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스캠 등으로 피해를 본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처벌보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냐는 것입니다. 피해사실이 매우 안타까우나 현실적으로 피해회복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해당 범죄의 경우 빨리 고소(또는 진정)하고 지급정지를 신청하라는 원론적인 답은 드릴 수 있지만, 그 뒤에 펼쳐지는 현실은 기대와 사뭇 다릅니다. 피해회복이 쉽지 않음에도 피해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이 범죄는 잡기 어려운가
먼저 범죄의 구조를 알아야 현실이 보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을 정점으로 간부, 상담원, 인출책 등으로 위계와 역할이 짜인 점조직입니다. 법원도 이런 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역할은 잘게 쪼개져 있습니다. 해외 콜센터가 피해자를 직접 속이고, 대포통장 모집책이 범행 계좌를 모으며, 인출책과 전달책이 돈을 빼내고, 환전책과 송금책이 이를 해외로 돌립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정작 큰돈을 가져가는 총책과 중간 간부가 대부분 해외에 있어 검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잡히는 사람은 인출책이나 전달책, 대포통장 명의자 같은 하부 가담자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손에 쥔 몫은 인출금액의 몇 퍼센트에 불과한 수수료뿐이고, 정작 피해금의 대부분은 이미 국외로 빠져나간 뒤입니다. 결국 잡힌 사람에게 받아낼 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 이것이 회복이 어려운 출발점입니다.
피해회복이 어려운 구체적인 이유
검거된 인출책이나 전달책은 수많은 피해자와 합의할 만한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경제력이 있어도 전원과 합의는 불가합니다. 피해자가 수십, 수백 명에 이르면 전원과 합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가해자는 형을 줄이기 위해 일부 피해자와만 전략적으로 합의하고, 나머지는 합의 대상에서 빠져 회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배상액이 깎입니다. 법원은 과실에 의한 방조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지우려면 방조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결과 가담 정도와 실제 취득한 이익 규모 등을 따져 배상액을 제한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와 같은 이유로 배상명령 신청도 각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맨스스캠은 민사책임 인정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계좌 명의자도 속아서 통장을 전달하였거나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인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할 일
회복이 어렵다고 손을 놓으면 손해는 더 커집니다. 다음만큼은 반드시 해두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피해를 인지한 즉시 해당 금융기관이나 금융감독원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금융회사는 사기이용계좌로 의심되는 정황이 인정될 때 해당 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합니다. 지급정지가 빠르면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이 인출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므로, 속도가 곧 회복 가능성입니다.
다음으로 형사고소를 해야 합니다. 단지 처벌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두 가지 실익이 있습니다. 하나는 합의 가능성을 여는 것입니다. 가해자는 형을 줄이려 합의를 시도할 동기가 있고, 법원도 실질적 피해 회복을 양형에서 유리하게 봅니다. 고소가 합의의 단초가 되는 셈입니다. 다른 하나는 집행권원 확보입니다. 합의가 없더라도 유죄가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민사 집행권원을 만들어 둘 수 있습니다. 확정된 배상명령이나 가집행선고가 붙은 배상명령이 기재된 유죄판결서 정본은 집행력 있는 민사판결 정본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지금 가해자에게 재산이 없더라도, 훗날 취업하거나 재산이 생기면 그 집행권원으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당장의 회복이 막막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피해 직후,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현실적인으로 전액 회수는 매우 어렵고, 해외 총책이 끼어 있으면 피해금 대부분은 이미 국외로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그래도 지급정지가 빠를수록 환급 가능성은 올라가니 환급 절차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형사고소는 당장의 처벌보다 집행권원 확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민사소송을 낼 때도 가담 정도에 따라 배상액이 깎일 수 있고 가해자가 무자력이면 승소해도 집행이 어려울 수 있으니, 소 제기 전에 상대의 재산 상황을 가늠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되,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피해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정작 돈을 가진 윗선은 해외에 있고, 잡히는 사람은 경제력 없는 하부 가담자이며, 민사에서는 배상액이 깎이고 배상명령마저 각하되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지급정지는 환급의 거의 유일한 현실적 수단이고, 형사고소는 합의 가능성과 미래의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은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피해자의 일상과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범죄입니다. 회복이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되, 쓸 수 있는 법적 수단을 빠짐없이 동원해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