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 해제·취소의 골든타임, 방문판매법 철회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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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계약 해제·취소의 골든타임, 방문판매법 철회권 행사 

강대현 변호사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을 분양받은 뒤 "잘못 계약했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카드가 방문판매법상 청약철회권입니다. "이미 몇 달이 지났는데 무슨 철회냐"고 포기하는 분들이 많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분양계약 체결 약 9개월 뒤에 한 청약철회를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시행사와 신탁사에게 계약금 전액과 연 15%의 지연배상금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11. 선고 2024가합88998 판결). 이 글에서는 위 판결을 토대로 오피스텔 분양 청약철회가 언제,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철회의 '골든타임'이 실제로 언제까지인지를 정리합니다.

사건 개요 — 오피스텔 분양 9개월 뒤의 청약철회

수분양자(원고)는 분양업무 담당 직원으로부터 2023. 8. 10.부터 같은 해 10. 30.경까지 분양 홍보를 받은 뒤, 2023. 11. 3. 분양대금 765,300,000원에 오피스텔 분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계약금으로 2023. 11. 3. 1,000만 원, 2023. 11. 8. 66,530,000원, 합계 76,530,000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수분양자는 분양계약 체결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2024. 8. 16. 시행사와 신탁사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방문판매법에 따라 청약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통지했습니다. 시행사 측은 "전화권유판매가 아니고, 수분양자는 거주가 아닌 전매(투자) 목적이어서 소비자도 아니므로 청약철회 대상이 아니다"라며 다투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승패는 ① 수분양자가 소비자인지, ②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하는지, ③ 철회 기간을 지켰는지라는 세 가지 쟁점에 달려 있었습니다.

방문판매법 청약철회권이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 제8조는 방문판매 또는 전화권유판매 방식으로 재화 등의 구매계약을 체결한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을 부여합니다. 핵심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라도 법정 기간 안에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민법상 해제·해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권리입니다.

둘째, 철회의 효과가 강력합니다. 방문판매법 제9조에 따라 판매자는 철회 통지를 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받은 대금을 환급해야 하고, 환급을 지연하면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연 100분의 15(연 15%)의 지연배상금까지 물어야 합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이 시행사·신탁사에게 계약금 76,530,000원과 함께 2024. 8. 23.부터 연 15%의 돈을 지급하라고 명한 것이 바로 이 지연배상금입니다.

쟁점 1 — 전매(투자) 목적이어도 '소비자'에 해당하는가

시행사 측은 "원고는 거주가 아니라 전매 목적으로 분양받았으니 방문판매법상 소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방문판매법 제2조 제12호와 시행령 제4조는 소비자를 "재화 등을 최종적으로 사용·이용하는 자" 등으로 정의하면서, 사업자가 사실상 소비자와 같은 지위에서 거래하는 경우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시킵니다. 분양받은 부동산이 실거주용인지 투자용인지가 곧바로 소비자 여부를 가르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부동산 거래를 사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아니라 개인적 자산 운용 차원에서 분양받은 점 등을 들어, 전매 목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소비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상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분양 피해 상담에서 "투자 목적이라 철회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를 업으로 하는 사업자가 아닌 한, 전매 목적의 개인 수분양자도 소비자로서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쟁점 2 — 내가 먼저 문의했는데도 '전화권유판매'인가

이 사건에서 가장 흥미로운 쟁점입니다. 시행사 측은 "수분양자가 평소 알던 지인(G)에게 먼저 분양상품 정보를 요청했고, 판매원이 구매의사 없는 소비자에게 먼저 전화를 건 것이 아니므로 전화권유판매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란 전화를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권유를 하거나 전화회신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행사 측 논리는 "거래의 첫 단추를 누가 끼웠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수분양자가 먼저 정보를 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전화권유판매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분양업무 담당 직원이 계약 체결 전인 2023. 8. 10.부터 10. 30.경까지 수회에 걸쳐 분양 홍보를 하면서 청약을 유도한 경위가 인정되는 이상, 거래의 실질을 보면 판매원의 적극적 권유로 계약에 이른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즉, 최초 문의 주체가 누구였는지보다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에 따라 이 사건 분양계약은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에 해당하게 되었고, 청약철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쟁점 3(골든타임의 핵심) — 9개월 뒤 철회가 어떻게 14일 이내인가

가장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방문판매법 제8조 제1항 제1호는 청약철회 기간을 원칙적으로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로 정합니다. 이 사건처럼 계약 후 9개월이 지났다면 당연히 기간이 지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같은 항 제3호에 결정적인 예외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청약철회에 관한 사항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있음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 청약철회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원고가 2024. 8. 14.경 변호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청약철회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이틀 뒤인 2024. 8. 16. 철회 통지를 발송하여(2024. 8. 19.경 도달) 14일 기간을 준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골든타임'의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청약철회의 14일은 계약일이 아니라 철회권을 알게 된 날부터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계약서에 철회 안내가 누락된 경우에 한정되고, 일단 철회권의 존재를 인지한 뒤에는 14일이라는 시계가 즉시 작동합니다. 따라서 "혹시 철회가 될까?"라는 의문이 든 순간이야말로 가장 위태로운 시점입니다. 전문가 상담을 미루는 사이에 그 14일이 흘러가 버리면, 살릴 수 있었던 권리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회의 효과 — 계약금 전액과 연 15% 지연배상금

철회가 인정되면 효과는 강력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시행사와 신탁사가 연대하여 원고에게 계약금 76,530,000원 전액과, 철회 효력 발생일로부터 3영업일이 지난 2024. 8.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지연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분양 측이 자발적으로 환급하지 않으면 매일 이자가 늘어나는 구조여서, 신속한 환급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주의 — 분양계약을 철회해도 '대출'은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짚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수분양자는 분양대금 납입을 위해 은행과 여신거래약정(대출)을 체결했는데, 법원은 은행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분양계약과 여신거래약정은 계약의 체결 경위·목적·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계약의 일부 무효·실효가 전체에 미치는지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

즉, 분양계약을 철회해 계약금을 돌려받더라도 대출 채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따라서 청약철회를 결정할 때에는 환급받을 계약금만 볼 것이 아니라, 이미 실행된 대출의 상환·정산 방안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철회 후 대출이 그대로 남아 이자만 부담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면, 철회권 행사와 대출 처리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분양 청약철회 체크리스트

  • 분양 대상이 오피스텔·생활형 숙박시설 등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 방식으로 거래되었는가

  • 계약서에 청약철회에 관한 안내가 기재되어 있는가(없다면 14일 기산점이 '안 날'로 늦춰질 수 있음)

  • 청약철회권의 존재를 안 날로부터 14일이 지나지 않았는가

  • 철회 의사는 내용증명우편 등 도달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통지했는가

  • 이미 실행한 대출(여신거래약정)의 상환·정산 방안을 함께 마련했는가

자주 묻는 질문(FAQ)

Q. 분양받은 지 몇 달 지났는데 청약철회가 가능한가요? 계약서에 청약철회 안내가 빠져 있었다면, 철회권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14일 이내에는 철회가 가능합니다. 위 판결에서는 계약 약 9개월 뒤의 철회가 인정되었습니다.

Q.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전매) 목적인데도 철회되나요? 부동산 매매를 업으로 하는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라면, 전매 목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소비자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Q. 제가 먼저 분양 정보를 문의했는데도 전화권유판매인가요? 최초 문의 주체보다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판매원의 반복적 권유로 계약에 이르렀다면 전화권유판매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철회하면 계약금만 돌려받나요? 계약금 전액에 더해, 판매자가 3영업일 내에 환급하지 않으면 연 15%의 지연배상금이 가산됩니다.

맺음말

이 판결은 "투자 목적이라서", "내가 먼저 문의해서", "이미 몇 달이 지나서" 청약철회를 포기했던 분양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길을 보여 줍니다. 동시에, 철회의 14일은 계약일이 아니라 권리를 알게 된 날부터 빠르게 흘러가며, 철회해도 대출은 남는다는 한계도 함께 일깨워 줍니다. 분양계약 청약철회는 결국 시점 싸움입니다. 의문이 드는 순간이 곧 골든타임이므로, 가능한 한 빠르게 계약서와 거래 경위를 검토받아 철회 가능성과 대출 정산 방안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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