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고 싶은데, 전업주부로만 지내고 남편이 경제력을 쥐고 있어, 남편의 재산을 모르는데 재산분할이 가능할까요? 이혼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이 고민하는 부분중 하나입니다. 이혼 분쟁이 예상되면 한쪽 배우자가 미리 예금을 현금으로 빼거나, 가족·지인 명의로 돌려놓거나, 코인으로 옮겨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재산분할의 대상과 액수가 재판이 끝나는 시점(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그 시점에 상대의 재산을 얼마나 정확히 드러내느냐가 분할 결과를 좌우합니다. 그렇다면 숨긴 재산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 그 방법을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무엇이 나눠야 할 재산일까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가 함께 협력해 이룬 공동재산을 청산하는 절차입니다. 부동산과 예금은 물론 유체동산, 회원권, 주식, 보험, 퇴직금, 연금까지 두루 포함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의 경우 재판이 끝나는 시점에 이미 받은 것은 당연히 대상이 되고, 아직 받지 않았더라도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나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특히 중요한 법리가 하나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에서 비롯된 채권을 한쪽이 별거가 시작된 뒤에 변제받았다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스스로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같은 금액의 현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쉽게 말해 별거 후 예금을 빼냈더라도 사용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그 금액은 여전히 분할 대상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추정 법리를 모른 채 상대가 돈을 다 썼다고 하니 끝난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사용처 입증 책임이 상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법원을 통해 재산을 추적하는 방법은?
배우자가 순순히 재산을 내놓지 않을 때, 법원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여럿 있습니다.
첫째는 재산명시입니다. 가정법원은 재산분할 사건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 신청에 따라, 상대에게 자신의 재산과 일정 기간 처분한 재산 내역을 적은 목록을 내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목록을 내면 가사소송법 제67조의3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둘째는 재산조회입니다. 재산명시를 거쳤는데도 목록 제출을 거부하거나 그 목록만으로는 사건 해결이 어려울 때, 법원은 직권이나 신청으로 상대 명의의 재산을 직접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재산과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에 조회하는 방식이라, 상대가 협조하지 않아도 재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회를 요구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합니다.
셋째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입니다. 은행 계좌의 입출금 내역과 예금 잔액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이혼·재산분할 소송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입니다. 금융실명법을 근거로 법원이 금융회사에 거래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실제 법원도 이 결과를 토대로 배우자의 재산 현황을 파악합니다.
넷째는 과세정보 제출명령입니다. 세무서나 지방자치단체에 상대의 소득 내역, 재산세 납부 내역 같은 과세정보를 내도록 명해 재산 보유 상황을 들여다보는 방법입니다.
다섯째는 문서송부촉탁입니다. 다른 법원이나 기관이 보관 중인 서류를 보내달라고 촉탁해 재산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금융거래정보를 받아내는 한 방법으로도 쓰입니다.
여섯째는 사실조회입니다.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등에 부동산 보유 현황이나 거래 내역을 묻는 방식입니다. 실무에서는 앞의 제도들이 절차가 까다로운 탓에, 상대 재산을 밝히는 데 사실조회가 폭넓게 활용되는 편입니다.
입출금 내역에서 숨긴 재산의 흔적을 읽는 법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으로 계좌 내역을 확보하면, 다음 같은 수상한 거래가 드러나곤 합니다. 분쟁 전후로 갑자기 큰 현금을 인출한 정황, 목적이 불분명한 채 특정 계좌로 반복 이체된 흔적, 그리고 부모나 형제, 지인 계좌로 돈을 옮겨 놓고는 재산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앞서 본 추정 법리가 여기서 힘을 발휘합니다. 별거 후 빠져나간 금액은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현금 인출이나 사용처 불명 이체가 확인되면 그 금액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외도 상대에게 선물이나 돈을 주어 재산이 줄어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부부 공동재산을 함부로 처분한 것에 해당해, 분할 비율을 정할 때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하거나 그 금액 자체가 분할 대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외도 상대에게 증여한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지키기 위한 사해행위취소를 청구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코인은 왜 찾기 어렵고, 그래도 어떻게 추적할까
요즘 상담에서 부쩍 늘어난 것이 가상자산입니다. 코인은 국가가 통제하는 일반 금융자산과 달리 블록체인에 분산 기록되는 정보라, 전자지갑 주소는 보여도 그 주인의 인적사항을 알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개인 전자지갑으로 직접 거래하면, 거래소에 대한 조회만으로는 그 존재와 규모를 파악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자가 업비트나 빗썸, 코인원 같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해당 거래소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로 거래 내역과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 지갑으로 옮긴 경우라도 간접 추적이 가능합니다. 우선 은행 계좌 내역을 분석해 거래소로 입금한 흔적을 찾고, 그 거래소를 추가 조회해 매수 내역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또 큰 현금을 인출한 뒤 사용처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돈이 코인 구매에 쓰였을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사용처를 증명하지 못하면 현존 추정이 적용됩니다. 가상자산은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으로 인정되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압수·몰수 대상이 될 수 있을 만큼 재산적 가치가 명확하므로, 보유 사실이 확인되면 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추적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선
재산을 찾는 일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습니다.
가장 주의할 점은 취득한 정보의 용도입니다.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으로 얻은 거래정보를 해당 소송이 아닌 다른 목적에 쓰거나 제3자에게 넘기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이런 경위로 알게 된 정보는 소송 목적 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재산조회 결과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를 재산분할 심판 외의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이혼한 뒤 뒤늦게 재산 추적에 나서는 경우라면 이 2년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 배우자가 분할청구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재산을 빼돌렸다면 민법에 따라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데, 이 소는 취소 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안에 제기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재산을 알지 못하여 고민하고 계시다면,
배우자가 숨긴 재산을 찾는 일은 공정한 재산분할을 위한 핵심 과정이지만, 동시에 정보 사용의 한계와 기한이라는 법적 테두리를 지켜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안내이며, 실제 사건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상대의 재산이 의심스럽게 줄어들었다면, 어떤 수단을 어떤 순서로 쓸지부터 전문가와 함께 설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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