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에 학술적 글 붙이면 처벌 피할까?
음란물에 학술적 글 붙이면 처벌 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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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에 학술적 글 붙이면 처벌 피할까? 

이상협 변호사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이 있었습니다. 위원회가 특정 이미지를 음란정보로 의결하자, 그는 그 결정에 반대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문제의 사진들을 그대로 올리고, 심의규정을 소개한 뒤, 위원회의 심의를 비판하는 견해를 적었습니다.

검찰은 음란물유포로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1심은 유죄, 항소심은 무죄, 대법원은 또 다른 이유로 무죄 확정세 심급이 모두 다른 논리를 폈습니다. 그 차이를 따라가면 음란성 판단과 표현의 자유의 경계가 선명해집니다.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법무법인(유) 광장

법무법인(유) 지평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법률사무소 신임 대표변호사

경찰청 소송대리인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처벌 규정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 :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 금지

  • 제74조 제1항 제2호 :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

  • 형법 제20조(정당행위) :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음란'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대법원이 확립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음란성 논의의 특수성을 짚습니다. 사회 일반의 성적 도덕관념·윤리관념·문화적 사조와 직결되고, 개인의 사생활·행복추구권·다양성과도 깊이 연관되는 문제로서,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

형벌권의 자제를 정면으로 선언한 것이죠. 그래서 형사처벌 대상인 음란표현물의 문턱이 높습니다.

  •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주는 정도로는 부족

  •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해야 하고

  •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가 없어야 하며

  • 과도하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한다고 볼 정도여야 함

  • 판단은 제작자의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 내용을 관찰해 객관적·규범적으로

'저속함'과 '음란'은 다릅니다.


세 심급, 세 개의 논리

1심(유죄): 사진들이 본문 맨 앞에 상당량 있고 제목까지 성적 흥분을 암시한다. 피고인 의견은 결론적 의견만 간단히 제시할 뿐 구체적 학술적 논증이 없다 → 지배적으로 호색적 흥미에 치우침 → 음란물.

항소심(무죄 — 음란물이 아님): 게시물은 ①사진 캡처 ②심의규정 소개 ③비판적 견해 세 부분이니, 전체 맥락 검토 없이 ①만 떼어내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 ①②는 남의 것을 옮긴 것이고 ③이 피고인의 견해이므로, 일반 보통인이라면 핵심이 ①이 아니라 ③에 있음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③이 13문장뿐이라 논문은 아니지만 사회적 이슈에 관한 학술적 의견과 정책적 입장을 집약해 표현한 것이라 사상적·학술적 가치가 있다 → 음란물 아님.

대법원(무죄 확정 — 음란물이지만 정당행위): 여기서 반전입니다. 대법원은 사진들이 발기된 성기와 음모만을 과도하고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 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항소심과 정반대죠. 그런데도 무죄가 된 이유가 결합 표현물 법리입니다.


핵심 — '결합 표현물' 법리

대법원의 논리입니다.

음란물이 그 자체로는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않더라도, 그러한 표현들과 결합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것이 '결합 표현물에 의한 표현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집니다.

음란 표현의 해악이 그와 결합된 표현들이 갖는 가치에 의해 상당한 정도 해소되거나,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정도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므로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표현의 자유의 고전적 원리를 형법 제20조 안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형벌로 걷어내지 않아도 토론과 반박이 해악을 중화할 수 있다면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발상이죠.


정당행위 3요건

막연한 면죄부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요건을 세웠습니다.

1. 목적의 정당성그 사진들을 음란물로 보는 건 부당하다는 학술적·사상적 견해를 피력하려는 의도로 게시한 것으로 보임.

2.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게시물의 주제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임. (음란물을 즐기려는 사람이 몰릴 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3. 법익균형성사진들의 음란성으로 인한 해악이 결합된 사상적 표현들과 비판·논증에 의해 해소됨.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 대법원은 사진 자체를 음란물로 인정했습니다. 항소심의 "음란물 아님" 판단은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학술적 글을 붙이면 음란물이 아니게 된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 결합 표현물 법리는 '특별한 사정'을 요구합니다. 3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 형식적으로 몇 줄 붙이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이 사건엔 심의위원이라는 지위, 실제 심의 결과에 대한 반대 의견, 구체적 비판과 논증이라는 실질이 있었습니다.

  • 독자층이 넓거나 성적 흥미를 유인하는 방식이면 상당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전혀 다른 문제로, 이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음란물에 학술적 설명을 붙이면 처벌을 피하나요? 형식적으로는 부족합니다. 해악이 결합된 표현의 가치로 상당한 정도 해소되고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상당성·법익균형성을 갖춰야 합니다.

Q. '음란'의 기준은요? 저속·문란한 느낌으로는 부족하고, 전적·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며 아무런 가치가 없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왜곡할 정도여야 합니다.

Q. 누구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제작자의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 내용을 관찰해 판단합니다.

Q. 결국 그 사진은 음란물인가요? 항소심은 아니라고, 대법원은 맞다고 봤습니다. 다만 결합 표현물을 통한 게시가 정당행위여서 무죄 확정입니다.

Q. 짧은 글도 사상적 가치가 있나요? 항소심은 13문장의 글도 학술적 의견과 정책적 입장을 집약한 것으로 보아 인정했습니다.


정리하며

같은 게시물을 두고 1심은 유죄, 항소심은 "음란물 아님", 대법원은 "음란물이지만 정당행위" — 세 심급의 논리가 모두 달랐습니다. 음란성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대로 보여주죠.

그럼에도 관통하는 원칙은 분명합니다. 음란성 논의는 개인의 사생활·행복추구권·다양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할 분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결합 표현물 법리는 그 구체화이고요.

다만 면죄부가 아니라 좁은 문입니다. 3요건을 모두 통과해야 하고, 판단은 형식이 아니라 결합의 실질을 봅니다.

표현의 자유가 문제 되는 사건은 "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처벌할 만한 것이냐"에서 갈립니다. 구성요건 단계에서 다툴지, 위법성 단계에서 다툴지를 함께 설계해야 하죠.

제가 게시물의 구성과 맥락, 작성 경위, 독자 범위를 구조적으로 정리해 방어선의 순서를 설계해 드리겠습니다. 게시물이나 표현으로 조사를 받고 계시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로톡 기재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령·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기관은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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