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회 이상 연락 | 주거지 찾아간 스토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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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이상 연락 주거지 찾아간 스토킹 사건 

박도민 변호사

스토킹혐의 불송치

서****

전 남자친구에게 수십 차례 연락하고 주거지에 찾아간 여성 의뢰인, 불송치 결정

여성인 의뢰인이 전 남자친구에게 약 40여 회에 걸쳐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전 남자친구의 주거지에 찾아가 수차례 만남을 시도하였다는 이유로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되었으나, 의뢰인에게 스토킹의 고의가 없고, 연락을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의뢰인과 전 남자친구 사이 관계 발전

의뢰인은 우연히 알게 된 남성과 몇 차례 만남을 가진 뒤 교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대방 남성은 의뢰인에게 적극적인 호감을 표시하며 관계를 이끌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깊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단순히 가볍게 만나는 사이를 넘어 성관계를 가지는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나 관계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깊어진 탓이었는지, 상대방의 감정은 점차 식어갔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상대방으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적극적인 구애로 시작된 관계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의뢰인은 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관계를 이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의뢰인 역시 마음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별 후 확인된 임신 사실

그런데 이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인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였습니다. 그 결과 임신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직전 생리일, 성관계 시점, 그리고 전 남자친구 외의 다른 남성과는 성관계를 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임신이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은 분명 축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미 헤어진 남녀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할 것인지, 출산한다면 어떻게 양육할 것인지, 상대방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은 결코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의뢰인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처음부터 임신 사실을 직접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우선 자연스럽게 연락을 이어가며 관계를 회복하거나 최소한 대화의 계기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차갑게 변한 상대방은 의뢰인의 연락을 거절하기만 하였습니다.

분노, 원망, 그리고 절박함이 겹친 상황

의뢰인으로서는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변심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구애하여 시작된 관계였고, 두 사람 사이가 깊어진 뒤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뢰인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임신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의뢰인은 심리적으로 매우 궁지에 몰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연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집에 찾아가기도 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왜 갑자기 변심하였는지, 적어도 임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의뢰인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라는 취지로 답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의뢰인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차단을 견디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약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43회에 걸쳐 상대방에게 연락하였고, 상대방의 주거지에 추가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은 이를 문제 삼아 의뢰인을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습니다.

스토킹 범죄는 언제 성립하는가

스토킹 범죄는 일반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는 경우 성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무상 상대방으로부터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받은 이후에도 수십 회에 걸쳐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시도한 경우, 또는 상대방의 주거지나 직장 인근을 배회하거나 찾아간 경우에는 스토킹 범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현재 수사 및 재판 실무에서는, 연락 횟수가 많고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사안이라면, 피의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스토킹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건을 단순히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연락했다”는 형식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분노하거나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 사이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이를 단순한 집착이나 괴롭힘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법과 제도로 해결하라”는 식의 형식적인 논리만 앞세워, 사건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운 사람이 스토킹 범죄의 가해자로 취급되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된 사건이라는 판단

저희는 이 사건이 전형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된 사건’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물론 의뢰인이 상대방에게 여러 차례 연락하고, 상대방의 주거지에 찾아간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행위가 왜 발생하였는지, 의뢰인이 처한 상황이 어떠했는지, 상대방과 의뢰인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단절되었는지를 함께 보아야 했습니다.

의뢰인은 단순히 헤어진 연인을 괴롭히거나 집착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임신이 확인된 상황이었고, 그 임신 사실과 향후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사건 초기부터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을 시간순으로 면밀히 정리하고, 의뢰인의 연락 행위가 스토킹 범죄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중심으로 변론을 준비하였습니다.

경찰 조사 전 제출한 변호인의견서

이 사건에서 특히 중요했던 부분은, 경찰 조사를 정식으로 받기 전에 변호인의견서를 먼저 제출하였다는 점입니다.

스토킹 사건에서는 고소인의 진술과 프레임만이 먼저 수사기관에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사관은 사건 초반부터 피의자를 ‘상대방이 거부했는데도 계속 연락한 사람’이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희는 담당 수사관이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사건의 객관적인 경위와 의뢰인이 처한 상황을 정리한 의견서를 먼저 제출하였습니다.

그 의견서에는 단순히 의뢰인의 억울함만을 반복해서 적은 것이 아니라, 수사관이 사건을 중립적으로, 나아가 피의자의 시선에서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초기 의견서 제출은 수사관이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지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피의자 조사 당시에도 통상적인 스토킹 사건의 조사처럼 연락 횟수와 방문 사실만을 추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뢰인이 당시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왜 상대방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비교적 충분히 진술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내용은 피의자신문조서와 사건기록에도 반영되었습니다.

핵심 변론 내용

이 사건에서 저희가 강조한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의뢰인에게는 상대방에게 연락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의뢰인은 단순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상대방을 괴롭힌 것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임신이 확인되었고, 그 임신과 관련하여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습니다. 임신, 출산, 양육의 문제는 의뢰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 역시 책임 있는 태도로 마주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둘째, 의뢰인의 연락 시도만으로 상대방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락이 반복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연락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였는지,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인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의뢰인의 연락은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중대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추가 의견서 제출과 불송치 결정

경찰 조사 이후에도 피의자와 고소인 사이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 관하여 객관적 진실을 정리한 추가 의견서를 한 차례 더 제출하였습니다.

이처럼 사건의 흐름을 단순한 감정싸움이나 일방적 연락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임신 사실과 두 사람의 관계, 연락의 동기와 목적, 상대방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 결과 의뢰인은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검사 역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승인하였습니다.

형식적인 법논리가 진실을 가릴 때가 있습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때로는 구체적인 사정과 배경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다소 기계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스토킹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그 이후에도 연락이 반복되었는지, 주거지나 직장을 찾아간 사실이 있는지와 같은 요소만을 놓고 보면,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실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은 단순히 헤어진 연인에게 집착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사정이 발생하였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형식적인 법논리만 앞세운다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이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기 대응과 변호인의견서의 중요성

이러한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처음부터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게 할 것인지입니다.

고소인의 주장만 먼저 전달되고, 피의자의 설명이 뒤늦게 덧붙여지는 현재 수사구조에서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프레임이 먼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 초기에 객관적 사실관계와 피의자가 처한 상황, 법적으로 다투어야 할 쟁점을 정리하여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경찰의 공감을 얻기 위해 단순히 “억울하다”, “사정이 있었다”는 말만 반복해서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그런 식의 주장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처리하게 만들 위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적 법논리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논리를 중언부언하지 않고, 사건의 핵심이 분명히 드러나는 의견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스토킹 사건이라고 하여 언제나 같은 결론이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락의 횟수나 방문 사실만으로 사건을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그 연락이 왜 이루어졌는지, 피의자가 처한 상황은 어떠했는지, 실제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면밀한 초기 대응과 변론을 통해, 의뢰인이 스토킹 범죄의 피의자로 처벌받는 부당한 결과를 막아낸 사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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