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이 회의록을 고치게 했는데, 왜 '무죄'가 나왔을까? — 사문서변조와 '간접정범'의 경계
관리소장이 회의록을 고치게 했는데, 왜 '무죄'가 나왔을까? — 사문서변조와 '간접정범'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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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장이 회의록을 고치게 했는데, 왜 '무죄'가 나왔을까? — 사문서변조와 '간접정범'의 경계 

신지수 변호사

사건의 발단: '확인서'를 '합의서'로, 그리고 회의록에 추가된 한 줄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하자보수 종결 문서를 둘러싸고 다툼이 있었습니다. 시공사와 사이에 작성된 '하자담보 책임 종료(하자보증 종결합의) 확인서'의 제목을 '합의서'로 바꿔야 하는지, 바꾸려면 입주자대표회의의 재의결이 필요한지를 두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아파트 관리소장(피고인)이 2023년 7월 28일 입주자대표회의 이사인 C에게 "LH공사의 구두권고에 따라 회의록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C은 그날 회의록의 '주요 안건'란에 '기타(안)'을 추가하면서, '확인서'를 '합의서'로 변경하기로 하고 기존 확인서를 회수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회의록에 적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회의록은 관리사무소에 비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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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행위를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로 보고 관리소장을 기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직접 쓰지 않은 사람을 '변조의 범인'으로 볼 수 있는가

— 간접정범

이 사건의 독특한 점은, 회의록에 실제로 글자를 써 넣은 사람은 관리소장이 아니라 작성 권한이 있는 이사 C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리소장을 어떻게 사문서변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검찰의 논리는 간접정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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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정범이란, 처벌되지 않거나 범죄의 인식이 없는 다른 사람을 '도구나 손발처럼' 이용해 범죄를 실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검찰은 "관리소장이, 회의록을 변조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C을 마치 도구처럼 이용해 회의록을 변조하게 했다"고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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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사건의 승패는 다음 한 가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과연 관리소장이 C을 '도구처럼 지배·조종'했다고, 즉 C이 자신의 의사가 억압된 채 시키는 대로 따른 도구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1심의 판단: 간접정범이 증명되지 않았다 — 무죄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관리소장이 C을 도구처럼 이용해 회의록을 변조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위 관계입니다. 관리소장은 회의록 작성 권한이 있는 이사 C에게 지시하거나 그 의사를 억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C은 회의록 작성 권한자이므로 관리소장의 요청에 구속되지 않고, 거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을 처지도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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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C 자신의 인식입니다. C은 회의 전 '확인서'를 '합의서'로 바꾸기 위한 재심의를 안건에 넣자고 회장에게 요청했지만 그 안건은 심사되지 않았습니다. 그 경위에 비추어, C은 '확인서를 합의서로 변경하기로 하는 결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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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진술의 한계입니다. C은 "관리소장이 LH에서 구두권고를 받았다고 했고, 적어야 하느냐고 묻자 적으라고 해서 생각 없이 적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소장이 변경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C으로 하여금 허위 사실을 회의록에 적을 수밖에 없게 만든 특별한 사정이라고 볼 자료는 없었습니다.

항소심의 판단: 검사 항소 기각, 무죄 확정

검사는 "C이 회의록 작성에서 관리소장의 조언에 의지했고, 합의서로 바꾸는 데 반대하던 C이 스스로 그런 내용을 적을 이유가 없으며, 관리소장이 LH 권고를 빙자해 C의 행위를 조종했다"며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단이 타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이 1심에 더해 짚은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공소사실의 전제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공소사실은 '주민들 사이에 하자보수 공사완료 여부에 관한 의견 충돌이 발생하자' 관리소장이 변조를 계획했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런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다툼의 실체는 '확인서를 합의서로 바꿀지, 바꾼다면 재의결이 필요한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즉 변조의 동기로 제시된 사실관계부터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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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는 사실상 C의 진술이 유일했는데,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여러 정황 — 5월 회의 통보서와 회의록에 이미 '합의서'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 감사 D가 확인서 제목에 계속 이의를 제기했던 점, 회장 E가 며칠 뒤 제목을 '합의서'로 수정한 점, 확인서 본문에 이미 '최종 종결 합의한다'는 문구가 있었던 점 — 을 종합하면, 제목이 '확인서'로 된 것이 적절치 않다는 데에는 구성원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통된 인식이 있었습니다.

특히 C의 진짜 입장이 드러났습니다. C은 제목 수정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수정하려면 입주자대표회의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C은 7월 31일 단체 대화방에서 "추가 기재한 내용은 잘못 의결한 사항이니 재심의해야 하지 않느냐"며 의견을 구했고, 8월에는 재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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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설령 관리소장이 "LH 구두권고에 따라 회의록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 인식이 없는 C을 지배·조종해 회의록을 추가 기재하게 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비추어 관리소장이 C으로 하여금 회의록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지배력을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 판결이 남긴 메시지

신지수 변호사가 보기에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문서 수정'이 어떻게 형사 문제로 비화하는지, 그리고 그 처벌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잘 보여 줍니다.

첫째, 간접정범은 '이용'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설명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을 '도구로 이용했다'고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이용당했다는 사람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위였다면, 그를 '의사가 억압된 도구'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C이 회의록 작성 권한자였고 결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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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회의록 등 단체 문서를 수정할 때는 '권한'과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 관리소장이든 임원이든, 회의록·확인서 같은 문서를 고칠 때는 누구의 권한으로, 어떤 의결에 근거해 수정하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무죄가 났지만, 의결이 없는데도 의결이 있었던 것처럼 기재했다면 그 자체로 다른 형사·민사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수정의 근거(재의결 여부, 권고 공문 등)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길입니다.

셋째, 형사사건의 승패는 '직접증거 한 개의 신빙성'에서 갈립니다. 이 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는 사실상 한 사람의 진술뿐이었고, 법원은 객관적 정황과 대조해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형사 방어에서는 유일한 직접증거의 신빙성을 객관적 자료로 탄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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