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상금 불가항력 항변 요건 — 자재 수급 지연·전염병으로 면책될까
지체상금 불가항력 항변 요건 — 자재 수급 지연·전염병으로 면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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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상금 불가항력 항변 요건 — 자재 수급 지연·전염병으로 면책될까 

강대현 변호사

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 발주자는 계약서에 적힌 지체상금부터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그런데 그 지연이 시공사 잘못이 아니라 자재 수급 지연이나 전염병 유행 같은 외부 사정 때문이었다면 어떨까요. 많은 수급인이 "불가항력이니 면책되는 것 아니냐"고 기대하지만, 법원은 이 항변을 상당히 까다롭게 봅니다. 이 글에서는 지체상금 불가항력 항변이 실제로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받아들여지는지, 자재 수급 지연과 전염병 유행은 각각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는지, 항변이 막히더라도 쓸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지체상금이란 — 손해배상액의 예정

지체상금은 수급인이 약정한 준공기한을 넘겼을 때 발주자에게 지급하기로 미리 정해 둔 금전으로, 법적 성격은 민법 제398조가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입니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이유는 분쟁이 생겼을 때 발주자가 실제 손해액과 그 발생 사실을 일일이 입증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입니다. 실무상으로도 지체상금 약정이 있으면 발주자는 준공이 지체된 사실만 증명하면 되고, 그로 인한 구체적 손해의 발생이나 액수까지 별도로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지점이 수급인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실제로는 발주자가 큰 손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있는 이상 지체 사실만으로 상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급인이 방어할 수 있는 통로는 크게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애초에 지체에 대한 책임이 없었다는 불가항력·귀책사유 부존재 항변이고, 다른 하나는 일단 지체상금이 발생하더라도 그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하다는 감액 주장입니다.

불가항력 항변이 성립하려면 — 세 가지 요건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지체상금 맥락에서 법원이 불가항력을 인정할 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요소는 대체로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일 것, 통상의 주의와 수단을 다했어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 그리고 통상의 수단으로는 회피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세 요건이 함께 충족돼야 하고,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공사도급계약에서 공사기간을 정할 때는 통상적인 기상 변수나 시장 변동까지 어느 정도 감안해 계약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법원은 이례적인 사정이 아니라면 불가항력으로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통상적인 강우로 공정이 며칠 늦어진 정도는 애초에 계약 체결 시점에 감안했어야 할 리스크로 취급됩니다. 즉 단순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통상적인 사업자라도 예견·회피가 불가능했던 사정이었는지가 관건입니다.

불가항력 항변은 지배영역 밖의 사건일 것, 통상의 수단으로 예견이 불가능했을 것, 통상의 수단으로 회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세 요건을 함께 충족해야 인정됩니다.

자재 수급 지연, 불가항력으로 인정될까 — 대법원의 엄격한 태도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자재 수급 지연 자체만으로는 불가항력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건은 이른바 IMF 외환위기로 수입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자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준공이 지연된 공사도급계약이 쟁점이었는데, 대법원은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목적물의 준공이 지연된 경우에는 수급인이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리를 인정하면서도, IMF 사태 및 그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은 그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통상적인 강우까지 언급하며,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인 강우가 아니라면 지체상금 면책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린 외환위기조차 지체상금 면책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은, 단순한 자재 수급 지연·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사정은 그보다 더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다만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항변 자체는 배척하면서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약정 지체상금 4억 1,426만여 원을 1억 8천만 원으로 감액한 원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면책은 안 되더라도 감액을 통한 구제 통로는 열려 있었다는 뜻입니다.

전염병 유행은 다르게 판단되나 — 공공계약과 민간계약의 차이

전염병 유행은 자재 수급 지연과 결이 다르게 취급될 여지가 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4조는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 이행이 지체된 것으로 인정될 때 그 해당 일수를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도록 정하는데, 그 사유로 태풍·홍수 등 악천후, 전쟁 또는 사변, 지진, 화재와 함께 전염병, 폭동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계약상대자가 대체 사용할 수 없는 중요 관급자재의 공급이 지연되어 공사 진행이 불가능했던 경우도 별도로 지체일수 산입 제외 사유로 규정합니다.

다만 이 조항은 국가·지자체가 발주자인 공공계약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 도급계약에는 이 시행령이 직접 적용되지는 않지만, 실무에서는 표준 도급계약서에 유사한 불가항력 조항을 두거나 이 시행령의 사유를 참고해 계약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염병 유행처럼 정부가 별도로 공사기간 연장 등 대응 지침을 낸 사안이라면, 통상적 리스크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재 수급 지연 사례보다는 불가항력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사안에서 지배영역 밖·예견불가·회피불가라는 세 요건을 실제로 충족했는지에 달려 있고, 전염병이라는 사정 자체가 자동으로 면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판단 기준 — 인과관계와 시기

불가항력 항변에서 법원이 중요하게 보는 또 다른 요소는 주장하는 사정과 공정 지연 사이의 인과관계입니다. 단순히 "그 시기에 자재값이 올랐다"거나 "그 무렵 전염병이 유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정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자재를 언제까지 조달하지 못했는지, 그로 인해 실제 공정이 며칠 밀렸는지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발주자 측에서 대체 자재 조달이나 공정 순서 조정 같은 회피 가능성이 있었다고 반박하면, 그 회피 가능성을 실제로 검토했는지도 다투어집니다.

시기적 요소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 계약 체결 시점에 자재 수급난이나 전염병 유행이 진행 중이었다면, 그 사정을 알고도 공사기간을 그대로 약정한 것이므로 예견 가능성이 인정돼 불가항력 항변이 막힐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계약 체결 후 예상치 못하게 사정이 발생·악화된 경우라야 불가항력 항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급인은 자재 발주일·입고 지연 통지·전염병 확산 시점 등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항변의 설득력을 좌우합니다.

  • 지배영역 밖의 사정인가 — 수급인의 관리·조달 역량으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었는지

  • 예견 가능성 — 계약 체결 시점에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 회피 가능성 — 대체 자재·인력 조달, 공정 순서 조정 등으로 지연을 막을 수 있었는지

  • 인과관계 — 그 사정과 실제 지연 일수 사이에 구체적 대응관계가 있는지

  • 통지 여부 — 사정 발생 시 발주자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고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했는지

불가항력이 인정되지 않을 때의 대안 — 손해배상액 예정 감액

불가항력 항변이 배척되더라도 곧바로 계약서상 지체상금 전액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앞서 본 2001다1386 판결에서도 불가항력 항변 자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자재 가격 급등 등 제반 사정이 감액 판단에는 반영되어 지체상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결과가 나왔습니다.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인지는 채권자·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당시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자재 수급 지연이나 전염병 유행처럼 수급인의 통제 밖 요인이 지연에 일부라도 기여했다는 사정은, 비록 면책 사유로는 부족해도 감액 판단에서는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이나 협상 국면에서는 불가항력 면책 주장과 예비적으로 감액 주장을 함께 구성하는 전략이 실무적으로 널리 쓰입니다.

실무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 — 증빙과 통지

불가항력이든 감액이든, 결국 승패는 증거에서 갈립니다. 자재 수급 지연이라면 발주처·거래처와 주고받은 조달 지연 통지 메일, 납기 변경 계약서, 시장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통계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전염병 유행이라면 방역 당국의 공식 발표, 현장 인력 격리·출입 제한 조치 기록, 협력업체의 조업 중단 통지서 등이 핵심 증빙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절차는 사정이 발생한 즉시 발주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고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통지를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은 채 공사만 마친 뒤 뒤늦게 불가항력을 주장하면, 발주자 입장에서는 회피 가능성을 검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항변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과 통지 기한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면 그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정해진 기한이 없더라도 지연 없이 통지하는 것이 사후 분쟁에서 유리한 증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재 수급 지연은 무조건 불가항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나요?

A.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이 IMF 외환위기로 인한 자재 수급 차질조차 불가항력이 아니라고 판시한 만큼, 통상적인 원자재 가격 변동·수급난 정도로는 면책 항변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사정이 감액 판단에는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전염병 유행은 자재 수급 지연보다 더 인정받기 쉬운가요?

A. 상대적으로 주장할 여지는 더 있습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4조가 전염병을 지체일수 산입 제외 사유로 명시하고 있고, 정부가 별도 대응 지침을 낸 사정이라면 통상적 리스크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는 공공계약 규정이고, 민간계약에서는 개별 요건 충족 여부를 별도로 소명해야 합니다.

Q. 불가항력 항변이 배척되면 지체상금을 전액 물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습니다. 2001다1386 판결에서도 약정 지체상금이 절반 이하로 감액된 사례가 있어, 면책이 어렵더라도 감액을 통한 구제는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공공계약과 민간계약에서 불가항력 인정 기준이 다른가요?

A. 예, 다릅니다. 공공계약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4조가 정한 사유(악천후·전쟁·지진·화재·전염병·폭동·대체 불가능한 관급자재 지연)를 근거로 지체일수 산입 제외를 주장할 수 있지만, 민간계약은 이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아 민법 제390조상 귀책사유 부존재 법리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Q. 불가항력을 주장하려면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하나요?

A. 사정 발생 시점과 지연 일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자재 조달 지연 통지서, 납기 변경 계약서, 방역 당국 발표 자료, 현장 조업 중단 기록 등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고, 발주자에게 보낸 공사기간 연장 요청 서면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Q. 사정이 생겼는데 발주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공사를 마쳤다면 나중에 불가항력을 주장할 수 있나요?

A. 주장 자체는 가능하지만 불리해집니다. 즉시 통지하지 않으면 발주자가 회피 가능성을 검토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항변의 신빙성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통지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그 기한 준수 여부가 특히 중요하게 다투어집니다.

맺음말

지체상금 불가항력 항변은 요건이 엄격하고, 특히 자재 수급 지연은 대법원이 이미 여러 차례 배척한 사유라 단독으로 면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전염병 유행처럼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었던 사정은 공공계약 규정과 실무 관행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주장할 여지가 있지만, 이 역시 지배영역 밖·예견불가·회피불가라는 요건과 실제 지연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불가항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액 예정 감액이라는 두 번째 방어선이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지체상금 통지서를 받았거나 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면책 주장과 감액 주장을 함께 준비하고 관련 증빙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원·광교를 비롯해 대규모 개발사업이 몰린 지역에서는 공사 지연을 둘러싼 지체상금 분쟁이 특히 잦은 만큼, 통지 시점을 놓치기 전에 서면 정리와 대응 전략을 함께 점검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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