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다 됩니다. 걱정 마세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가장 흔히 듣는 말입니다. 그 말을 믿고 계약금을 넣었는데, 막상 대출이 거절되면 어떻게 될까요. 분양대금은 묶이고, 이미 낸 돈은 돌려받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분양상담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대출이 불가능했던 사안에서,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낸 분양대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4가단208739 손해배상 사건). 이 글에서는 대출금 착오와 대출금 기망이 법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왜 이 사건에서는 '착오'가 '기망'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었는지를 정리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사건 개요 — "대출 된다"는 말을 믿고 분양받았는데 대출이 거절됐다
수분양자(원고)는 분양대행사 직원(피고 2)으로부터 오피스텔 분양에 관한 권유를 받고, 2022. 8. 20. 분양사(피고 B)와 분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계약금 등으로 2022. 8. 19. 10,000,000원, 2022. 9. 7. 53,716,000원, 합계 63,716,000원을 분양대금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계약 체결 당시의 대화였습니다. 수분양자는 자신의 소득·신용 사정 때문에 대출이 안 될까 봐 걱정하면서, 분양상담사인 피고 2에게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피고 2는 분양사(피고 B) 또는 분양대행사(피고 C) 측에 원고의 사정을 확인한 다음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권유했고, 수분양자는 이를 믿고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중도금 대출은 거절되었습니다.
수분양자는 분양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갈래의 청구를 했습니다.
두 갈래의 무기 — '착오 취소'와 '기망(불법행위) 손해배상'
분양 피해 사건에서 흔히 등장하는 두 가지 법적 구성이 이 사건에 그대로 나옵니다.
첫째는 주위적 청구로, 분양사(피고 B)를 상대로 한 착오 취소 + 부당이득반환입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분양사 측 설명을 믿고 계약했는데, 이는 분양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이고 그 착오는 분양사 측이 유발한 것이므로 계약을 취소한다. 따라서 이미 낸 분양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논리입니다.
둘째는 예비적 청구로, 분양대행사(피고 C)와 그 직원(피고 2)을 상대로 한 기망(사기)에 의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입니다. "피고 2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였으니 불법행위이고, 사용자인 피고 C도 사용자책임을 진다"는 논리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사건에서 법원은 첫 번째 무기(착오 취소)는 받아들였지만, 두 번째 무기(기망 손해배상)는 기각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 분양 피해 실무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핵심 법리 — '대출금 착오'가 상대방에 의해 유발되면 취소할 수 있다
민법 제109조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단순히 "계약을 하게 된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이른바 동기의 착오)에는 원칙적으로 그 동기가 상대방에게 표시되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 때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판례는 여기에 중요한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그 동기의 착오가 상대방의 잘못된 설명 등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되었거나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된 경우에는, 동기가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더라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대법원 1990. 7. 10. 선고 90다카7460 판결 등 참조). 이것이 이른바 '유발된 동기의 착오'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수분양자가 계약을 결심하게 된 동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그 동기의 착오를 분양사 측 직원이 직접 만들어 냈다(유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방적 동기 착오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법원의 판단 — 분양계약 취소 인정, 분양대금 전액 반환
법원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해 수분양자가 대출 가능 여부에 관한 착오에 빠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분양자는 애초에 대출이 안 될까 봐 걱정하며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고, 분양상담사 피고 2는 분양사·분양대행사 측에 확인까지 한 뒤 "대출이 가능하다"고 권유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오피스텔은 분양대금의 상당 부분(중도금 등)을 대출로 충당하는 구조였고, 대출이 되지 않으면 수분양자로서는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분양사 역시 분양 희망자들로부터 소득자료 등을 받아 대출 가능 여부를 따진 뒤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사정에 비추어 법원은, 대출 가능 여부에 관한 착오는 분양사 측 분양대행사 직원인 피고 2 등에 의하여 유발된 착오로서 분양계약의 중요부분 착오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취소 의사가 담긴 소장 부본이 피고 B에게 송달된 2024. 2. 8. 분양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분양사(피고 B)는 부당이득반환으로 이미 받은 분양대금 63,716,000원과 그 지연이자를 반환할 의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지연이자에 관해서는, 분양대금 입금일 다음 날부터 이자를 구한 원고의 주장 중 일부만 받아들였습니다. 피고 B가 처음부터 악의의 수익자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4. 2. 8.부터 판결 선고일(2024. 10. 16.)까지는 상법상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반전 — '대출금 기망' 청구는 왜 기각되었나
반면 분양대행사(피고 C)와 직원(피고 2)을 상대로 한 기망(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2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원고를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피고 2의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를 전제로 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분양 피해 실무의 결정적 교훈이 있습니다. 기망(사기)을 이유로 한 취소나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상대방의 '고의', 즉 속이려는 의도를 입증해야 하므로 문턱이 높습니다. 분양상담사가 "대출 된다"고 말한 것이 단순히 잘못된 안내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속일 작정이었는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착오 취소(민법 제109조)는 상대방의 속이려는 의도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중요한 사항(대출 가능 여부)에 관해 착오에 빠졌고, 그 착오를 상대방이 유발했다는 점만 보이면 됩니다. 즉, "대출금 기망"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대출금 착오"로는 계약을 깰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바로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실무 포인트 — 대출 거절 분양 피해, 이렇게 접근하라
분양받은 뒤 대출이 거절되어 곤란을 겪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첫째, 기망(사기)만 고집하지 말고 착오 취소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일수록 착오 취소의 실익이 큽니다.
둘째,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누구에 의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수분양자가 먼저 대출 가능 여부를 걱정하며 확인을 요청했고, 분양 측이 확인 후 "된다"고 권유한 정황은 착오 유발을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셋째, 증거 보전이 핵심입니다. 분양상담 당시 녹취, 문자·카카오톡, 분양 홍보자료, 소득자료 제출 정황, 대출 거절 통지 등을 최대한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넷째, 취소 의사는 도달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내용증명·소장 송달 등)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소장 부본 송달일이 취소 효력 발생 시점이자 지연이자 기산점이 되었습니다.
분양 대출 피해 체크리스트
분양대금의 상당 부분(중도금 등)을 대출로 충당하는 구조였는가(대출 가능 여부가 계약의 중요부분이었는가)
분양 측이 "대출 가능"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명·권유했는가
그 설명을 믿고 계약했는데 실제로 대출이 거절되었는가
대출 가능 여부를 둘러싼 상담 내용을 증명할 자료(녹취·문자·홍보물 등)가 있는가
착오 취소(민법 §109)와 기망 취소·손해배상(민법 §110, §750)을 함께 검토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FAQ)
Q. 대출이 안 나오면 무조건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나요? 무조건은 아닙니다. 대출 가능 여부가 계약의 중요부분이었고, 그에 관한 착오를 분양사 측이 유발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본인 사정으로 대출이 막힌 경우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Q. "속았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끝인가요? 아닙니다. 사기(기망)는 상대방의 고의를 입증해야 해서 어렵지만, 착오 취소는 상대방의 속이려는 의도까지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망 입증에 실패해도 착오 취소로는 계약을 깰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취소하면 낸 돈을 전부 돌려받나요? 원칙적으로 이미 낸 분양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습니다. 지연이자는 상대방이 처음부터 악의의 수익자였는지에 따라 기산점이 달라지며, 보통 취소 의사가 도달한 시점(소장 송달일 등)부터 계산됩니다.
맺음말
이 판결은 "대출 된다"는 말 한마디에 분양계약을 결심했다가 대출 거절로 발이 묶인 수많은 분양 피해자들에게 분명한 길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기망'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대출금 착오'를 통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착오 취소의 성패는 결국 "대출 가능"이라는 설명이 나온 경위와 그에 관한 증거에 달려 있는 만큼, 사안마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분양·부동산 관련 분쟁에서 착오·기망 취소, 부당이득반환, 손해배상 청구를 폭넓게 다루어 왔습니다. 대출 거절로 인한 분양 피해가 의심된다면, 계약서와 분양상담 정황을 확보해 착오 취소와 기망 손해배상을 함께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