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빈 변호사입니다.
"법원에서 봉투가 왔습니다. 위자료 3,000만원을 물어내라는 소장이었습니다." "일단 무시하면 없던 일이 되지 않을까요?" 상간소송 소장을 받은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입니다. 답장을 하기도, 안 하기도 두려워 봉투를 며칠씩 덮어두는 분도 많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간소송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은 청구를 다투는 피고에게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제257조 제1항은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청구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침묵이 곧 인정으로 읽히는 구조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간소송이 어떤 소송인지, 30일이라는 기한이 왜 결정적인지, 소장을 받은 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툴 수 있는 갈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소장을 받았는데, 그냥 두면 알아서 지나가지 않을까요?"
1. 잃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간통죄는 2015년에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아무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형사 책임이 사라진 자리를 민사 위자료 청구가 대신 채웠습니다. 청구액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소송에서 정말로 걸려 있는 것은 금액만이 아닙니다.
- 근거는 민법 제750조 —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상간소송의 뿌리이고, 여기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가 첫 번째 다툼터가 됩니다
- 돈보다 무거운 것 — 청구가 인용되면 남는 것은 지급액수만이 아니라 '내가 남의 가정을 깬 사람'이라는 판단이고, 억울한 분들에게는 이쪽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 다른 절차로 번집니다 — 이 판단은 배우자 쪽 이혼 절차나 주변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그대로 인용될 수 있어, 소송 하나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 상대는 준비를 마치고 옵니다 — 원고 측은 카카오톡 대화·사진·통화기록 같은 증거를 모두 확보한 뒤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소장을 받은 시점에는 이미 기울어진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즉 상간소송은 "형사처벌이 없으니 가볍다"고 넘길 사건이 아닙니다. 돈을 물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사건이라면 금액만 따지면 되지만, 패소는 곧 '상간남·상간녀였다'는 판단이 남는 일입니다. 그래서 정말 억울한 분일수록 이 소송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많은 분들이 "간통죄도 없어졌는데 설마"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을 미룹니다. 그러나 다투지 않으면 금액이 그대로 확정될 뿐 아니라,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는지 한 번도 따져보지 못한 채 그렇다고 정리되어 버립니다. 억울함은 침묵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 조항은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750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30일 —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자백한 것이 됩니다
상간소송에서 시간은 피고 편이 아닙니다. 민사소송법 제256조 제1항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피고에게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한을 넘겼을 때 벌어지는 일이 문제입니다.
- 기산점은 송달받은 날 — 소장을 언제 열어봤는지가 아니라 송달받은 날부터 세기 때문에, 봉투를 며칠 덮어두는 사이에도 기한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 무변론판결 — 민사소송법 제257조 제1항은 답변서를 내지 않으면 청구원인이 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정해, 법정에 한 번 가보지도 못한 채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 — 같은 조항은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면 무변론판결을 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늦었더라도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 내용이 없으면 의미도 없음 — 기한만 지켰다고 끝이 아니라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사실을 다투는지가 답변서에 담겨야 하고, 여기서 잘못 인정한 내용은 이후 재판 내내 발목을 잡습니다
정리하면 침묵은 방어가 아니라 인정으로 읽힙니다. 억울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심정과, 법이 그 침묵을 어떻게 취급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더 어려운 것은 답변서의 내용입니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는 사건의 다툼 방향 전체를 결정하는데, 이 판단을 혼자 내리다가 다툴 수 있었던 부분까지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30일은 문서 한 장을 급히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을 정하는 시간입니다.
※ 답변서 제출과 무변론판결 조항은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소송법 제256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소장을 받은 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소장을 받으면 심장이 내려앉습니다. 그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대부분 사건을 더 나쁘게 만듭니다. 다투기도 전에 스스로 증거를 만들어 주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 원고에게 직접 연락 — "오해다", "미안하다" 어느 쪽이든 그 대화 자체가 녹음·캡처되어 법정에 제출될 수 있고, 사과의 표현은 부정행위를 인정한 정황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 대화·사진의 임의 삭제 — 상대는 이미 사본을 확보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삭제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불리한 정황만 남긴 채 내게 유리했을 맥락까지 함께 없애는 결과가 됩니다
- 배우자 쪽 당사자와 말 맞추기 — 두 사람의 진술을 맞추려다 그 과정이 드러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무너져, 원래 사실이었던 부분까지 믿지 않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 기한을 넘긴 뒤의 뒤늦은 대응 — 무변론판결이 선고된 뒤에 다투려면 훨씬 어려운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무엇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30일이라는 기한입니다
특히 위험한 것이 기록을 지우는 일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대화 내용 전체가 오히려 "상대가 기혼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불리해 보이는 기록이 곧 유리한 맥락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지워버리면 그 가능성까지 함께 사라집니다.
결국 소장을 받은 직후에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없애거나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기록을 보전한 채 다툴 방향부터 정하는 것입니다.
4. 다툴 수 있는 갈래는 하나가 아닙니다
상간소송은 "증거가 나왔으니 끝"인 사건이 아닙니다. 증거가 있다는 것과, 법적으로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다툴 수 있는 갈래는 여러 개이고, 내 사건이 어느 갈래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기혼 사실을 몰랐다 —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을 요구하므로, 상대가 기혼자임을 알지 못했고 그 점에 과실도 없었다면 책임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 이미 파탄된 부부였다 — 대법원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 시효가 지났다 — 민법 제766조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기간을 정하고 있어, 시점에 따라 청구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 부정행위가 아니었다 — 친밀하게 지낸 것과 법이 말하는 부정행위는 같지 않아, 관계의 실질이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다툴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상간소송은 다툴 갈래가 여러 개인 사건이고, 어느 갈래로 다투느냐에 따라 청구가 그대로 인정될 수도, 크게 줄거나 기각될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이 선택을 소장을 받은 직후, 그것도 혼자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갈래를 잘못 잡으면 30일을 지켜 답변서를 내고도 정작 다퉈야 할 지점을 놓치게 됩니다. 봉투를 받은 지금이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실제로 임승빈 변호사는 카카오톡·사진·모텔 결제내역 같은 증거가 이미 제출된 상간소송에서, 같은 갈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갈래로 다퉈 각각 다른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한 사건은 기혼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소명해 청구금액 3,000만원 전부를 방어했고, 다른 사건은 부정행위 자체는 다투기 어려웠지만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나 있었음을 입증해 3,000만원을 1,000만원으로 줄였습니다. 아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똑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실제 해결사례 두 건입니다. 눌러서 각각 어떤 갈래로 풀어냈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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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간소송 방어 — 카톡·사진·모텔 결제내역에 2년간 만남 이력까지 있었지만, 기혼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정황증거로 소명해 위자료 3,000만원 청구 전부 기각
두 사례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같은 3,000만원 청구라도 어느 갈래로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기혼 사실을 몰랐다는 갈래를 짚은 사건은 청구가 전부 기각됐고, 그 갈래를 쓸 수 없었던 사건은 혼인관계 파탄이라는 다른 갈래로 청구액을 3분의 1로 줄이고 소송비용도 원고가 66%를 부담하도록 판결받았습니다. 소장을 받은 지금, 내 사건이 어느 갈래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갈림길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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