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준성 변호사입니다.
제가 직접 작성 관리하는 "박준성 변호사(법무법인 새별)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형 불문,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신문은 주로 1~2회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1~2회라고 언급은 했지만 대체로 1회로 마쳐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각자의 사정은 있겠지만 몇몇 분들은 경찰조사를 수사관과 대화를 하면서 풀어가는 장이라고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오해는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고 형사사건, 특히 성범죄 사건은 그 유형과 죄질의 무게감을 불문하고 경찰조사때부터 변호인이 함께해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피의자신문 처음에는 인적사항을 묻고 답하며 반드시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조력권 고지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성범죄 첫 경찰 조사, 피의자신문조서가 가진 무서운 무게감
살면서 단 한 번도 형사 사건에 휘말려본 적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나 대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수사기관으로부터 "성범죄 혐의로 고소가 들어왔으니(또는 입건되었으니)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면, 그 순간 심한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에 주변에 자문을 구하거나 인터넷을 뒤지다가 (또는 여러 변호사들 상담을 받다가), 결국 다음과 같은 안일한 결심을 하고 홀로 경찰서를 방문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내가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가서 내 억울한 사정을 진심으로 조목조목 설명하면
경찰관도 사람인데 내 말을 이해해 주겠지"
or "최대한 선처해주겠지 뭐.."
하지만 형사 절차에서 이보다 더 위험한 착각은 없습니다.
성범죄 첫 경찰 조사가 그 뒤에 이어지는 검찰 수사단계와 법원 공판단계까지 계속해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성되는 '피의자신문조서'가 얼마나 큰 무게감을 가지는지 간략하게나마 전달드리겠습니다.
1. "말"은 날아가지만, "글"은 영원히 남는다
조사실에 앉으면 수사관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그에 맞는 답변을 하는 것이 전형적인 과정입니다.
이때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수사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사관의 시선은 대체로 모니터 화면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피의자가 호소하는 억울함과 감정은 수사관의 손가락을 거쳐 단 한 줄의 차갑고 딱딱한 행정 문서로 요약됩니다.
그것이 바로 '피의자신문조서'입니다.
물론, 수사관이 조서를 작성하는데에만 몰두하지 않고 피의자의 표정이나 눈빛, 진술 태도, 말투 등도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며 심증 형성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은 사건의 곁가지, 즉 보충적인 면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결국에는 조서에 남는 진술 기록과 그 외의 객관적인 자료들이 우선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단연 분석 대상 1순위는 작성과 서명이 확정된 피의자신문조서입니다.
2. 한 번 날인된 조서는 그대로 확정 - 번복 불가
"첫 조사 때 너무 긴장해서 횡설수설했다. 다음 조사 때 바로잡겠다." "검찰이나 법원에 가서 진짜 제 본심을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실무에서 피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지만, 사실 돌이키기는 힘듭니다.
2차 조사가 있을 지도 불분명하고 앞서 말했듯 1차 조사로 바로 검찰 송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된 지 꽤 됐는데, 그 이후로 검찰에서 직접 조사하는 경우는 드물어 졌습니다.
보완수사로 다시 경찰로 보내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그마저도 증거 기록이나 법리 등을 검토하는 사유가 많기 때문에 재조사가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사가 끝난 뒤 조서 맨 뒷장에 지장(또는 서명)을 찍는 순간, 그 문서에 적힌 모든 문장은 피조사자 입장에서 틀림없이 진술했다는 점이 확정됩니다.
시간이 지난 뒤늦게 변호인을 선임하여 제대로 된 사건 대응을 모색하려고 해도 처음부터 선임하여 대응한 경우와 비교하면 사건 진행 난이도는 극악의 차이를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물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술의 일관성'이 목숨줄과 같은데, 첫 단추인 1차 피의자신문에서 진술이 꼬여버리면 그 뒤에는 판을 뒤집기가 수십 배는 더 어려워집니다.
3. 피의자가 반드시 행사해야 할 '조서 열람권'
조사가 끝난 직후, 피의자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방어권인 '조서 열람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몇 시간 동안 이어진 강도 높은 조사에 지쳐서, 수사관이 "다 끝났으니 여기 확인하고 지장 찍으세요"라고 하면 대충 슥 읽어보고 사인을 해버립니다.
조사의 주체는 수사관이 아니라 '나'여야 합니다. 내가 "하지 않았다"고 말한 취지가 조서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교묘하게 적혀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에서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은 법적으로 혐의를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파멸의 단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진심 내지 진의(眞意)가 교묘하게 왜곡되어 있는 지, 그 특유의 비꼼을 캐치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비틀어진 왜곡이 법리적인 시각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도 변호인이 필수적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의 정당한 법적 권리입니다. 문맥의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내가 뱉은 단어의 본뜻과 다르게 요약되어 있다면, 수사관에게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수정 요청을 해야 합니다. 피의자가 확정 의사표시를 내기 전까지는 수사관은 조서를 마감할 수 없습니다.
아래 제 사건 해결 사례는 상당량의 불법촬영물 및 아청물까지 있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경찰 피의자신문을 적극 활용한 사례입니다.
적극적인 구두 변론 및 준비된 진술과 이미 풍부하게 구성된 정상참작 자료들 등으로 1회로 끝날 경찰조사를 수사단계의 전부로 활용할 수 있었고, 결과는 희미한 확률을 뚫은 기소유예 처분이었습니다.
윤드 로 저 불법촬영물 및 기타 아청물까지 소지 저장하였으나 기소유예 처분 성공사례 _ 박준성 변호사
이 외에도 무죄, 무혐의, 불송치, 선고유예, 기소유예 등, 많은 성공사례들의 기반은 첫 경찰조사에서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올려왔던 포스팅 사례들에서도 확인 가능하실 것입니다.
설령 첫 경찰조사 이후, 혐의 인정되어 검찰 송치되었다 하여도 진술 내용과 자료 등이 합리적이라면 검찰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 마치며
성범죄 사건에서 '첫 경찰 조사'는 예선전 내지 가벼운 친선전이 아니라, 사실상 토너먼트 첫 경기의 무게감과 더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억울함을 풀어주는 상담소가 아니며, 수사관이 작성하는 조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법적 지식이나 노하우, 경험없이 고립된 조사실에서 혼자서 모든 압박을 버텨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가가 피의자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초기 수사 단계에서 작성되는 문서 하나가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무서운 무게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단추를 끼우기 전, 반드시 자신의 법적 권리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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