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서 준공이 늦어지면 발주자는 곧바로 지체상금부터 따집니다. 그런데 착공이 늦어진 이유가 설계 변경 승인이 늦어졌거나, 발주자가 부지나 관급자재를 제때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체상금은 수급인의 귀책사유를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지연의 원인이 발주자 쪽에 있다면 면책이나 감액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발주자 탓"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어떤 경우에 지체상금을 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입증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지체상금이란 — 손해배상액 예정의 성격과 발생 요건
지체상금은 수급인이 계약에서 정한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하지 못했을 때, 지체된 기간에 비례해 발주자에게 지급하기로 미리 약정한 금전입니다. 실제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지 않아도 계약서에 정한 산식에 따라 곧바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주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수단이지만, 그 법적 성격은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입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성격 때문에 지체상금은 실손해와 무관하게 산정되지만, 동시에 법원이 그 액수가 부당히 과다하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지체상금이 발생하려면 단순히 준공기한을 넘긴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지연에 대해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면서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단서를 두고 있습니다. 즉 공사가 늦어진 원인이 수급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정, 특히 발주자 쪽의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애초에 지체상금 청구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지체상금은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그 발생 여부와 감액 가능성 모두 이 조항이 만든 틀 안에서 판단됩니다.
지체상금 산정 방식과 상한 — 계약금액의 30%
지체상금은 통상 "계약금액 × 지체상금률 × 지체일수"의 산식으로 계산됩니다. 지체상금률은 계약서 특약으로 정하며,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4조는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이 지체된 경우 그 해당 일수를 지체일수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지체상금이 계약금액의 100분의 30을 초과하는 경우 100분의 30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민간공사에는 이 시행령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도 유사한 상한 조항과 면책 조항을 두고 있어 계약 실무에서 참고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지체상금률 — 계약서 특약사항에 명시된 일 단위 비율(예: 계약금액의 1,000분의 1 등)을 그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체일수 산정 기준일 — 준공일과 사용승인일 중 계약서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지에 따라 실제 지체일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한 규정 — 계약서에 별도 상한이 없더라도, 산정된 지체상금 총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면 별도로 감액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수급인 면책사유 — 표준도급계약서가 정한 네 가지 유형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는 지체상금 면책사유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개별 계약서에도 대체로 준용되므로, 자신의 계약서에 유사한 조항이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가항력의 사유 — 태풍·홍수 등 천재지변, 전쟁, 화재, 전염병 등 수급인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사태로 공사 진행이 직접 지장을 받은 경우입니다.
관급자재 등 중요 자재의 공급 지연 — 수급인이 대체 사용할 수 없는 중요 자재의 공급이 도급인(발주자) 책임으로 지연되어 공사 진행 자체가 불가능했던 경우입니다.
도급인 귀책사유로 인한 착공 지연·시공 중단 — 설계도서 미확정, 인허가 지연, 부지 미인도, 기성대금 미지급 등으로 도급인 쪽 사정 때문에 착공이 늦어지거나 공사가 중단된 경우입니다.
기타 수급인 책임에 속하지 않는 사유 — 위 세 가지 외에도 수급인의 고의·과실로 볼 수 없는 사유로 공사가 지체된 경우 포괄적으로 면책 대상이 됩니다.
발주자 귀책으로 착공이 늦어졌다면 — 대표적 면책 사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유형은 도급인 귀책사유로 인한 착공 지연·시공 중단입니다. 설계변경 승인이 예정보다 늦어져 시공사가 실제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던 경우, 발주자가 인허가를 제때 받지 못해 착공신고 자체가 미뤄진 경우, 발주자가 공사 부지를 계약대로 인도하지 않아 진입로나 가설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정들은 수급인의 이행능력과 무관하게 발생한 지연이므로, 그 기간만큼은 지체일수 산정에서 빠져야 합니다.
기성대금 미지급이 착공·시공 지연으로 이어진 경우도 자주 문제 됩니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은, 발주자가 기성고에 해당하는 중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향후 지급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였다면 수급인이 미지급 대금을 받거나 그 불안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잔여 공사 완성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동시에, 대금 지급이 곤란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중도금 일부 지연만으로 곧바로 시공을 거절할 수는 없고, 그런 사정은 이행거절 사유가 아니라 지체상금의 감액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즉 발주자의 대금 미지급이 착공·시공 지연을 정당화하려면, 그 미지급이 일시적 사정이 아니라 이행불안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했다는 점까지 함께 보여줘야 합니다.
면책 주장의 입증책임 —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민법 제390조 단서의 구조상, 채무불이행 사실(준공기한 도과) 자체는 발주자가 주장하면 되지만, 그 지연에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은 수급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지체상금 분쟁에서 수급인이 흔히 지는 이유는 발주자 귀책이 실제로 있었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그때그때 남겨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주자가 늦게 승인해줘서 어쩔 수 없었다"는 진술만으로는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공사일보·현장일지 — 작업 중단·재개 시점과 그 사유를 매일 기록해두면 지연 구간을 특정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발주자와 주고받은 공문·내용증명·이메일 — 설계변경 승인 지연, 자재 공급 지연, 부지 미인도 등을 통지하고 회신을 받은 기록입니다.
공사기간 연장 요청 서면 — 지연이 발생한 시점에 서면으로 연장을 요청하고 발주자 승인 여부를 남겨둔 기록입니다.
현장 사진·동영상 — 관급자재 미도착, 부지 미정리 등 발주자 쪽 사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인허가 관련 관공서 문서 — 인허가 신청·처리 지연이 발주자 귀책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공적 기록입니다.
지체상금이 과다하다면 — 감액 청구 요건과 판단 기준
면책사유가 일부만 인정되거나, 지연 원인이 발주자·수급인 쌍방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전부 면책이 아니라 감액을 다투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 됩니다. 지체상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그 액수가 부당히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지체상금을 예정한 동기, 공사도급액에 대한 지체상금의 비율, 지체상금의 액수, 지체의 사유,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감액 여부를 판단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지체상금 총액을 기준으로 과다 여부를 판단하므로, 계약서에 정한 지체상금률이 낮아 보이더라도 장기간 지체가 누적되면 총액이 계약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발주자 귀책으로 인한 지연 기간, 공사의 실제 진행률, 발주자가 입은 실손해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감액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지체상금 감액은 지체상금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지체상금률 자체가 낮더라도 누적 지연기간이 길면 감액을 다툴 실익이 있습니다.
실무 대응 흐름 — 공기 연장 신청부터 소송 전략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연이 발생한 바로 그 시점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사후에 소송에서 "그때 발주자 탓이었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지연 사유가 생긴 즉시 서면으로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그 근거를 명시해두는 쪽이 입증에 훨씬 유리합니다. 발주자가 연장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한다면 그 자체를 별도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준공 이후 지체상금 청구서나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청구된 지체일수 중 발주자 귀책 구간을 특정해 반박 자료와 함께 회신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협의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소송이나 조정 절차로 넘어가는데, 이 단계에서는 앞서 정리한 공사일보·공문·연장요청서·현장사진 등 시간순 자료가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발주자가 청구하는 지체상금 액수가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면책 주장과 별개로 감액 주장을 함께 구성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발주자가 착공을 늦게 승인했는데 그때 서면으로 항의하지 않았다면 면책이 안 되나요?
A. 서면 통지가 없었다고 면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입증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공사일보나 현장 관계자 진술, 이메일 등 다른 자료로 지연 원인을 보완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Q. 지체상금이 계약금액의 30%를 넘게 청구됐습니다. 그대로 내야 하나요?
A. 공공계약에 적용되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지체상금 상한을 계약금액의 100분의 30으로 정하고 있고, 민간계약도 유사한 상한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에 상한 조항이 없더라도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을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관급자재 공급이 늦어져서 공사가 늦어졌는데, 이것도 면책사유가 되나요?
A. 수급인이 대체 사용할 수 없는 중요 자재의 공급이 발주자(도급인) 책임으로 지연되어 공사 진행이 불가능했다면 면책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체 자재 사용이 가능했는지, 공급 지연이 실제로 공정 전체를 멈추게 했는지가 함께 다투어집니다.
Q. 발주자가 기성대금을 안 줘서 공사를 잠시 중단했는데, 이 기간도 지체일수에서 빠지나요?
A.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처럼, 대금 미지급 정도가 향후 지급 자체가 불투명할 만큼 심각했다면 시공 거절이 정당화되고 그 기간은 지체상금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시적인 지연에 그쳤다면 거절보다는 감액사유로만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지체상금 소송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가요?
A. 공사일보·현장일지처럼 지연 시점과 사유를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자료, 그리고 발주자와 주고받은 공문·내용증명이 핵심입니다.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주자 귀책 주장이 진술에 그칠 위험이 큽니다.
Q. 지체상금과 별도로 발주자가 손해배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도 있나요?
A.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범위 내에서 손해가 전보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계약서에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를 배제하지 않는 특약이 있거나 지체상금을 초과하는 손해를 입증하는 경우에는 추가 청구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지체상금은 준공기한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연에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입니다. 착공 지연이나 시공 중단의 원인이 설계 승인 지체, 부지 미인도, 관급자재 공급 지연, 대금 미지급 등 발주자 쪽 사정에 있었다면 면책이나 감액을 주장할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이런 사정은 소송 단계에서 새삼 꺼내기보다, 지연이 발생한 그 시점부터 공사일보와 공문으로 차곡차곡 남겨두어야 실제로 힘을 발휘합니다.
발주자가 청구한 지체상금 액수가 과다하다고 느껴진다면 전부 면책만 노릴 것이 아니라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도 함께 검토해볼 만합니다. 지체상금 산정 기준과 면책·감액 사유가 계약서마다 조금씩 다르게 규정되어 있는 만큼, 자신의 계약서와 현장 기록을 두고 어느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체상금 분쟁은 초기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만큼, 수원·광교 등 현장 인근에서 공사 지연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면 자료를 정리한 뒤 이른 시점에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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