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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대금 미지급, 발주자 직접지급청구 요건과 순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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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대금 미지급, 발주자 직접지급청구 요건과 순위까지 

김상훈 변호사

하도급 공사를 다 해놓고도 원사업자(원청)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채, 그 원사업자마저 부도가 나거나 다른 현장에서 난 손실로 자금이 묶여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수급사업자(하청) 입장에서는, 정작 공사대금을 쥐고 있는 쪽이 원사업자가 아니라 그 위의 발주자라는 사실에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발주자에게 직접 달라고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발주자는 원칙적으로 원사업자와만 계약을 맺은 사이여서, 아무 근거 없이 하청업체에 직접 돈을 줄 의무는 없습니다. 다행히 하도급법은 일정한 요건이 갖춰지면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 요건과 한도, 그리고 다른 채권자의 압류와 부딪혔을 때의 우선순위가 실제 회수의 성패를 가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원사업자 부도·미지급 시 발주자에게 직접 받는 길

하도급 구조는 발주자 — 원사업자 — 수급사업자의 3단으로 이어집니다. 계약은 발주자와 원사업자 사이, 그리고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에 각각 따로 맺어지므로,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는 자신과 계약한 원사업자에게만 하도급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발주자와 수급사업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습니다.

문제는 원사업자가 자금난에 빠지거나 부도가 났을 때입니다. 원사업자를 상대로 판결을 받아도 그에게 재산이 없으면 종잇조각이 되기 쉽습니다. 이 지점에서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예외적인 통로를 열어 두었습니다. 발주자가 아직 원사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쥐고 있는 도급대금을, 원사업자를 건너뛰어 수급사업자에게 곧바로 흘려보내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직접지급청구권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크게 두 갈래를 나누어 판단해야 합니다. 첫째는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요건 자체가 되는가"이고, 둘째는 "된다면 얼마까지, 다른 채권자보다 앞서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거나, 요건은 되지만 이미 다른 채권자가 원사업자의 대금채권을 먼저 압류해 두었다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하도급법 제14조 네 가지 요청 사유와 이중 상한, 압류의 선후

직접지급청구권의 근거는 하도급법 제14조입니다. 이 조항은 다음 네 가지 사유 중 하나가 있을 때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정합니다.

  •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 등 — 원사업자에게 지급정지나 파산, 사업 관련 허가·인가 취소 등의 사유가 생겨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 3자 직불합의 —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세 당사자가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한 때

  • 2회분 이상 미지급 — 원사업자가 지급해야 할 하도급대금의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 지급보증 불이행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하도급법 제13조의2)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여기서 실무상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것이 "요청"의 의미입니다. 3자 합의 유형을 뺀 나머지 세 사유는 사유가 발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하는 의사표시가 발주자에게 도달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 그 도달 사실은 요청한 수급사업자가 증명해야 하므로, 구두나 문자로 대충 알리는 것으로는 나중에 시점을 다툴 때 매우 불리합니다. 뒤에서 보듯 이 도달 시점은 압류와의 선후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 됩니다.

사유가 발생하고 요청이 도달하면 어떤 법적 효과가 생기는지가 그다음 핵심입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은,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함께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때 원사업자가 발주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공사대금채권이 동일성을 유지한 채 수급사업자에게 이전되는 것으로 봅니다. 즉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자리를 이어받아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셈입니다.

다만 발주자가 무한정 물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지급의무에는 두 개의 상한이 겹칩니다. 하나는 수급사업자가 실제로 시공·제조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기성고)이고, 다른 하나는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아직 지급하지 않고 남겨 둔 도급대금입니다. 발주자는 이 둘 중 적은 금액을 한도로만 책임을 집니다. 예를 들어 수급사업자의 기성고가 3억 원이라도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줄 도급대금 잔액이 2억 원뿐이라면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는 2억 원까지입니다. 이미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도급대금을 전액 지급해 버린 뒤라면 직접 지급할 재원 자체가 없어 청구가 공허해질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이 청구는 발주자가 대금을 쥐고 있을 때 서둘러야 합니다.

마지막 쟁점이 다른 채권자의 압류·가압류와의 선후입니다. 원사업자의 은행·거래처 등 제3채권자가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해 두면 수급사업자와 재원을 놓고 부딪힙니다. 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은 이 선후관계를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제3채권자가 압류·가압류로 집행보전을 해 두었다면, 그 보전된 금액만큼은 수급사업자에게 직접지급청구권이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직접지급청구권이 먼저 발생한 뒤에 이루어진 압류는, 이미 수급사업자에게 이전되어 소멸한 채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습니다. 결국 요청 도달 시점과 압류 도달 시점의 선후가 회수 여부를 가르는 것이며, 시점을 증거로 남겨 두는 일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언제부터 미지급으로 볼 수 있는지도 짚어야 합니다. 하도급대금은 하도급법 제13조에 따라 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의 지급기일에 지급해야 하고, 발주자로부터 기성금·준공금을 받은 경우에는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지급해야 합니다. 이 지급기일을 기준으로 2회분 이상이 밀렸는지, 지연이자가 붙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직접지급 요청부터 압류 선점·소송·공정위 신고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먼저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정 — 원사업자의 부도·지급정지인지, 2회분 이상 미지급인지, 지급보증 불이행인지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다릅니다.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기성검사조서·계약서와, 원사업자의 부도 사실을 보여주는 당좌거래정지 자료나 미지급 내역을 모아 사유를 뒷받침해 둡니다.

  • 내용증명으로 직접지급을 요청 — 3자 합의가 없는 유형에서는 요청이 발주자에게 도달해야 비로소 청구권이 생기므로, 반드시 도달 시점이 남는 방식으로 통지합니다. 해당 사유, 기시공 부분과 미지급 금액,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지급을 보류할 것을 요청하는 취지를 명시해 내용증명으로 발송하고, 도달 사실을 확보해 둡니다.

  • 기성고와 도급대금 잔액을 동시에 확인 —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는 기성고와 발주자의 도급대금 잔액 중 적은 금액이 한도이므로, 내 기성고가 얼마인지뿐 아니라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아직 얼마를 안 줬는지를 파악해야 실제 회수 가능액이 보입니다. 발주자에게 지급 보류를 요청해 재원이 원사업자에게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일이 급합니다.

  • 압류 경합이 예상되면 시점 다툼에 대비 — 원사업자의 다른 채권자가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할 조짐이 있다면, 요청 도달을 서둘러 직접지급 사유·요청이 압류보다 앞섰다는 점을 증거로 확보합니다. 반대로 압류가 이미 앞서 있었다면 그 보전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회수 전략을 다시 짭니다.

  • 임의지급을 거부하면 소송, 병행해 공정위 신고 — 발주자가 직접지급에 응하지 않으면 발주자를 상대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아울러 원사업자의 미지급·지급보증 위반은 하도급법 위반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병행하면 조정·시정 압박을 함께 가할 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요청 시점과 압류 선후가 회수를 가릅니다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발주자가 대금을 쥐고 있으니 언젠가 받겠지"라며 요청을 미루는 것입니다.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도급대금을 지급해 버리면 직접 청구할 재원이 사라지고, 다른 채권자가 먼저 압류하면 그 금액만큼은 청구권 자체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직접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점검하시고, 내용증명 요청과 발주자의 지급 보류, 압류와의 선후까지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서둘러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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