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서 했다"는 말, 명예훼손일까?
"시켜서 했다"는 말, 명예훼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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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서 했다"는 말, 명예훼손일까? 

이상협 변호사

아파트 경비원이 있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의 통장이자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인 사람의 텃밭에서 제초작업을 하다가 다쳤습니다.

그는 "통장이 시켜서 그 사람을 위해 일하다 다쳤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통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검찰 논리는 이랬죠. "실제로는 허락받아 자기 작물을 심으려고 제초한 것인데, '지시로 했다'고 한 건 허위다."

1심은 유죄였습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이 인정된다고요. 항소심은 무죄로 뒤집었습니다. 일상의 다툼이 어떻게 형사사건이 되는지, 그리고 명예훼손에서 '허위'를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법무법인(유) 광장

법무법인(유) 지평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법률사무소 신임 대표변호사

경찰청 소송대리인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처벌 규정

  • 형법 제307조 제1항(사실 적시) :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 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제2항이 훨씬 무겁습니다. 성립하려면 ①공연히 사실 적시 ②그 사실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일 것 ③행위자가 허위라고 인식했을 것이 모두 필요합니다.

핵심은 '허위'의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피고인이 "내 말이 진실이다"를 입증 못 했다고 유죄가 되는 게 아닙니다.


첫째 — 관계가 '부탁'과 '지시'의 경계를 정합니다

진짜 쟁점은 "통장이 시켰나, 경비원이 자발적으로 했나"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그 경계가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봤습니다.

고소인은 피고인이 경비원으로 일하던 아파트의 통장이자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관리위원입니다. 법원은 이 지위에 비추어 피고인이 요청 내지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형식은 '부탁'이어도 거절할 수 없는 관계라면, 당사자가 이를 '지시'로 인식하고 표현한 것을 허위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객관적 정황도 뒷받침됐습니다. 피고인은 사고 당일 오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에게 '통장을 도와주겠다'고 보고했고 허락받았습니다. 동료 경비원 1명도 동행했고요.

자기 밭에 자기 배추 심으러 가는 사람이 회장과 소장에게 보고하고 동료까지 데려갈까요.


둘째 — 이미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사고 약 한 달 전에도 고소인의 부탁으로 그 텃밭에서 전정작업을 했습니다. 게다가 고소인은 사고 약 2주 전 피고인에게 '다음 주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님과 함께 텃밭에 같이 가자'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미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고, 그게 문자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문자 한 통이 검찰의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셋째 — 그럴 이유가 없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논거입니다.

  • 고소인은 매년 그 텃밭에 배추를 심어 왔고, 피고인이 다친 뒤에도 직접 배추를 심었습니다.

  • 반면 피고인은 친동생이 이미 배추를 경작 중이라 그 텃밭에 자기 배추를 심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동기가 없습니다. 검찰 주장이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자기 배추를 심으려 했어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애초에 없었죠. 반면 그 텃밭에 배추를 심어 온 사람도, 사고 후 심은 사람도 고소인이었습니다.


넷째 — 고소인 진술이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고소인은 법정에서 "그날은 다른 약속이 있었는데, 아침에 피고인이 텃밭에 가자고 해서, 피고인이 위치를 모를 것 같아 따라간 것뿐"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법원은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 고소인 주장대로 피고인이 자기 배추를 심으러 간 것이라면, 고소인이 따라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 피고인은 얼마 전 그 텃밭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 동료 경비원도 동행했다

자기 주장대로면 다른 약속을 미루고 따라갈 이유가 없고, 길 안내가 필요했다는 설명도 사실과 안 맞습니다. 법원은 "고소인의 진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정리했습니다.


결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참고로 피고인이 무죄판결 공시에 동의하지 않아 공시는 하지 않았습니다(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 무죄는 "피고인 말이 진실로 증명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검사가 허위임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 1심은 유죄였습니다. 같은 증거로 판단이 갈렸다는 건 이런 사건이 얼마나 미묘한지 보여줍니다.

  •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제307조 제1항은 사실 적시만으로 성립합니다(제310조 위법성 조각 별론).

  • 허위성의 인식이 없으면 제2항이 아니라 제1항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반대로 명백히 사실과 다른 걸 알면서 퍼뜨렸다면 무겁게 처벌됩니다. 이 사건은 '부탁이냐 지시냐'라는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영역이었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예훼손에서 '허위'는 누가 증명하나요? 검사입니다. 검사가 허위임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입니다.

Q. '부탁'을 '지시'라고 하면 허위인가요? 단정할 수 없습니다.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 관계였다면 '지시'로 인식·표현한 것을 허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Q. 진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인가요? 됩니다. 제307조 제1항은 사실 적시만으로 성립합니다(2년 이하 징역·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Q. 허위인 줄 몰랐다면요? 허위성의 인식이 없으면 제2항의 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제1항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무죄면 그 사실이 공시되나요?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시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도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며

이 사건은 일상의 갑을 관계가 어떻게 형사사건으로 번지는지 보여줍니다. 경비원에게 통장이자 선거관리위원의 '부탁'은 부탁이었을까요, 지시였을까요. 법원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 판단을 뒷받침한 건 추측이 아니라 객관적 정황이었습니다. 회장·소장에 대한 사전 보고, 동료의 동행, 한 달 전의 같은 작업, '회장님과 함께 가자'는 문자, 친동생이 이미 배추를 경작 중이라는 사실, 그리고 고소인 스스로 설명 못 하는 자신의 행동.

무엇보다 이 판결은 기본을 확인합니다. '허위'를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피고인이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명예훼손 사건의 상당수는 거창한 비방이 아니라 일상의 한마디에서 시작됩니다. 다쳤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허위사실 적시'로 재구성되는 것이죠.

제가 문자·통화·보고 기록과 전후 정황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해 검사의 증명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찾아 드리겠습니다. 말 한마디로 고소를 당하셨거나 반대로 허위 주장으로 피해를 입고 계시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로톡 기재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판결과 관련 법령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당사자는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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