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계약에서 공사가 늦어지면 발주자는 계약서에 정한 지체상금을 청구합니다. 그런데 막상 지체상금 액수를 계산해 보면 실제 손해보다 훨씬 크거나 공사대금에 맞먹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수급인은 약정대로 그 금액을 전부 물어줘야 할까요, 아니면 법원에 감액을 요청할 방법이 있을까요? 이 글은 지체상금이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는지,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직권 감액을 하는지, 실무에서 감액을 다투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지체상금의 법적 성격 — 민법 제398조와 손해배상액의 예정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면 대부분 준공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을 넘기면 지체 1일당 계약금액의 일정 비율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하도록 약정합니다. 이러한 지체상금 약정은 수급인이 공사 완성을 지체한 데 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둔 것으로, 법적으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지체상금 약정은 바로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면 발주자로서는 실제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지 않고도 약정된 금액을 청구할 수 있고, 수급인으로서는 지체 시 부담할 책임의 범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실익이 있습니다. 다만 이 예측 가능성이 지나치게 한쪽에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총 공사대금 10억 원인 도급계약에서 지체 1일당 계약금액의 0.1%를 지체상금으로 정했다고 가정해 봅니다. 준공기한을 100일 넘겨 완공했다면 단순 계산으로 지체상금은 1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실제로 발주자가 그 기간 동안 입은 손해가 임대료 상당액이나 금융비용 등을 다 합쳐도 3천만 원 남짓이라면, 약정된 1억 원이라는 금액이 실제 손해와 크게 동떨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정한 법원의 감액 권한이 문제 됩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부당히 과다한" 지체상금 —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
문제는 얼마나 커야 "부당히 과다"한 것으로 인정되느냐입니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11436 판결은 이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는 계약 당사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실제 손해와 그 예정액의 대비,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일반 사회인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지 여부로 결정해야 합니다. 즉 지체상금률이 계약서에 몇 퍼센트로 적혀 있는지 그 자체만으로는 과다 여부를 단정할 수 없고, 계약 전체의 맥락과 실제 발생한 손해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같은 판결의 사안을 보면, 선박건조계약에서 지체 1일당 선박대금의 1,000분의 1.5 비율로 지체상금을 정했는데 약 400~500일의 지연으로 지체상금 총액이 약 14억 원에 달했습니다. 법원은 이 금액이 실제 손해나 거래관행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보아 약 3억 9,500만 원 수준으로 감액했습니다. 이처럼 판례는 지체상금률 자체보다, 그로 인해 산출된 총액이 실제 손해나 계약의 목적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채권자·채무자의 지위 — 발주자와 수급인 중 누가 계약 체결 과정에서 협상 우위에 있었는지
계약의 목적과 내용 — 공사 규모, 준공 지연이 발주자 사업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 왜 그 비율로 정했는지, 표준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따랐는지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 공사대금 대비 지체상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
예상 손해액과 실제 손해액의 대비 — 실제 발생한 손해가 예정액에 크게 못 미치는지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 같은 업종에서 통상 어느 정도 비율을 쓰는지
감액 판단은 언제를 기준으로 하나 —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
지체상금 감액 여부와 범위를 판단하는 시점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7126 판결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그리고 적당한 감액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할 때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 사이에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만으로 과다 여부를 못박는 것이 아니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드러난 사정 변경까지 반영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체결 당시에는 지체상금 비율이 합리적으로 보였더라도, 이후 발주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는 사실이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면 그 사정도 감액 판단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체로 인해 발주자의 후속 사업이 연쇄적으로 지연되는 등 손해가 더 커진 사정이 확인되면, 법원은 감액 폭을 줄이거나 감액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판결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는 것과 별도로 과실상계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도 밝혔는데, 이는 발주자 측 귀책사유가 있는 사정을 과실상계가 아니라 부당과다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흡수해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법원의 직권 감액 — 주장하지 않아도 깎일 수 있지만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은 당사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할 수 있는 재판사항입니다. 앞서 본 두 판결 모두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다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는 결과를 법원이 방관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급인이 아무런 대응 없이 재판부의 직권 판단만 기다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직권 감액이 가능하다는 것과, 법원이 실제로 충분한 폭으로 감액해 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원이 과다 여부를 판단하려면 계약 경위, 실제 손해 자료, 거래관행 등에 관한 자료가 소송 기록에 나타나야 하는데, 이런 자료는 결국 당사자가 제출해야 법원이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급인 입장에서는 감액을 다투려면 적극적으로 관련 사정을 주장하고 증명하는 것이 실무상 훨씬 안전합니다.
실무에서 감액을 다투는 방법 — 무엇을 주장·증명해야 하나
지체상금 감액을 다투려는 수급인은 앞서 살펴본 판단 기준에 맞추어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막연히 "금액이 너무 크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고, 실제 손해와 예정액의 괴리, 지체 원인 중 발주자 측 귀책사유, 거래관행상 통상적인 비율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발주자의 실제 손해 자료 요구 — 임대료 손실, 금융비용, 대체 시공비 등 구체적 손해 내역과 금액
지체 원인 중 발주자 귀책사유 — 설계변경, 관급자재 공급 지연, 인허가 지연 등으로 인한 지체 기간 산정 제외 주장
예정액 대비 공사대금 비율 — 지체상금 총액이 계약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넘는지
동종 업계 거래관행 — 유사 규모·유형의 공사에서 통상 적용되는 지체상금률과 비교
완공 후 실제 사용가치 — 지체에도 불구하고 목적물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소송까지 가지 않고 준공정산이나 기성금 정산 단계에서 발주자와 협의할 때도 같은 논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발주자가 지체상금을 기성금에서 일방적으로 공제하려 한다면, 위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감액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고, 협의가 안 되면 채무부존재확인청구나 기성금 청구소송에서 지체상금 예정액의 감액을 함께 주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 유의점 — 지체상금 상한 약정과 손해배상청구권의 관계
계약서에 지체상금 상한(예: 계약금액의 10%)을 정해 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한이 있으면 그만큼 수급인의 부담이 제한되어 안심할 수 있지만, 상한액 자체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므로 그 상한 금액이 실제 손해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하다면 여전히 감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상한이 정해져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금액이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도급계약서에 지체상금과 별도로 발주자가 실제 손해가 지체상금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초과분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는 특약이 포함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특약이 있는 계약이라면 지체상금 감액을 다투는 것과 별개로, 발주자가 초과 손해배상을 청구해 올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분쟁을 종합적으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 문구를 꼼꼼히 확인해 지체상금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그치는지, 아니면 다른 성격이 섞여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체상금이 공사대금의 몇 퍼센트를 넘으면 무조건 과다한가요?
A. 특정 비율로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만이 아니라 계약목적, 예정 동기, 실제 손해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95다11436). 다만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실무에서는 상당한 비율이 감액된 사례들이 있어 참고할 수 있습니다.
Q. 감액을 받으려면 반드시 소송을 해야 하나요?
A. 반드시 소송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발주자와의 협상이나 정산 협의 단계에서도 과다 사정을 근거로 감액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협상이 결렬되면 결국 소송에서 법원의 직권 감액 판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발주자 잘못으로 공사가 늦어졌는데도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나요?
A. 지체상금은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지체를 전제로 합니다. 설계변경, 관급자재 지연, 인허가 지연 등 발주자 측 사정으로 공사가 늦어졌다면 그 기간은 애초에 지체일수 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Q. 지체상금 감액은 법원이 알아서 해주나요, 직접 주장해야 하나요?
A.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당사자 주장 없이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실무상 과다 사정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우므로,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지체상금 감액 판단은 계약 체결 당시 사정만 보나요?
A. 아닙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57126 판결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그 사이 발생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변경된 사정도 감액 판단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Q. 지체상금 상한 약정이 있으면 그 금액은 무조건 인정되나요?
A. 상한 약정이 있다고 해서 그 금액이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한액 자체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부당히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지체상금은 도급계약에서 흔히 등장하지만, 약정된 금액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물어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 목적, 실제 손해와 예정액의 대비 등을 종합해 과다 여부를 판단하도록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다만 직권 감액이 가능하다는 사정에만 기대기보다는, 실제 손해 자료와 지체 원인 중 발주자 귀책사유, 거래관행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는 쪽이 실무에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체상금 액수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계약서와 공사 진행 경과를 먼저 정리해 감액 주장이 가능한 사정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지체상금 감액 다툼은 계약 해석과 손해 산정이 복잡하게 얽히는 영역이라 개별 사안마다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수원·광교 지역 건설사와 수급인들이 겪는 지체상금 분쟁을 다수 다뤄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계약서와 공사 경과 자료를 초기에 정리해 둘수록 감액 폭을 넓힐 여지가 커집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