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소송에서 불법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사례
상간소송에서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입증하여 위자료를 인정받는 것은, 실무상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부정행위의 정황은 휴대전화 메시지, 카드 사용 내역, 차량 운행 기록, 숙박업소 출입 기록 등 다양한 간접증거로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고, 법원 역시 이러한 정황증거의 종합적 평가를 통해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이 이미 녹취록과 같은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 측을 방어하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부정행위의 외형을 부인하기 어려운 정황 속에서, 변호인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다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증거 자체의 적법성과 증거능력을 면밀히 검토하여 다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화 녹음, 어디까지 적법한가
흔히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내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정도의 법률 상식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가 자신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까지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입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본인이, 배우자와 상간자 사이의 대화 — 즉 자신은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대화 — 를 도청장치 등을 이용하여 녹음하였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같은 법 제4조에 따라 그 녹음물 및 이를 기초로 작성된 녹취록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형사절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에서도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대법원 판단을 이끌어낸 실제 대리 경험
저는 상간소송에서 원고(피해 배우자) 측을 대리한 경험이 많지만, 반대로 피고(상간자) 측을 대리한 사건에서 원고(본처)가 남편과 피고 사이의 대화를 도청장치를 이용해 불법으로 녹취한 사안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당시 원고 측은 해당 녹취록을 사실상 사건의 핵심 증거로 제출하였고, 1심과 2심에서는 그 증거가치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저는 해당 녹취가 명백히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한다는 점, 따라서 같은 법 제4조에 의하여 민사소송에서도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에서 해당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의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시사점
이 사건은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상간소송에서 ‘증거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승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증거가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 의하여 수집되었는지에 따라 증거능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고, 이는 사건의 결론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상간자로 지목되어 소송을 당한 입장에서도 방어의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부정행위의 외형이 일부 드러난 상황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의 수집 경위와 적법성을 정밀하게 검토함으로써 방어의 활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상간소송은 감정의 영역이 짙게 개입되는 사건이지만, 법정에서 결국 가려지는 것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입니다. 증거의 수집 단계에서부터 신중을 기하고, 반대로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의 적법성을 끝까지 의심하고 검토하는 것이, 상간소송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는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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