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몇 년전부터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이 과정에서 중도금 납입 이후 매도인이 잔금지급받기를 거부하면서 추가적인 금전적 요구를 하거나 계약금을 반환하고 계약을 파기하려고 하는 등의 사건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였습니다.
이 건은 강남 소재의 아파트로서 중도금의 납부기일이 되지 아니하였으나 시세가 급격히 상승하여 계약을 파기하고자하는 의향을 부동산중개인을 통해 전해 듣게 된 매수인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온 사건입니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계약금의 배액은 당연히 받을 수 있으나 시세가 급격히 올라 5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뢰인이 매도인의 계약 파기 전 미리 의뢰를 한 사안입니다.
2.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 배액을 반환하여 해제할 수 있으므로, 매수인 측에서는 중도금을 지급하여야 하나 중도금 지급기한 전이었음
계약금만 지급되었을 경우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565조 1항).
따라서 계약금만 지급된 상황에서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행에 착수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내용에 들어맞는 이행의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라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중도금을 지급하는 경우 이론의 여지없이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중도금을 매도인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법으로 지급하려고 하였으나 문제는 중도금 지급기한 전이었습니다.
3. 중도금 지급기한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금을 송금하게 하였음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 계약금 배액의 상환으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습니다. 의뢰인의 경우 중도금 납입기한 전이었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중도금 납입기한 전에 매도인의 계약해제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므로 목적의 달성을 위해서는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5억 원이라는 큰 금액이 좌우되는 사건이었으므로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며 법리를 검토한 결과 미리 중도금을 송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도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6492 판결)라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중도금 지급기한 전이라도 중도금을 납입할 경우 이행에 착수한 것이 되며, 그 결과 매도인은 계약금 배액의 반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거의 모든 판례를 며칠에 걸쳐 검토하여 본 결과 의뢰인의 사건과 매우 유사한 경우 미리 중도금을 납입한 것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판례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매매계약의 체결 이후 시가 상승이 예상되자 매도인이 구두로 구체적인 금액의 제시 없이 매매대금의 증액요청을 하였고, 매수인은 이에 대하여 확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제공하였는데, 그 이후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하여 해제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행기 전의 이행의 착수가 허용되어서는 안 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도인은 위의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라는 판례가 존재하였습니다.
4. 매도인은 중도금을 지급기한 점에 송금하였음을 지적하며 계약금 배액의 상환으로 계약해제를 시도하였습니다. 결국 매도인은 잔금수령도 거부하였으나 내용증명으로 잔금수령을 촉구 후 잔금을 공탁하고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습니다.
예상대로 매도인은 중도금 지급기한이 되지 않았는데 중도금을 송금한 것은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며 계약금 배액으로 계약해제를 시도하였습니다. 결국 매도인은 잔금수령도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내용증명으로 잔금수령을 촉구 후 잔금을 공탁하였습니다. 매도인은 극렬히 항의하며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지 아니하였습니다. 이에 원만히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즉시 제기하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판례의 법리들을 기초로 중도금을 미리 납부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받았습니다. 그 결과 중도금의 납입으로 이행에 착수하였기 때문에 계약금 배액의 상황으로 계약해제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었고 잔금을 공탁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승소하여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 받을 수 있었습니다.
5. 사건 이후
의뢰인이 자칫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였기 때문에 계약금 배액의 상환으로 계약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저에게 의뢰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큰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것입니다. 의뢰인이 매도인의 계약금 배액의 반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를 선임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였기 때문에 제 자문에 따라 그 전에 빠르게 미리 중도금을 송금하고 결국 재판으로 이어져 승소판결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금전적인 손해를 일부 배상받는 정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은 부동산의 소유권 자체를 받아오는 것입니다.
사건의 시작단계 또는 성숙되지 않은 단계에서 수백만 원의 변호사 선임비를 지출하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뢰인이 초기 단계부터 저를 믿고 사건을 맡겨주었기 때문에 이처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의 상환으로 계약해제를 한 이후에서야 뒤늦게 매수인의 입장에서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없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번 건은 의뢰인의 혜안이 빛났던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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