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치다 몸이 닿으면 폭행일까?
뿌리치다 몸이 닿으면 폭행일까?
법률가이드
고소/소송절차폭행/협박/상해 일반

뿌리치다 몸이 닿으면 폭행일까? 

이상협 변호사

새벽 2시, 길을 걷던 사람이 뒤에서 울린 택시 경적 때문에 시비가 붙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내려 따지기 시작했고, 그가 자리를 피하려 하자 기사는 계속 길을 막으며 팔꿈치로 수차례 그의 상체를 밀쳤습니다.

그는 줄곧 뒷짐을 진 채로 있다가, 기사가 계속 다가오자 뒷짐 진 상태로 몸을 돌리면서 팔꿈치로 기사를 밀쳤습니다. 그리고 폭행죄로 기소됐습니다.

1심은 유죄였습니다. CCTV에 "뒷짐을 진 상태로 몸을 돌리면서 왼쪽 팔꿈치로 의도적으로 밀치는 장면"이 확인되고, 이는 방어가 아니라 공격 의사로 보인다는 것이었죠. 항소심은 무죄로 뒤집었습니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요.

이상협 변호사의 이력

[학력]

경찰대학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원 건설환경공학부(교통공학 전공)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경력]

법무법인(유) 광장

법무법인(유) 지평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

경찰대학 교무과 경위

법률사무소 신임 대표변호사

경찰청 소송대리인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 법률지원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변호사


처벌 규정

  •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 : 2년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 제260조 제3항 : 반의사불벌죄 —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음


폭행은 '유형력'이 아니라 '불법한 유형력'입니다

많이들 오해하시는 지점입니다. 몸이 닿았다고 다 폭행이 아닙니다.

대법원 법리는 이렇습니다.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이고, 그 불법성은 ①행위의 목적과 의도 ②행위 당시의 정황 ③행위의 태양과 종류 ④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정도를 종합해 판단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7도21374 판결).

'밀쳤다'는 물리적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왜·어떤 상황에서·어떻게·얼마나 밀쳤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CCTV는 동작을 보여주지만 목적과 의도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여기에 대원칙이 겹칩니다.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없다면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항소심이 뒤집은 다섯 가지

①경위 — 피고인이 현장을 벗어나려 했는데도 상대가 계속 길을 막으며 팔꿈치로 수차례 상체를 밀침

②자세 — 피고인은 줄곧 뒷짐을 지고 있었고, 상대가 계속 다가오자 뒷짐 진 채 몸을 돌리며 밀침 → 뿌리치는 과정이지 공격 의도 아님

③고통의 정도 — 상대는 한 걸음 물러났을 뿐 별다른 충격 없이, 오히려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다가가며 피고인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함 → 고통을 줄 정도가 아니었음

④최초에 주장하지 않음 —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은 '상대가 가슴을 밀치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한 반면, 상대는 '택시 문짝을 손괴했다'는 주장만 하고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말은 하지 않음 → 피고인은 최초에 재물손괴로만 입건

⑤뒤늦은 진단서 — 상대는 사건일로부터 거의 1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요추 염좌 및 긴장, 2주 치료'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 → 이로 인해 약 5개월 뒤 폭행으로 추가 입건

②와 ③이 법리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뒷짐 진 자세'는 행위의 태양이고, '한 걸음 물러났을 뿐 계속 다가왔다'는 건 고통의 유무·정도죠. 그 둘이 행위의 목적과 의도를 역으로 드러냅니다.


'뒷짐'이 말해주는 것

가장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1심은 "뒷짐을 진 상태로 의도적으로 밀쳤다"며 공격 의사를 읽었는데, 항소심은 같은 사실을 정반대로 읽었습니다.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건 손을 쓸 의사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공격하려는 사람이면 손을 풀어 밀거나 때렸겠죠. 끝까지 뒷짐을 유지한 채 몸통만 돌린 것다가오는 상대를 뿌리치려는 반사적 동작에 훨씬 가깝습니다.

항소심 표현이 정확합니다. "길을 막으면서 계속 다가오는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이러한 행동에 이르게 된 것이지,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초 진술과 뒤늦은 진단서

사건 당일 두 사람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때 피고인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상대는 문짝 손괴만 주장하고 폭행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폭행을 당했다면 그날 경찰서에서 말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데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진단서가 등장했고, 그걸 근거로 약 5개월 뒤 폭행 혐의가 추가 입건됐습니다. 최초에 없던 주장이 뒤늦게 진단서와 함께 등장하는 패턴은 그 자체로 신빙성을 흔듭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 정당방위로 무죄가 된 게 아닙니다. 항소심은 아예 폭행의 고의(불법성)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구성요건 단계에서 걸러진 것이죠.

  • 피고인도 잘못이 있었습니다. 그는 택시 창문을 손으로 내리쳤고 그 때문에 재물손괴로 입건됐습니다. 이 판결은 폭행 부분에 관한 것일 뿐입니다.

  • 1심은 유죄였습니다. 같은 CCTV로 판단이 갈렸습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 뿌리치는 정도를 넘어 때리거나 밀쳐 넘어뜨렸다면 결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몸이 닿기만 해도 폭행인가요? 아닙니다. '불법한' 유형력이어야 하고, 목적·정황·태양·고통의 정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Q. CCTV에 미는 장면이 찍혔으면 유죄인가요? 아닙니다. 영상은 동작만 보여줍니다. 누가 먼저 막았는지, 이후 어떻게 행동했는지라는 맥락이 의도를 결정합니다.

Q. 상대가 먼저 밀쳐서 뿌리쳤는데요? 뿌리치는 과정의 접촉이고 고통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면 폭행의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Q. 상대가 나중에 진단서를 내면요? 발급 시점이 중요합니다. 당일 폭행 주장을 안 하다가 한참 뒤 진단서를 냈다면 인과관계와 신빙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Q. 처벌 수위는요? 2년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입니다. 반의사불벌죄라 합의하면 처벌 불가입니다.


정리하며

같은 영상을 보고도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1심은 "뒷짐을 진 채 의도적으로 밀쳤다"며 공격 의사를 읽었고, 항소심은 "뒷짐을 진 채였기 때문에" 오히려 뿌리치는 동작이라고 읽었습니다.

차이는 법리의 적용 방식이었습니다. 폭행은 '불법한' 유형력이고, 불법성은 목적·정황·태양·고통의 정도를 종합해야 합니다. 항소심은 네 요소를 하나씩 짚었습니다.

길거리 시비, 주차 다툼, 층간 갈등 — 서로 밀치고 붙잡는 과정은 순식간이고, 나중엔 누가 가해자인지 뒤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먼저 당한 쪽이 뿌리치다 오히려 입건되는 일이 드물지 않죠.

제가 영상의 전후 맥락, 최초 신고·진술, 진단서의 시점과 상병명을 대조해 검사의 증명이 어디서 무너지는지 찾아 드리겠습니다. 쌍방폭행으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아래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판결과 관련 법령·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당사자는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상협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8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