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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사 자금 횡령, 피해자가 법인이면 친족상도례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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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사 자금 횡령, 피해자가 법인이면 친족상도례 배제 

김상훈 변호사

가족이 함께 세운 회사에서 형제나 부모·자녀 중 한 사람이 회사 통장의 돈이나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빼서 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끼리 가족이 하는 회사인데, 가족 사이 일은 처벌이 안 된다던데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 '가족끼리는 재산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친족상도례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 돈에 손을 댄 순간 피해자는 '가족'이 아니라 '회사'라는 별개의 법인이 되고, 이때부터는 가족이라는 사실이 방패가 되어 주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가족이 세운 회사라도 회사 돈은 '법인의 재산'입니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등 일정한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상 특례입니다. 절도·사기·횡령·배임 같은 재산범죄에서, 가족 내부의 일은 국가가 나서기보다 가족의 자율에 맡기자는 취지에서 오래 유지되어 온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특례가 적용되려면 범인과 피해자가 서로 친족이어야 합니다. 바로 여기서 가족회사 자금유용 사건이 갈립니다. 회사 돈을 유용한 사람이 다른 주주나 대표와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 하더라도, 그 돈의 주인은 가족 개인이 아니라 '회사'라는 법인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주주와 구별되는 독립한 법인격을 가집니다. 주주 전원이 한 가족이고 사실상 한 사람이 좌우하는 이른바 '가족회사'라 하더라도, 회사의 재산은 주주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회사 자체의 재산입니다. 그래서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빼서 쓰면 피해자는 '법인'이 되고, 사람만이 될 수 있는 친족관계는 회사와의 사이에서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족회사 자금유용에는 친족상도례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친족상도례의 쌍방 친족관계 요건과 법인 피해자 배제

먼저 근거 조문을 짚겠습니다.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되어 있고, 횡령·배임죄에는 형법 제361조가 이 규정을 그대로 준용합니다. 즉 원칙적으로는 횡령에도 친족상도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2026년 1월 1일 시행된 개정 형법으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종전에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형이 반드시 면제되어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했는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이 형 면제 규정이 폐지되고,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회사 자금유용에도 이 친고죄 규정이 적용되어, 회사가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은 '누가 피해자인가'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횡령죄에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려면, 형법 제361조에 의해 준용되는 제328조의 친족관계가 범인과 피해물건의 소유자 및 위탁자 쌍방 사이에 모두 있어야 하고, 어느 한쪽과만 친족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8도3438 판결). 친족상도례는 범인과 '피해자'가 친족일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회사 자금의 소유자이자 피해자는 회사, 즉 법인입니다. 그런데 법인은 사람과 달리 성질상 누구의 직계혈족도, 배우자도, 동거친족도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범인과 피해자 쌍방이 친족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애초에 충족될 수 없고, 형 면제였든 새로 바뀐 친고죄였든 친족상도례가 개입할 자리가 없습니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한 가족이 소유하고 있어도, 법인격이 부인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는 여전히 독립한 피해자입니다. 결국 회사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기소할 수 있는 일반 범죄가 됩니다.

죄명도 가볍지 않습니다. 대표이사나 경리·재무 담당자처럼 업무상 회사 자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를 유용하면 단순횡령이 아니라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이 성립해 법정형이 더 무겁습니다. 나아가 유용액, 즉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되고,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특경법에도 친족상도례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어차피 피해자가 법인인 이상 특경법 사건에서도 친족상도례는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겠습니다. "내 지분만큼은 내 돈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주주는 회사에 대한 지분(주식)을 가질 뿐, 회사 재산에 대해 직접적인 지분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지분이 절반이든 90%든, 회사 계좌의 돈을 개인적으로 인출해 쓰면 그만큼이 회사에 대한 횡령이 됩니다. '내 회사'라는 인식과 법이 보는 소유관계가 다르다는 점이, 가족회사 사건에서 가장 자주 문제가 되는 지점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유용 내역 특정부터 형사·민사 병행까지

회사 자금이 유용된 정황을 발견했다면, 감정에 앞서 다음 순서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 유용 내역과 금액부터 특정 — 무엇보다 '얼마가, 언제, 어떤 경로로' 빠져나갔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확정해야 합니다. 법인 계좌 거래내역, 법인카드 사용내역, 회계장부와 전표, 세금계산서, 개인 계좌로의 이체 기록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유용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금액이 커질수록 특경법 적용 여부가 달라지므로 총액 산정은 처음부터 정확해야 합니다.

  • '업무상 보관 지위'와 사용처를 확인 — 유용한 사람이 회사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는지,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개인 용도로 소비했는지를 짚어야 합니다. 가지급금·대여금으로 처리해 둔 경우에도, 실제로는 반환 의사 없이 개인적으로 소비했다면 횡령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 형사 고소·고발 — 피해자가 법인이므로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가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회사 이름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면 수사가 훨씬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이때 '가족회사라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근거와 함께 정리해 두면, 상대방이 이를 방어 논리로 내세워도 초기부터 차단할 수 있습니다. 고소 주체는 개인 주주가 아니라 회사(대표기관)여야 합니다.

  • 민사상 반환청구와 재산 보전 — 형사와 별개로 회사는 유용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용자가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본안소송에 앞서 부동산·예금채권 가압류부터 신청해 회수 재원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판결이 나도 재산이 없으면 실제 회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 회사 내부 지배구조 조치 — 유용자가 이사·감사 등 임원이라면 이사회·주주총회를 통한 해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다른 이사들이 감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손해가 커졌다면 이사의 책임을 묻는 방안도 있습니다. 회사가 대응에 나서지 않을 때는 소수주주가 대표소송으로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가족 일'이라는 방심이 증거를 흩뜨립니다

가족회사 자금유용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가족끼리 좋게 넘어가자", "어차피 가족 일이라 처벌도 안 될 텐데"라며 대응을 미루는 것입니다. 그사이 계좌 거래내역 조회 기간이 지나고, 회계 자료가 정리·폐기되며, 유용된 자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가 회수가 어려워집니다.

회사 돈이 유용된 정황이 보인다면, 피해자가 '법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시고, 유용 내역의 특정과 형사·민사 대응, 재산 보전까지 염두에 둔 순서를 서둘러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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