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맺은 매매계약, 기망을 이유로 취소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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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서 맺은 매매계약, 기망을 이유로 취소하려면 

김강희 변호사


속아서 맺은 매매계약, 기망을 이유로 취소하려면


사건 개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는 모든 조건이 마음에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 그것이 상대방의 거짓말 위에 세워진 합의였음을 깨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고 이력이 없다던 중고차가 사실은 큰 사고로 골격까지 교정한 차였다거나, 임대 수익이 보장된다던 상가가 실제로는 공실이 이어지던 자리였다거나, 매매 목적 토지 바로 옆에 곧 혐오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사정을 매도인이 알면서도 끝내 말하지 않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매수인은 그 말들을 믿었기에 그 값을 치렀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거짓말이나 은폐에 속아 맺은 매매계약을 두고, 많은 분이 "속았으니 당연히 무효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은 속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을 곧바로 없던 일로 만들지 않습니다. 속아서 한 의사표시는 무효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는' 의사표시일 뿐이어서, 속은 사람이 스스로 취소권을 행사해야 비로소 계약이 소급해 무너집니다(민법 제110조 제1항, 제141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방의 기망에 속아 매매계약을 맺었다면 그 의사표시를 취소해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같은 억울함을 안고 와도 결과는 크게 갈립니다. 그 차이는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상대의 '기망'을 법이 요구하는 요건에 맞추어 증명해 두었는지, 그리고 취소권을 기간 안에 제대로 행사했는지에서 비롯됩니다.


핵심 쟁점


기망을 이유로 한 취소 사건에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방에게 속이려는 고의가 있었는지입니다. 판례는 표의자를 착오에 빠뜨리려는 고의와 그 착오로 의사표시를 하게 하려는 고의, 이른바 '2단(段)의 고의'를 요구합니다. 둘째, 문제 된 행위가 법이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없는 사실을 있다고 말하는 적극적 거짓말뿐 아니라, 신의칙상 알려야 할 사실을 침묵한 부작위(고지의무 위반)도 기망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그 기망행위에 위법성이 있는지입니다. 상거래에서 흔한 다소의 과장·허위 광고는 신의칙상 용인되는 범위라면 기망성이 부정됩니다. 넷째, 인과관계입니다. 기망행위 때문에 착오에 빠졌고, 그 착오 때문에 그 계약을 맺었다는 이중의 연결이 서야 합니다. 이 네 지점은 사슬처럼 이어져 있어 하나라도 끊기면 취소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그래서 승패는 법정의 말솜씨가 아니라 이 네 요건을 처음부터 증거로 채워 두었는가에서 사실상 결정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상대방의 '기망'을 네 요건에 맞추어 입증 가능한 형태로 구성하기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이 "속았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매수인은 속았다고 느끼지만, 그 느낌이 곧 기망의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요건에 맞추어 재구성합니다.

1) 거짓말 또는 은폐의 '내용과 시점'을 남는 형태로 특정합니다.

취소의 출발점은 상대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속였는지를 특정하는 일입니다. 계약 전 상대가 보낸 문자·이메일·광고 문구·중개 자료, 통화 녹음, 사고이력 조회서나 시설 현황 자료처럼 객관적 사실과 대조 가능한 자료를 모아, 상대의 진술이 사실과 달랐음을 시점별로 정리합니다. 침묵이 문제 된 사안이라면, 상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내부 자료·이전 거래 이력 등)을 함께 확보해 '알면서 말하지 않았음'을 드러냅니다.

2) 적극적 거짓말인지, 고지의무를 어긴 침묵인지를 나누어 법리에 맞춥니다.

거짓을 말한 경우라면 위법성 판단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말하지 않은 경우라면 고지의무의 존부가 관건이 됩니다. 판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때에는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긴 침묵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문제 된 사정이 거래상 당연히 알려야 할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목적물의 성질과 거래 관행에 비추어 논증해 둡니다.

3) '용인되는 과장'과의 경계에서 위법성을 확보합니다.

상대는 대개 "장사꾼의 흔한 부풀리기일 뿐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다툽니다. 판례도 상품 선전·광고에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섞여도 일반 상거래 관행과 신의칙상 시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기망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제 된 진술이 단순한 세일즈 화법이 아니라 구체적 수치·사실을 단정한 허위였고, 매수인이 이를 검증하기 어려운 사정이었음을 부각해, 신의칙이 용인하는 선을 넘었다는 점을 세워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취소권을 기간 안에 관철하고, 부족한 부분은 손해배상으로 메우기


기망이 인정되어도, 취소권을 제때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권리는 공허해집니다. 취소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는 것이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취소 의사표시를 확실한 형태로 하고, 행사기간을 관리합니다.

취소권은 무한정 남아 있지 않습니다. 추인할 수 있는 날, 즉 속은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계약을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합니다(민법 제146조). 상대와의 협상에 매달리다 3년을 넘겨 권리 자체를 잃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그래서 속은 사실을 안 시점을 기록으로 고정하고, 취소의 뜻을 내용증명 등 도달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지해, 취소권을 행사한 사실과 시점을 다툼 없이 남깁니다.

2) 제3자의 기망인지, 선의의 제3자가 끼었는지를 먼저 가립니다.

속인 사람이 계약 상대방이 아니라 중개인 등 제3자였다면, 상대방이 그 기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조 제2항). 또 취소하더라도 그 사이 목적물을 사정을 모르고 취득한 선의의 제3자에게는 취소로 대항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3항). 그래서 누가 속였고 목적물이 어디까지 넘어갔는지를 먼저 확인해, 취소로 회복이 가능한 범위와 등기·인도의 처리 방향을 정합니다.

3) 취소만으로 부족하면 손해배상을 병행하고, 착오취소도 함께 검토합니다.

기망은 불법행위이기도 하므로, 취소로 계약을 되돌리는 것과 별개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목적물을 처분해 원상회복이 어렵거나 취소를 원치 않는 경우라면, 계약을 유지한 채 입은 손해만 배상받는 길도 있습니다. 또 사기로 인한 착오는 착오취소(민법 제109조)와 경합할 수 있어, 고의 입증이 어려울 상황에 대비해 '내용의 중요부분 착오'라는 예비적 주장을 함께 세워 두면 취소의 성공 가능성을 넓힐 수 있습니다.


결론


기망에 의한 취소는 "속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고의·기망행위·위법성·인과관계를 증거로 세우고 취소권을 기간 안에 행사하는 일입니다. 무엇을 근거로 속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질수록 결과는 유리해집니다.

계약이 상대의 거짓말 위에 서 있었다는 의심이 든다면, 관련 자료가 흩어지거나 지워지기 전에, 그리고 3년의 행사기간이 지나가기 전에 대응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상황이 기망에 의한 취소를 다툴 만한지, 취소와 손해배상 중 무엇으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과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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