 짐을 보관창고로 옮기는 절차까지 진행합니다. 이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강제퇴거'입니다.

많은 분들이 경찰을 부르면 바로 내보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찰은 민사상 점유 분쟁에서 어느 한쪽을 강제로 퇴거시키는 기관이 아닙니다. 특별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경찰이 동거인을 집 밖으로 내보내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끝까지 퇴거를 거부한다면 법원의 판결을 받은 뒤 집행관을 통한 강제집행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법원 판결 없이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모든 사건을 끝까지 명도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도소송은 수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그동안 같은 공간에서 갈등을 계속 겪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소송을 준비하면서도 협의를 통해 자진 퇴거를 유도하는 전략​을 함께 활용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을 보내 퇴거 요구와 향후 법적 절차를 공식적으로 통보하는 것입니다. 상대방도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 협의에 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일정 금액을 이사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해 조기에 분쟁을 마무리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오히려 더 경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퇴거일, 열쇠 반환, 이사비 지급 시기 등을 합의서에 명확히 기재해 두는 것이 이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유지은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9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