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토지 위로 옆집 담장이 넘어와 있거나, 다른 사람이 설치한 배관이 내 건물을 지나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기부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 명의의 등기가 남아 있거나, 내 토지 출입을 방해하는 시설물이 설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부동산 전체를 점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소유자는 자신의 소유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검토할 수 있는 권리가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입니다. 쉽게 말하면 내 물건을 완전히 빼앗긴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계속되고 있는 방해를 없애 달라고 요구하는 권리입니다.
땅을 빼앗긴 경우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소유권 행사를 막으면 ‘방해’가 된다
민법은 소유자가 자신의 물건을 점유한 사람에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소유물반환청구권과 별도로,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사람에게 방해 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옆 토지 소유자가 경계를 넘어 담장이나 창고를 설치했다면, 토지 전체를 빼앗긴 것은 아니더라도 해당 부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타인의 배수관이 내 토지 지하를 통과하거나, 출입구 앞에 장애물을 설치해 통행을 막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상대방이 내 부동산을 전부 차지하지 않았더라도, 현재 소유권을 행사하는 데 장애가 생겼다면 방해배제청구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사례는 토지 경계 침범입니다. 옆집이 담장을 새로 설치했는데 측량 결과 일부가 내 토지를 넘어온 경우, 건물 처마나 배관이 경계를 침범한 경우, 주차장이나 계단 일부가 내 땅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경우 현재 소유자는 경계를 침범한 시설물의 철거나 방해 제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을 하기 전에는 지적도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경계측량을 통해 침범 위치와 면적을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철거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으면 판결을 받아도 실제 강제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발생한 피해와 지금 계속되는 방해는 다르다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현재 계속되는 ‘방해’와 이미 끝난 ‘손해’를 구별하는 것입니다. 방해배제청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방해의 원인을 없애 달라는 권리입니다. 반면 과거의 위법행위가 이미 끝났고 그 결과만 남아 있다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토지 지하에 쓰레기가 매립된 사건에서, 쓰레기는 과거 매립행위로 생긴 결과일 뿐 현재 별도의 방해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철거된 양변기나 세면기를 다시 설치해 달라는 요구, 이미 완료된 형질변경을 원래대로 복구해 달라는 요구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방해 제거가 아니라 손해의 원상회복 문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3다5917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09다3494, 3500 판결).
예를 들어 A가 B 소유 토지에 몰래 폐기물을 매립한 뒤 공사를 끝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B 입장에서는 폐기물이 계속 땅속에 있으니 당연히 방해가 계속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폐기물 자체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별도의 침해행위인지, 아니면 과거 매립행위가 끝난 뒤 남은 손해의 결과인지 구별합니다.
후자로 판단되면 민법 제214조에 따른 방해배제청구가 아니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청구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방해배제청구권에는 원칙적으로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지만,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일정한 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피해라는 이유로 방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방해를 지배하는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한다
소유물방해배제청구는 과거에 방해행위를 한 사람이라도 현재 그 방해 상태를 지배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상대로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이미 퇴거했고, 현재 건물 소유자가 그 구조물을 유지·관리하고 있다면 누구를 상대로 철거를 구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반대로 과거 소유자가 설치한 시설물이더라도 현재 소유자가 이를 지배하며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현재 소유자가 상대방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보다 “현재 누가 그 방해 상태를 유지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또한 소유자가 불편을 느낀다고 해서 모든 방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법률상 또는 계약상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방해배제청구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법한 통행지역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토지 사용에 관한 계약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해당 범위 안의 사용을 막기 어렵습니다.
유치권자가 적법한 유치권에 따라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점유가 곧바로 위법한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방해배제를 청구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임대차계약, 사용승낙, 지역권, 유치권 등 어떤 권원을 주장할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수원지방법원 2015. 1. 22. 선고 2014나10516 판결).
돈으로 철거비를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원칙은 ‘직접 방해를 없애라’는 청구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방해 제거 행위 자체를 요구하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내 토지에 설치된 담장을 철거하라거나, 무단으로 매설한 배관을 제거하라는 방식입니다. 소유자가 먼저 철거비를 계산한 뒤 “철거하는 데 2천만 원이 드니 그 돈을 지급하라”고 민법 제214조만을 근거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으로부터 철거 등 구체적인 행위를 명하는 판결을 받은 뒤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하고, 그 집행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다만 별도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면 손해배상청구는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52612 판결).
잘못된 등기도 소유권 방해, 말소등기청구 역시 같은 법리로 움직인다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은 담장이나 시설물 철거에만 사용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실제 권리관계와 맞지 않는 등기가 남아 있는 경우에도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이 무효인데도 다른 사람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거나,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 등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진정한 소유자가 등기명의인을 상대로 말소등기나 진정명의회복을 구하는 청구도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성질을 가집니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현재 소유자여야 하며, 이미 소유권을 잃은 전 소유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를 행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80. 9. 9. 선고 80다7 판결, 대법원 2001. 9. 20. 선고 99다378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0다28604 전원합의체 판결).
민법은 현재의 방해를 제거하는 권리뿐 아니라 장래 발생할 방해를 예방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옆 토지에서 굴착공사를 시작했는데 붕괴 위험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거나, 경계선을 침범하는 건축공사가 곧 진행될 상황이라면 공사중지나 안전조치 등을 구하는 방해예방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나중에 피해가 생길 것 같다”는 주관적인 걱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설계도면, 현장상태, 감정자료, 공사계획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실제 방해가 발생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대법원 1995. 7. 14. 선고 94다50533 판결).
핵심은 현재성·위법성·상대방, 철거보다 먼저 구조를 정확히 잡아야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은 내 소유권을 방해하는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만능 청구가 아닙니다. 현재도 방해가 계속되고 있는지, 단순히 과거 손해의 결과만 남은 것인지, 상대방이 그 방해 상태를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지, 적법한 사용 권한은 없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합니다. 토지 경계 침범 사건이라면 측량과 시설물 특정이 중요하고, 등기 사건이라면 현재 소유권과 등기 원인을 확인해야 하며, 오염이나 훼손 사건이라면 방해배제와 손해배상 중 어떤 청구가 맞는지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현재 옆 건물의 담장이나 배관이 토지를 침범하고 있거나, 무단 시설물·통행 방해·잘못된 등기로 소유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면 먼저 현장 사진, 토지대장, 등기부, 측량자료와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는 현재 남아 있는 문제가 법적인 ‘방해’에 해당하는지, 철거·말소·예방청구 중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드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법적 분쟁 대응이 필요하시거나 고민 중이시라면 법률사무소 강현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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