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대금이나 수리비를 받지 못해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는 중에, 비어 있는 그 건물을 직접 사무실로 쓰거나 들어가 살거나 남에게 세를 놓아도 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잘못 사용하면 민법 제324조 위반이 되어 소유자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애써 확보한 담보를 통째로 잃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사용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어서, '보존에 필요한 사용'과 '승낙이 필요한 사용'의 경계를 아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디까지 써야 소멸청구를 당하지 않는지, 무단으로 쓰면 무엇을 잃는지, 이미 사용하고 있다면 어떻게 방어할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유치권 행사 중 사용의 원칙 — 민법 제324조가 정한 세 가지
유치권은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붙잡아 두는 권리일 뿐, 그 물건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민법 제324조는 유치권자에게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째,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해야 합니다. 둘째, 채무자(또는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대여·담보제공할 수 없으며, 다만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예외로 허용됩니다. 셋째, 이 의무를 위반하면 소유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다툼이 집중되는 지점은 두 번째 항목입니다. '사용'이라는 한 단어 안에, 승낙이 없어도 되는 보존 목적의 사용과, 승낙이 반드시 필요한 수익 목적의 사용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빈집에 사람이 살면서 환기하고 난방을 유지해 동파·부식을 막는 것과, 그 집을 세놓아 임대료를 챙기는 것은 같은 '사용'이라도 법적 평가가 정반대로 갈립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행위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유치권자의 사용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의 승낙이 필요하고, 오직 '보존에 필요한 사용'만이 승낙 없이 허용되는 예외입니다.
거주·자가 사용은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공사대금채권에 기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람이 스스로 유치물인 주택에 거주하며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주택의 보존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서 보존에 필요한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107009 판결). 빈 건물은 방치할수록 빨리 상하기 때문에, 유치권자가 직접 들어가 관리하며 사는 것은 오히려 담보물의 가치를 지키는 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이 법리를 실제 상황에 대입해 보면 이렇습니다. 신축 빌라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시공사가 완공된 세대에 직원을 상주시키거나 대표가 직접 거주하면서 건물을 관리한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반면 같은 세대를 제3자에게 임대해 임대료를 받는다면, 이는 보존이 아니라 수익을 얻는 행위여서 성격이 전혀 달라집니다.
다만 '보존에 필요한 사용'인지는 건물의 종류와 사용 태양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주거용 건물을 사람이 거주하며 관리하는 것은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쉽지만, 사용 방식이 오히려 건물을 훼손하거나 용도를 벗어나 남용에 이르면 보존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주니까 무조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보다, 사용이 보존 범위 안에 머무는지를 늘 점검해야 합니다.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어도 차임 상당액은 돌려줘야 한다
거주·사용이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인정되어 소멸청구를 피하더라도, 그 사용으로 얻은 이익까지 공짜로 갖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유치물을 사용해 이익을 얻은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에 상당한 이득을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1다107009 판결). 사용 자체가 적법하다는 것과, 그 사용으로 생긴 이익을 정산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로 이 차임 상당 부당이득은 피담보채권과 상계하거나 정산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유치권자가 받을 공사대금 등 채권에서, 그동안 건물을 사용해 얻은 차임 상당액이 공제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오래 거주할수록 정산해야 할 사용이익이 쌓인다는 점을 미리 계산에 넣어야 하고, 사용 기간과 시세 차임을 스스로 기록해 두는 것이 나중의 정산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무단임대·무단담보제공은 곧바로 소멸청구 사유가 된다
거주와 달리,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보존에 필요한 사용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납니다. 이는 민법 제324조 제2항 위반이므로, 소유자는 제324조 제3항에 따라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의 무단임대만으로도 담보 전체를 잃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 주의할 점은 소멸청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입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임대한 뒤, 그 임대행위가 있은 다음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판결). 예를 들어 경매로 건물을 낙찰받은 새 소유자가, 자신이 소유자가 되기 전에 있었던 유치권자의 무단임대를 이유로 소멸청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는 특히 경매 절차에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측에 큰 위험이 됩니다. 낙찰자로서는 종전의 무단임대 사실만 입증하면 유치권을 깰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유치권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소유자가 바뀔 텐데'라는 생각으로 무단임대를 하면, 새 소유자에게 소멸청구의 빌미를 남기는 셈이 됩니다.
승낙 없는 임대나 담보제공은 단 한 번이라도 소멸청구 사유가 되며, 그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새 소유자도 소멸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소멸청구의 효과 — 손해가 없어도, 되돌릴 수 없다
유치권 소멸청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소유자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의무 위반 사실 자체만으로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내가 세를 놓았지만 건물에 아무 피해도 주지 않았다'는 항변은 소멸청구를 막는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소멸청구는 소유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효력이 생기는 권리입니다. 소유자가 소멸청구의 의사표시를 하면 그 시점에 유치권은 소멸하고, 유치권자가 뒤늦게 임대차를 해지하거나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소멸의 효과가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한 번 잘못 쓰면 사후에 수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용 방식은 처음부터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유치권이 소멸하면 유치권자는 목적물을 인도해야 하고, 피담보채권을 담보 없이 일반채권으로만 청구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물건을 붙잡아 변제를 압박하던 힘을 잃는 것이므로, 회수 가능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유치권의 실익이 바로 이 '점유를 통한 압박'에 있는 만큼, 소멸청구를 자초하지 않는 관리가 곧 채권 회수 전략입니다.
실무 대응 — 승낙 확보와 사용 범위 관리
유치권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면, 사용 여부와 방식을 미리 정리하고 근거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아래 항목을 점검해 두면 소멸청구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수익 목적 사용은 반드시 서면 승낙: 임대·담보제공처럼 승낙이 필요한 사용은 소유자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아 두어야 뒤탈이 없습니다.
거주·관리는 '보존 범위' 안에 둘 것: 직접 거주하며 관리하더라도 건물을 훼손하거나 용도를 벗어나 남용하지 않도록 사용 태양을 절제해야 합니다.
사용이익은 정산을 전제로 기록: 사용 기간과 시세 차임을 기록해, 나중에 차임 상당 부당이득 정산에서 다툼을 줄입니다.
이미 무단임대 중이라면 즉시 상태 정리: 소멸청구 전이라면 임대차를 정리하고 승낙을 확보하는 등 위반 상태를 해소하는 방향을 검토합니다.
경매가 걸린 물건은 특히 주의: 소유자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종전 무단사용이 새 소유자에게 소멸청구 빌미가 되므로 더 엄격히 관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을 시작하기 전에 그 사용이 '보존에 필요한 사용'인지 '승낙이 필요한 사용'인지를 구분하는 판단입니다. 이 구분은 건물의 종류, 사용 목적, 구체적 태양에 따라 달라지므로, 애매하다면 사용을 개시하기 전에 법률적 검토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사대금을 못 받아 점유 중인 빈집에 제가 직접 들어가 살아도 되나요?
A. 스스로 거주하며 관리하는 사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존에 필요한 사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대법원 2011다107009 판결). 다만 건물을 훼손하거나 용도를 벗어나 남용하면 보존 범위를 벗어날 수 있고, 거주로 얻은 차임 상당 이익은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합니다.
Q.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면 사용료를 전혀 안 내도 되는 것 아닌가요?
A. 사용이 적법하다는 것과 사용이익을 정산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유치물을 사용해 이익을 얻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임에 상당한 이득을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통상 피담보채권과 정산·상계되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Q. 소유자 승낙 없이 세를 놓았는데, 아직 소멸청구는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리하면 되나요?
A. 소멸청구는 소유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효력이 생기므로, 아직 청구가 없었다면 임대차를 정리하고 승낙을 확보해 위반 상태를 해소하는 방향을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이미 소멸청구가 있었다면 뒤늦은 정리로 그 효과가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Q. 경매로 건물을 낙찰받았는데, 전 소유자 시절의 유치권자가 무단임대를 했었습니다. 제가 소멸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무단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 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9다295278 판결). 따라서 낙찰 전의 무단임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새 소유자로서 소멸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Q. 세를 놓아도 건물에 아무 피해가 없었으면 소멸청구를 막을 수 있나요?
A. 유치권 소멸청구는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이므로, 실제 손해가 있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위반 사실 자체만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 소멸청구를 저지하기는 어렵습니다.
Q. 담보로 잡히거나 잠깐 빌려주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민법 제324조 제2항은 사용뿐 아니라 대여와 담보제공도 승낙 없이는 금지합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승낙 없는 대여·담보제공은 소멸청구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처분은 반드시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맺음말
유치권 행사 중의 건물 사용은 '전면 금지'도 '전면 허용'도 아닙니다. 스스로 거주·관리하는 보존 목적의 사용은 승낙 없이도 허용될 여지가 크지만(대법원 2011다107009 판결), 임대·담보제공 같은 수익·처분 목적의 사용은 승낙이 없으면 단 한 번으로도 소멸청구 사유가 됩니다. 게다가 무단임대 뒤 소유권을 취득한 새 소유자까지 소멸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19다295278 판결), 사용 방식은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내 사용이 '보존에 필요한 사용'인지 '승낙이 필요한 사용'인지 먼저 구분할 것. 둘째, 승낙이 필요한 사용은 반드시 서면 동의를 받아 둘 것. 셋째, 보존 목적 사용이라도 차임 상당 이익은 정산 대상임을 염두에 둘 것. 이 구분만 지켜도 애써 확보한 담보를 한순간에 잃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유치권을 둘러싼 사용·소멸 다툼은 건물의 종류와 구체적 사용 태양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사안입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유치권 유지나 소멸청구 대응을 앞두고 계신다면, 사용을 개시하기 전에 개별 사정을 검토받아 위험을 미리 걸러 두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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