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빈 변호사입니다.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 상대가 알고 보니 경찰이었습니다. 이렇게 잡는 것도 적법한가요?" 그루밍 위장수사로 입건된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말입니다.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은밀한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자, 수사기관은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 접근하는 그루밍 위장수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수사관이 아동·청소년으로 위장해 채팅으로 접근한 뒤, 약속 장소로 유인해 현장에서 곧바로 단속·체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만나기로 한 자리에 나갔다가 그대로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됐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이 수사가 적법한 것인지, 어디까지 다툴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위장수사는 아청법 제25조의2에 근거를 둔 합법적 수사 기법입니다. 그러나 그 요건과 절차는 매우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이를 벗어나면 위법한 수사가 되어 확보한 증거를 다툴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이 피해자인 사안은 그 자체로 매우 무겁게 다뤄지지만, 그렇다고 수사의 적법성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그루밍 위장수사가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어떻게 나뉘는지, 어떤 절차와 기간 제한을 거쳐야 하는지, 함정수사로 다툴 수 있는 경계는 어디인지, 그리고 입건됐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이 글은 수사를 피하거나 흔적을 지우는 방법을 다루지 않습니다. 이미 성립한 범죄는 어떤 방법으로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수사관이었다면, 이 수사는 처음부터 적법했던 걸까요?"
1. 그루밍 위장수사란 — 신분비공개·신분위장수사
그루밍 위장수사는 아청법 제25조의2가 정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 특례'입니다. 사법경찰관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계획·실행 중이거나 실행했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의 실행 저지·범인 체포·증거 수집이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해 신분을 감추고 수사할 수 있습니다.
- 신분비공개수사 —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접근·관찰, 채팅방 잠입
- 신분위장수사 — 위장 신분의 문서·전자기록 작성, 성착취물 소지·판매·광고까지 가능
- 신분비공개수사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
- 신분위장수사는 검사 신청 → 법원 허가 필요
핵심 차이는 통제의 강도입니다. 신분비공개수사는 경찰 내부 승인으로 가능하지만, 더 강한 개입인 신분위장수사는 검사의 신청을 거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위장수사가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에 따라, 지켜야 할 절차와 다툴 지점도 달라집니다.
2.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 — 법원 허가·기간 제한
위장수사가 적법하려면 정해진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특히 신분위장수사는 개입의 강도가 크기 때문에, 수사기관 내부 판단만으로는 할 수 없고 검사의 신청과 법원의 허가라는 사법적 통제를 거쳐야 합니다.
- 신분비공개수사 —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사전 승인
- 신분위장수사 — 검사 신청 → 법원 허가
- 허용 기간 — 3개월 초과 금지(연장은 다시 허가)
- 종료 의무 — 목적 달성 시 즉시 종료
중요한 것은 이 절차가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요건 없이 착수했거나, 법원 허가 없이 신분위장 단계로 나아갔거나, 3개월의 기간 제한을 넘겨 수사를 이어갔다면, 그렇게 확보한 증거의 적법성을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위장수사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해 허용되는 예외적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 근거 조항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함정수사인가 —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그루밍 위장수사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것이 함정수사 논란입니다. 수사관이 위장 신분으로 접근해 대화를 유도한 끝에 범죄가 성립했다면, "수사기관이 없던 범죄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다툼이 생깁니다. 다만 판례는 여기서 두 유형을 명확히 구별합니다.
- 기회제공형(적법) —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 기회만 제공, 상대가 먼저 접근·요구
- 범의유발형(위법) — 범의가 없던 사람에게 수사기관이 적극 권유·유인해 범의를 만들어냄
- 범의유발형이면 위법한 함정수사로 공소를 다투거나 증거를 배제할 여지
- 절차 위반(요건·허가·기간)이 있으면 위법수집증거 배제도 함께 검토
따라서 다퉈야 할 지점은 "누가 먼저, 어떤 대화로, 어느 정도까지 유도했는가"입니다. 채팅 로그의 흐름, 접근의 주도권, 수사관의 발언 강도 등을 통해 기회제공형인지 범의유발형인지가 갈립니다. 방어의 승부처는 '했느냐'가 아니라, 범의가 어디서 비롯됐는지와 절차가 지켜졌는지입니다.
4. 위장수사로 입건됐다면, 지금 할 일
그루밍 위장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출석 요구나 압수수색을 받았다면, 가장 먼저 신분비공개 단계인지 신분위장 단계인지, 법원 허가와 기간 요건이 지켜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위장수사 단계(비공개/위장)와 법원 허가·기간 준수 여부 확인
- 채팅 로그상 접근 주도권 — 기회제공형인지 범의유발형인지 정리
- 절차 위반이 있다면 위법수집증거 배제 주장 검토
- 임의 삭제·초기화 금지 — 증거인멸로 읽혀 더 불리해질 수 있음
특히 주의할 것은, 이 글이 수사를 피하거나 흔적을 지우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성립한 범죄는 그런 방식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임의 삭제는 반성 없는 태도로 평가돼 처벌을 무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수사가 적법했는지를 법적으로 다투는 방어'입니다.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위장수사도 법이 정한 요건·허가·기간을 벗어나면 그 적법성을 다툴 수 있고, 함정수사의 유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위장수사로 입건됐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임승빈 변호사는 대화를 나눈 사실 자체는 다투기 어려웠던 사건에서 '성착취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파고들어 경찰 단계 불송치를 받아냈고, 다른 혐의와 병합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사건에서도 구속을 막고 합의 없이 집행유예를 이끌어냈습니다. 아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과 똑같은 고민에서 시작된 실제 해결사례입니다. 눌러서 어떻게 풀어냈는지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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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착취목적대화 무혐의 — 미성년자와 대화한 사실은 있었지만 '성착취 목적'이 아니었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점을 다퉈 경찰 불송치
2️⃣ 성착취목적대화 집행유예 — 전과·다른 혐의 병합으로 구속·실형이 우려되던 사건, 구속을 막고 합의 없이 집행유예
이 사례들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대화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어도, 절차의 적법성과 '성착취 목적'이라는 다툴 지점을 어떻게 정리해 소명하느냐에 따라 한 사건은 경찰 단계 불송치로 끝났고, 다른 사건은 구속을 막고 집행유예까지 갔다는 것입니다. 위장수사로 남겨진 대화는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지만, 그 대화의 '목적'은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경찰의 출석 요구나 압수수색을 받은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입니다. 준비 없이 진술하는 것과, 방향을 잡고 나선 대응은 결과를 완전히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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