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관리사무소에서 5번 고함·욕설, 왜 '집행유예'까지 나왔을까?
민원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관리사무소에서 5번 고함·욕설, 왜 '집행유예'까지 나왔을까?
법률가이드
명예훼손/모욕 일반형사일반/기타범죄건축/부동산 일반

민원이 안 받아들여진다고 관리사무소에서 5번 고함·욕설, 왜 '집행유예'까지 나왔을까? 

신지수 변호사

사건의 발단: 편의시설 운영위원의 반복된 '민원'

충북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피고인은 이 아파트 입주민이자, 단지 내 편의시설의 운영위원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관리팀장, 직원, 그리고 관리소장이었습니다.

​

피고인은 편의시설의 보일러 고장, 청소도구 지급, 청소 인력, 에어컨 가동, 화장실 쓰레기통 같은 문제를 두고 2024년 9월부터 10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예컨대 보일러 건에서는 이미 "업체에 부품 주문과 수리를 의뢰해 두었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직원들에게 "왜 아침 회의에서 안 다뤘냐", "고치라고" 하며 약 6분간 고함을 질렀습니다. 청소 인력 건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약 98분간 소란을 피웠고, 직원의 퇴거 요청을 받아 나간 뒤에도 다시 찾아왔습니다. 에어컨 건에서는 직원에게 "에어컨이 꺼져 있었으면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

마지막 5번째 날에는 직원에게 인격을 모욕하는 발언과 함께 "열 명 서명 받아 그만두게 하겠다"고 했고, 관리소장과 다른 직원들에게는 차마 옮기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으며 약 22분간 고함을 질렀습니다.

​

검찰은 이 다섯 번의 행위를 모두 업무방해로 기소했습니다.

핵심 쟁점: '민원·항의'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경계

피고인 측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편의시설 운영위원으로서 입주민들의 요구를 전달했을 뿐이고, 업무방해의 고의도 없었으며 '위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1항)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때 성립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

첫째, 피고인의 고함·욕설이 '위력'에 해당하는가.

둘째, 실제로 업무가 방해되었는가.

셋째,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의 고의가 있었는가.

법원의 판단 ① — 고함과 욕설은 '위력'에 해당한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들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피해자들의 대답이나 해명에도 아랑곳없이 고함과 욕설을 시작해 적게는 6분, 많게는 수십 분간 이어진 점, 공소사실에 적힌 피해자들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도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한 점, 정당한 퇴거 요구에도 불응한 점, 그리고 피고인이 소란을 피우는 동안 관리사무소 직원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한 채 일어서 있었던 점을 종합한 결과입니다.

법원의 판단 ② — 업무방해는 '위험'만 발생해도 성립한다

피고인 측은 실제로 업무가 방해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다툴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법원은 업무방해죄의 성격을 분명히 했습니다.

​

업무방해죄는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필요는 없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성립합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관리사무소에서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운 그 순간부터 업무가 방해될 위험은 이미 발생한 것입니다. 게다가 실제로도 직원들이 정상 업무를 하지 못하고 피고인에 대한 대응에만 매달린 모습이 확인되어, 업무방해의 결과까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③ — '미필적 고의'면 충분하다

고의에 관해서도 법원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업무방해의 고의는 반드시 업무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나 계획적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로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충분하고, 그 인식·예견은 확정적이지 않은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됩니다.

​

피고인이 관리사무소에 들어가 직원들을 향해 고함과 욕설을 했고, 직원들이 일어서서 항의하거나 퇴거를 요청했는데도 거부하며 더 크게 고함을 지른 점, 그 과정에서 직원과 신체적 접촉까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로 업무가 방해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선고 결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되 2년간 집행을 유예하고, 사회봉사 40시간을 명했습니다.

양형에서 법원은 죄질을 무겁게 보았습니다. 민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불만으로 여러 차례 찾아가 고함과 욕설로 업무를 방해한 경위와 횟수, 욕설의 정도가 좋지 않은 점, 피해자들의 해명에도 오로지 자기주장만 관철하려 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입주민이자 운영위원이라는 지위를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이런 행위는 정당한 민원 제기나 항의의 정도를 훨씬 넘어선 것이어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증거관계가 비교적 분명함에도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은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

다만 피고인이 그 아파트에서 이미 이사해 추가 분쟁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 한 명이 고소를 취하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정했습니다.

이 판결이 남긴 메시지

신지수 변호사가 보기에 이 사건은 입주민의 '민원'이 어느 선을 넘으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첫째, '정당한 민원·항의'와 '업무방해'는 태도와 정도에서 갈립니다. 시설 하자나 운영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입주민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이미 처리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이라는 답을 듣고도 고함과 욕설로 직원을 제압하고 퇴거 요청에도 불응하면, 그 순간 권리 행사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성격이 바뀝니다. 운영위원이라는 지위도 이를 정당화해 주지 않습니다.

​

둘째, 업무방해죄는 '결과'가 아니라 '위험'으로 성립합니다. 실제로 업무가 마비되지 않았더라도, 직원들이 정상 근무를 못 하고 대응에 매달릴 정도의 소란이면 이미 죄가 성립합니다. "업무가 실제로 멈추지는 않았다"는 항변이 통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셋째, 고의는 '방해할 의도'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업무를 방해할 목적이 없었더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처벌됩니다. "전달만 하려 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

넷째, 녹취·영상은 양날의 검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녹취 자료와 영상 캡처가 핵심 증거였습니다. 관리사무소처럼 다툼이 잦은 공간은 대부분 녹음·녹화가 이루어지므로, 격앙된 순간의 발언이 그대로 증거로 남습니다. 분쟁 현장에서는 감정적 대응보다 서면·정식 절차를 통한 문제 제기가 결국 자신을 보호하는 길입니다.

​

한편 이 판결은 관리주체에게도 시사점을 줍니다. 반복적인 폭언·소란이 있을 경우 녹취·CCTV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퇴거 요청과 그 불응 사실을 기록해 두면 직원 보호와 형사 대응의 출발점이 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입주민 사이의 업무방해·모욕 등 형사 사건, 입주민의 민원이 형사 문제로 번진 사안의 방어, 또는 관리직원에 대한 폭언·갑질 대응으로 고민하고 계신가요? 사건 초기의 녹취·영상 분석부터 위력·고의 여부의 법리 검토, 형사 방어와 양형 전략까지, 형사·집합건물 분야의 경험과 정밀한 법리 분석으로 의뢰인의 권리를 지켜드리겠습니다.

​

※ 본 글은 공개된 판결을 토대로 한 판례 평석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개별 사안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에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신지수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52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