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된 집을 안 비우면 정말 처벌될까요?
수용된 집을 안 비우면 정말 처벌될까요?
법률가이드
형사일반/기타범죄

수용된 집을 안 비우면 정말 처벌될까요? 

이상협 변호사

"집을 비우라는데 갈 곳이 없습니다" | 수용된 집을 안 비우면 정말 처벌될까요?

공익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되면 법은 간단히 말합니다. 수용 개시일까지 집을 비우고 넘기라고요(토지보상법 제43조). 안 비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제95조의2 제2호).

그런데 현장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 살아온 집이자 생계의 터전인데, 받은 보상금으로는 같은 조건의 집과 농지를 다시 마련할 수 없고, 약속된 이주단지는 아직 설계도 안 나온 상태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그래도 나가라, 안 나가면 범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이 답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 갈 곳이 없었다면 '정당행위'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2025년 9월, 이주대책이 실제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의 인도를 거절한 것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493 판결).

논리의 출발점은 기본권입니다. 인도를 강제하고 어기면 처벌하는 조항은 거주이전의 자유(헌법 제14조), 직업의 자유(제15조), 재산권(제23조)을 크게 제한합니다. 그러니 공익사업의 효율성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기본권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이 보는 다섯 가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은 이렇습니다.

  • 무엇을 잃는가 — 특히 집을 내줌으로써 생활의 근거 자체를 잃는지

  • 이주대책이 실제로 실시됐는가 — 토지보상법 제78조에 따른 이주대책 수립·실시, 이주정착금 지급 여부

  • 얼마나 오래, 어떻게 살아왔는가 — 보유 기간과 그동안 형성한 생활환경

  • 실제로 옮겨 갈 수 있었는가 — 이주의 용이성

  • 사업에 얼마나 지장을 줬는가 — 인도 거절이 공익사업에 미친 영향

정리하면, "보상금 줬으니 나가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주가 가능한 상태였는지를 함께 보라는 것입니다.


실제 사건은 이랬습니다

군부대 이전 사업으로 집이 있는 땅이 수용된 주민이, 수용 개시일이 지나도록 집을 비우지 않아 기소된 사건이었습니다. 1심·2심은 유죄였지만 대법원은 뒤집었습니다.

  • 그는 수십 년 그 집에 살며 인근에서 과수를 재배해 생계를 꾸려 왔습니다. 집을 내주는 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주거와 직장을 포함한 생활 터전 전부를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 이주대책대상자로 선정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시기에는 실시계획 승인조차 나지 않았고, 이주단지 설계·착공·분양공고는 모두 한참 뒤의 예정 일정일 뿐이었습니다.

  • 그래서 분양받을 땅이 어디인지, 어떤 모습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권리로서의 수분양권이 부여됐다고 보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 실제로 임시거주시설이 제공되자 그는 곧바로 이사하고 집을 넘겼습니다. 버티려던 게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 그의 거절로 군부대 이전 사업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고 볼 사정도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정들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고 보고 파기·환송했습니다.


'선정'과 '실시'는 전혀 다릅니다

이 판결의 실무적 핵심은 여기 있습니다. 사업시행자는 "대상자로 선정했으니 할 일은 했다"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선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실시계획 승인 → 설계 → 착공 → 분양가 산정 → 분양공고 → 분양신청·추첨 → 준공을 거쳐 내가 받을 땅이 특정되어야 비로소 "이주할 곳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나가라고만 하는 건, 사실상 갈 곳 없이 내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 이 판결은 파기·환송입니다. 무죄 확정이 아니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입니다.

  • 인도 의무 자체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보상금 받고 막연히 버티는 것은 여전히 처벌 대상입니다.

  • 이주대책이 실제로 실시되었거나 이주정착금이 지급됐다면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 거절로 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었다면 불리합니다. 이 사건은 그런 사정이 없었습니다.

  • 주거용 건물이 아닌 경우(투자 목적 보유 등)에는 이 법리가 좁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거절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갈 곳이 실제로 마련됐는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용됐는데 집을 안 비우면 처벌되나요?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 갈 곳이 없어도 무조건 나가야 하나요? 아닙니다. 이주대책이 실제로 실시되지 않아 옮겨 갈 곳이 없었다면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Q. 이주대책대상자로 선정만 되면 충분한가요? 부족합니다. 실시계획 승인·분양공고 등을 거쳐 구체적 수분양권이 부여되어야 실질적 이주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Q. 보상금을 받았는데도 정당행위가 되나요? 수령 사실만으로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그 보상으로 종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가 함께 고려됩니다.

Q.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이주대책 진행 경과(실시계획 승인·설계·착공·분양공고 시점), 거주 기간과 생계 자료, 보상금 내역, 대안이 제시됐을 때 응한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시면 좋습니다.


정리하며

공익사업은 필요하지만, 그 부담이 한 사람의 삶 전부를 무너뜨리는 방식이어선 안 됩니다. 이번 판결은 그 균형을 형사법의 언어로 확인해 주었습니다. 다만 '안 나가도 된다'는 면허는 아니며, 승패는 이주대책의 실제 진행 단계를 얼마나 정확히 재구성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수용재결서, 보상금 내역, 이주대책 공고·통지, 실시계획 승인 시점 등을 함께 검토해 대응 순서를 잡아 드리겠습니다. 수용·보상 문제로 형사 절차에 놓이셨다면, 로톡 상담 요청 또는 로톡 기재 연락처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실제 선고된 대법원 판결과 관련 법령에 기초한 일반적 법률정보로, 등장인물·지역은 익명 처리하였고 사실관계는 이해를 돕기 위해 추상화하였으며 구체적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상협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35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