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 마련입니다. 치매나 뇌질환 등으로 부모님이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거나 병원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성년후견 신청을 검토하게 되는데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 현장에서 법원이 선임 여부를 심사할 때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까다로운 걸림돌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 놓인 당사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실무적인 쟁점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해외 거주나 외국 국적이면 성년후견인이 될 수 없나요?
우리 민법이 정한 성년후견인의 결격사유에는 거주지나 국적에 대한 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외국에 거주하고 있거나, 미국·캐나다 등 해외 시민권을 취득한 외국 국적자라 하더라도 자격 자체가 박탈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적인 최소한의 '자격' 요건일 뿐입니다. 실제 가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신청인의 국적보다 '지리적 거리'가 부모님의 신상 보호와 재산 관리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훨씬 무겁게 판단합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법원이 쉽게 선임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귀국하는데 법원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성년후견인은 단순히 부모님의 재산 명의를 대신하는 자리가 아니라, 매달 발생하는 병원비 결제, 요양원 계약, 세금 납부 등 일상적인 사무를 밀착해서 돌보고 매년 법원에 재산 사용 내역을 보고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법원은 해외에 사는 자녀가 어떻게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돌발적인 응급 상황이나 일상 사무를 처리하겠는가?라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역할 분담 계획'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있는 다른 형제나 친인척이 현장 실무(대면 간병 등)를 돕고, 해외 거주 자녀는 재산 관리와 굵직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겠다는 식으로 가족 간의 조율된 계획과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판사님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국적이 바뀐 경우 체류 비자나 서류 준비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라면 한국 법원에 제출해야 할 서류의 성격부터 달라집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기 때문에 본국의 인적 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갖추어야 하며, 해외 현지에서 아포스티유 인증이나 영사 확인을 받는 번거로운 공증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또한,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어 국내에 장기 체류하며 부모님을 돌볼 계획이라면 비자(F-4 재외동포 비자 등)나 체류 자격 문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체류 계획이나 거처가 불분명하다면 법원은 실질적인 후견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약 한국에 있는 형제들과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되나요?
해외 거주 자녀가 성년후견인이 되겠다고 신청했을 때, 국내에 있는 다른 가족들이 이에 반대하거나 재산 처분 방향에 이견을 보인다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집니다. 법원은 가족 간의 갈등이 부모님의 복리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 자녀들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제3자 전문가(변호사, 법무사, 전문 기관 등)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가 국내 재산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다른 형제들이 의구심을 품는다면, 법원은 자녀 단독 후견인 선임을 극히 꺼리게 되므로 초기 단계부터 가족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실무상 가장 중요합니다.
결국 해외 거주 자녀가 부모님의 성년후견인이 되기 위한 핵심은, 법적인 자격 유무가 아니라 '내가 가진 거리적·제도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부모님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돌볼 것인가'를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하는 데 있습니다. 부모님을 향한 따뜻한 효심이 온전히 전해지고 법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치밀한 후견 계획안 작성과 가족 간의 동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차근차근 접근하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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