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파산 파산관재인, '갑질'논란과 설명의무·부인권의 한계
법인파산 파산관재인, '갑질'논란과 설명의무·부인권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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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파산 파산관재인, '갑질'논란과 설명의무·부인권의 한계 

엄건용 변호사


파산관재인은 갑질하는 무서운 사람?

최근 수원회생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는 날이었다. 파산선고를 기다리면서 대표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파산관재인 후보자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변호사 뱃지를 차고 있었고 법정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파산관재인 후보자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파산관재인의 대표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양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놓고, 대표자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표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았다.

모든 파산관재인께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고압적인 태도로 대표자를 압박하는 파산관재인이 존재한다. 특히 파산관재인 면담 과정에서 압박감을 받는 대표자들이 꽤 있다.

오늘은 파산관재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에 관한 적절한 대응책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안내하고자 한다.

엄건용 변호사

파산관재인의 필요성

본격적인 논의 전에, 파산관재인이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 먼저 설명한다.


모든 대표자들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채무가 변제되도록 할 수 있다면, "파산 제도"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가 아닌 대표자가 채권자들을 공평하게 취급하는 것은 어렵다.

"파산 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채권자들을 공평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은 "파산 제도"를 현실에서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위에 있다.


채무자 회사는 법인파산 신청 전에 자산을 은닉하거나, 친한 거래처에게만 변제하거나, 대표자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돈을 쓰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대표자가 무언가 잘못 처리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모든 판사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회사의 업무 처리가 적절했는지 살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파산관재인이 선임되는 것이다. 즉, 파산관재인은 판사 대신 회사의 현황을 조사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도산 전문 변호사

법인파산 파산관재인의 지위와 권한

법원은 법인에 대한 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관재인을 선임해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312조 제1항). 거의 대부분의 파산관재인은 현직 변호사이다.

주식회사에 대한 파산선고가 나면, 그 주식회사의 자산은 파산재단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파산재단을 관리 및 처분하는 권한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한다(채무자회생법 제384조). 파산관재인이 기존 대표이사의 재무 관련 권한을 모두 가져간다.

파산관재인은 취임 후 즉시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의 점유 및 관리에 착수하여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479조).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를 받은 날 지체없이 회사의 모든 자산을 점유하여야 한다. 사무실이 있는 회사라면,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 이후 즉시 그 사무실에 방문하여 점유의 현황을 파악하고 특이사항이 없는지 점검하는게 원칙이다. 그리고 회사의 공인인증서나 OTP 같은 금융 거래 권한을 모두 가져가므로, 더 이상 대표자는 회사의 예금을 이체할 수도 없게 된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재단을 위하여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391조). 만일 파산신청 전 회사의 자산이 은닉된 사정이 있다거나, 대표자가 특정 거래처에게만 채무를 변제하는 등(이른바 "편파변제"의 문제), 파산관재인은 그 재산을 다시 회사의 자산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것이 "부인권의 행사"이다.

채권의 조사는 파산관재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채무자회생법 제452조). 파산관재인은 채권 조사의 실질적인 주체가 된다.

파산관재인의 임무가 종료한 때에는 파산관재인 또는 그 상속인은 지체 없이 채권자집회에 계산의 보고를 하여야 한다.

파산관재인은 주식회사에 대한 파산선고가 된 때 취임해서, 회사의 자산을 전부 팔아서 채권자들에게 배당한 다음("최후배당"), 계산 보고를 마치면 사임하게 된다.

파산관재인 보수는 누가, 얼마나 주는가 ?

파산관재인은 법원으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 당한 회사의 자산을 얼마나 수집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파산선고 받은 회사의 자산이 "파산재단"을 구성하는데, 이 "파산재단"에 포함시킬 자산을 많이 찾아내면 낼수록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구체적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엄건용 변호사

법인파산 파산관재인이 고압적인 이유 - 설명요구권과 부인권의 한계

파산관재인은 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는가?

파산관재인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는 실무적인 이유들이 있다. 이를 이해하면 조금은 마음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고, 때로는 협상에서 우위에 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파산관재인이 보유한 권한을 살펴보자. 파산관재인의 권한 중 제일 중요한 것 2가지를 뽑으라면, 첫째가 "설명요구권"이고, 둘째가 "부인권"이다.


먼저 "설명요구권"을 본다.

"설명요구권"은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채무자에게 파산 사건에 관하여 설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채무자는 파산관재인에게 파산에 관하여 필요한 설명을 하여야 하고(채무자회생법 제321조),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설명을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설명을 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채무자회생법 제658조). 파산관재인의 설명요구권은 단순한 "요구"가 아니다. 설명을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사실상의 강제력이 있는 "지시"에 가깝다.

파산관재인이 실제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대표자를 고소하는 경우가 있을까? 대표자가 대놓고 허위의 자료를 제출했고, 이로 인하여 파산관재인의 업무가 심각하게 방해를 받았다면 실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약간 비협조적으로 임했다거나, 자료 중 일부를 누락했다고 해서 위 조항을 근거로 고소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파산관재인은 개업한 변호사이고, 변호사에게 시간은 금이다. 파산관재인이 대표자를 고소하면 고소인으로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검찰의 보완수사라도 있으면 추가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검사가 공소 제기를 했는데, 대표자가 무죄를 주장하면, 법정에 나가 증인신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파산관재인은 개업한 변호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대표자를 실제 고소하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둘째로 "부인권"을 본다.

부인권은 소 제기를 통해 행사되는 것이 보통이다. 채무자회생법은 "부인권은 소, 부인의 청구 또는 항변의 방법으로 파산관재인이 행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채무자회생법 제396조), 실무에서 부인권 행사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은 소송의 제기이다.

부인권 행사 대상이 명확하고, 문제되는 금액이 크다면 소 제기의 방법으로 부인권 행사가 이루어지기 쉽다. 예를 들면 대표자가 파산 신청 직전에 자신의 배우자에게 회사 자산 중 10억원을 증여했다고 하자. 이는 부인 대상 행위인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파산관재인은 그 배우자를 상대로 부인의 소를 제기하고, 증여받은 1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편, 문제되는 금액이 적거나, 부인 대상 행위가 맞는지 애매 모호한 경우는 실제 부인권 행사를 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편파변제로 의심되는 거래가 있고, 그 금액이 5,000만원이고 하자. 파산관재인은 그 5,000만원을 되돌려 받기 위해 부인의 소를 제기할까?

쉽지 않다. 왜냐하면 소송을 해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데, 혹여 이기더라도 파산관재인이 얻는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법원으로부터 일부 추가 보수를 받게 되나, 소송을 하는 노력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추가 보수는 변호사 소송비용 산입 규칙에 따르는데, 그 금액은 최소한의 변호사 보수이다).

그러면 파산관재인 입장에서는 무엇이 좋을까?

1억원 중 5,000만원만 갚으라는 식으로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 과정에서 우위에 점하려면 대표자를 상대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대표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것처럼 겁을 주고, 임의 변제를 받으면 수월하기 때문이다.

파산관재인의 환가 실적은 법원의 파산관재인 보수 산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파산관재인 입장에서 최대한의 환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대표자에게 겁을 주는 것이 유용할 때도 있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부인권이나 설명요구권의 한계만으로 100% 추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부터 매너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이해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협상을 할 때 도움이 된다. 파산관재인 입장에서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파산재단을 구성할 자산을 수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표자들의 자진적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채무자 입장에서 어디까지 양보할 것인지 결정할 때 도움이 된다.

개인파산 vs 법인파산, 파산관재인 태도가 다른 이유

개인파산 사건의 경우 "면책" 결정을 받아야만 채무자가 채무를 탕감받게 된다. 그러나 법인파산 사건에서는 "면책"의 개념이 없고, 파산선고를 받은 때 사실상 법인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물론 절차는 "폐지" 또는 "종결" 결정을 받아야 끝난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선고를 받은 때 선임된다. 개인파산 사건에서 채무자는 파산관재인의 보고서 작성에 따라 "면책"을 받을지 여부가 달라지므로, 조금 과장하면, 파산관재인에 의하여 면책 여부가 결정되는 아주 불리한 지위에 있다. 그래서 개인파산 사건의 파산관재인은 심하게 겁을 줄 필요도 없다. 채무자들이 알아서 최대한 협조를 하기 때문이다.

법인파산 사건은 사정이 다르다. "면책"의 개념이 없고, 대표자를 상대로 "부인권"이나 "설명요구권"을 행사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표자의 협조를 얻어내려면 무언가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흔한 방법이 겁을 주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의 고압적인 태도, 해결 방법은?

인터넷에서는 파산관재인의 선량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게시물들이 많다.

그러나 파산관재인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입증하는게 어렵고, 가사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액"을 특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또한 파산관재인과 정면으로 싸우면서 소송을 한다면, 그 파산관재인 입장에서는 해당 회사의 재무 자료를 비롯하여 모든 자료를 더욱 꼼꼼히 살펴서, 해당 회사의 잘못을 찾아내려 노력할 것이다. 이는 채무자 회사 입장에서도 바라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파산관재인이 다소 고압적으로 했다고 해서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청 대리인(필자와 같은 변호사)과 논의해서, 파산관재인의 요구 사항 중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협상할 것은 협상하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파산관재인의 권한 행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소 기분이 나쁠 수는 있으나, 위에서 설명한 파산관재인의 심리를 이해해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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