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비상환청구권과 법적 고려사항
유익비상환청구권과 법적 고려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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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비상환청구권과 법적 고려사항 

최용석 변호사

임차한 상가나 건물을 사용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냉난방설비를 설치하거나 건물 구조를 개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비용으로 건물 가치가 높아졌으니 임대차가 끝날 때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유익비상환청구권은 실제 지출한 공사비를 그대로 정산받는 제도가 아닙니다. 공사로 인해 목적물의 객관적 가치가 증가했고, 그 가치 증가가 반환 시점에도 남아 있는지, 비용상환청구권을 포기하는 특약은 없었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유익비란 점유자나 임차인이 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지출한 비용을 말합니다. 건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수리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지출한 필요비와는 구별됩니다. 예를 들어 낡은 전기설비를 개선하거나 건물의 기능과 가치를 높이는 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는 유익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임차인의 영업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나 쉽게 철거할 수 있는 장식까지 당연히 유익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판단 기준은 임차인이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그 지출로 건물 자체의 객관적 가치가 실제로 증가했느냐입니다.

공사비 전액을 돌려받는 제도가 아니다… 지출액과 증가액 중 임대인이 선택

유익비상환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임차인이 실제 지출한 공사비 전액을 반드시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은 실제 지출한 금액과 현재 남아 있는 가치 증가액 중에서 회복자나 임대인이 선택한 금액을 상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은 두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을 선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공사비로 5천만 원을 지출했지만 임대차 종료 당시 건물 가치가 2천만 원만 증가한 상태라면, 임대인은 현존 증가액인 2천만 원을 기준으로 상환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익비 사건에서는 공사비 영수증뿐 아니라 현재 건물 가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감정 등을 통해 함께 산정해야 합니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다40381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다206707 판결, 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다카2342 판결).

또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주장하는 임차인은 실제로 얼마를 지출했는지와 그 지출로 인한 가치 증가가 현재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를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공사계약서, 세금계산서, 계좌이체 내역, 공사 전후 사진은 실제 지출액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현존 증가액까지 자동으로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 후 시간이 오래 지났거나 시설이 노후화된 경우에는 현재 가치가 크게 줄어들 수 있고, 임차인의 특정 영업에만 필요한 시설이라면 건물의 객관적 가치 증가가 부정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유익비상환청구는 공사비를 증명하는 싸움인 동시에, 그 공사의 현재 가치를 증명하는 싸움입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다206707 판결).

임차인이냐 무단점유자냐… 점유 근거에 따라 적용 법리가 달라진다

유익비를 지출한 사람이 임대차계약 등 적법한 점유권원을 가진 경우에는 임차인의 비용상환에 관한 민법 제626조가 적용됩니다. 반면 계약관계 없이 점유하다가 소유자의 반환청구에 응해야 하는 점유자라면 민법 제203조에 따른 비용상환청구가 문제 됩니다. 따라서 계약이 존재했던 임차인이 현 소유자를 상대로 무조건 점유자의 유익비상환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법한 점유권원이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그 계약의 상대방을 상대로 계약관계에 따른 비용상환을 청구해야 합니다. 결국 누구에게 어떤 법적 근거로 청구할 것인지부터 잘못 잡으면, 실제 공사를 했더라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4752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34828 판결,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101209 판결).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때 발생합니다. 임대차가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는 장래의 가치 증가액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바로 상환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점유자의 경우에도 소유자로부터 목적물 반환을 청구받거나 실제로 반환한 때에 비로소 상환청구권의 이행기가 도래합니다.

특히 임차인의 비용상환청구권은 임대인이 임차물을 반환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하므로, 반환이 끝난 뒤 협의만 하다가 기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대법원 1969. 7. 22. 선고 69다726 판결,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다30471, 93다30488 판결).

원상복구 특약 하나가 유익비 포기로 해석될 수 있다

실무에서 유익비상환청구가 가장 많이 막히는 이유는 임대차계약서의 원상복구 특약입니다. 민법상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청구권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미리 포기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임차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시설을 설치하고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하기로 정했다면, 법원은 이를 유익비상환청구권까지 포기한 취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유익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어야만 포기가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임대차기간, 차임 수준, 시설공사 책임, 계약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해 묵시적인 포기 약정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14. 6. 19. 선고 2013가합3156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3. 10. 선고 2015나17045 판결, 서울고등법원 춘천 2022. 10. 14. 선고 2022나1218 판결,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4. 5. 28. 선고 2021가합11872 판결).

건물주가 바뀌었다고 아무나 상대로 청구할 수는 없다

적법한 점유권원 없이 점유한 사람이 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점유 회복 당시의 소유자를 상대로 유익비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에 따라 적법하게 점유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계약 상대방에게 비용상환을 청구해야 합니다.

임대차 도중 건물 소유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소유자에게 민법 제203조를 근거로 유익비 전액을 바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유익비 분쟁에서는 공사를 했을 당시 소유자와 임대인이 누구였는지,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임대인 지위가 승계되었는지, 비용부담에 관한 별도 약정이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64752 판결,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다101209 판결).

또한 유익비상환청구권은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므로 일정한 경우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익비를 주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건물을 계속 점유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유익비상환청구권이 실제로 존재하고 변제기가 도래해야 하며, 적법한 점유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특히 임대차계약에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포기했다면 이를 담보하는 유치권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또 경매개시결정등기 후 점유를 취득해 유치권을 만든 경우에는 경매 매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1. 9. 30. 선고 2020나13015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9. 4. 선고 2013가합106858 판결, 창원지방법원 2014. 6. 19. 선고 2013가합31564 판결).

부당이득으로 돌려 청구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유익비 법리가 우선

유익비상환청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부당이득반환청구로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유자가 목적물에 지출한 비용의 상환 문제에서는 민법상 유익비상환청구권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한 특별규정으로 봅니다. 따라서 동일한 비용을 두고 유익비상환청구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유익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포기 특약으로 청구권이 사라진 경우, 단순히 청구 명칭을 부당이득으로 바꾸어 같은 비용을 돌려받기는 어렵습니다(서울고등법원 춘천 2017. 12. 20. 선고 2015나1920 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3. 12. 7. 선고 2023가합10025, 2023가합10919 판결).

핵심은 현재 가치, 지출내역보다 계약서와 현존 증가액이 승패 가른다

유익비상환청구권은 임차인이 공사에 많은 돈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공사로 목적물의 객관적 가치가 증가했고, 그 증가가 임대차 종료 시에도 남아 있어야 하며, 실제 지출액과 현존 증가액을 임차인이 모두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에 원상복구나 비용상환 포기 특약이 있다면 청구 자체가 제한될 수 있고, 임대차 종료 후 6개월의 행사기간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결국 유익비 분쟁의 승패는 공사비 액수보다 계약서 문구, 공사 성격, 현재 가치 증가액, 청구 상대방을 얼마나 정확히 정리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 임차한 건물에 시설공사나 인테리어 비용을 지출한 뒤 유익비상환을 검토하고 있거나, 임차인으로부터 거액의 유익비 청구를 받은 상황이라면 공사비 영수증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임대차계약서의 원상복구·비용포기 조항, 공사 전후 건물 가치, 반환 시점과 청구기간, 유치권 주장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관련 계약서와 공사자료를 토대로 청구 가능 금액과 방어 논리를 먼저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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