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 건물에는 태생적인 갈등 구조가 있습니다. 아래층 상가와 위층 아파트는 한 건물에 살지만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관리비를 어떻게 나눌지, 주차장과 설비 공간을 누가 쓸지를 두고 부딪히기 시작하면, 결국 "관리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근본 질문으로 번집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이 딱 그렇습니다.
고양시의 한 주상복합. 지상 1~3층은 상가, 4~14층은 52세대 공동주택입니다. 2008년부터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이름의 단체(채무자)가 건물 전체를 관리하며 상가에서도 관리비를 걷어 왔습니다. 그런데 상가 구분소유자들이 별도로 "상가 관리단"(채권자)을 만들면서 전선이 그어졌습니다. 상가 측은 상가 안에 있는 EPS실(전기배선 공간)과 지하 2층 주차장 일부가 자기들만의 공용부분이라며, 기존 관리단이 여기에 자물쇠를 채우고 분리수거장을 설치하는 등 관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을 냈습니다.
이름은 입주자대표회의, 실체는 관리단
상가 측의 첫 번째 공격 포인트는 "당신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일 뿐, 상가까지 관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간판이 아니라 실체를 봤습니다.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따로 설립 절차를 밟아야 생기는 조직이 아니라,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하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당연히 성립하는 단체입니다. 채무자는 십수 년간 상가를 포함한 건물 전체를 관리하고 상가에서도 관리비를 걷어 왔으며, 관리규약의 관리 면적에도 상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입주자대표회의"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가 곧 건물 전체의 관리단이라는 겁니다. 주거 부분에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서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에 의한 전체 관리가 막히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상가 관리단의 아킬레스건, 규약
문제는 상가 측 자신의 자격이었습니다.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은 당연히 성립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집합건물법 제28조 제2항이 정한 규약, 즉 일부공용부분 구분소유자들이 정족수를 갖춰 만든 전용 규약이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런데 상가 측이 내민 규약은 문언상 당연설립 관리단을 가리키고 있었고, 더 치명적으로 그 관리대상에 건물 전체가 함께 쓰는 주차장·기계실류가 섞여 있었습니다. 상가만의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라면서 정관은 건물 전체에 손을 뻗고 있었던 셈이죠. 법원은 이 규약으로는 일부공용부분 관리단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고, 과거 관리인 자격이 없는 사람과 맺은 합의서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신청 전부 기각.
지는 싸움에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이 결정은 상가 관리 분리를 꿈꾸는 분들에게 반면교사입니다. 마음이 앞서 가처분부터 내면 이렇게 됩니다. 순서는 서류가 먼저입니다. 어느 공간이 상가만의 일부공용부분인지 도면과 대장으로 특정하고, 상가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의 정족수로 상가 전용 규약을 만들되, 관리대상에서 건물 전체 공용부분을 철저히 걷어내야 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상가 측은 항고심에서 규약을 전부 뜯어고친 끝에 결론을 뒤집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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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랜드로 | 부동산 전문 변호사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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