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일반 민사 계약은 낙성, 불요식 계약입니다.
법률을 조금이라도 공부하신 분들에게는 상식과도 같은 사실입니다만, 대한민국 민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계약은 낙성불요식 계약에 해당합니다.
낙성불요식(諾成不要式) 계약이란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 합치(청약과 승낙)만으로 성립하는 계약으로, 특별한 형식이나 물건의 인도를 요하지 않는 가장 일반적인 계약 형태입니다.
대한민국 민법상 일부 특수계약(현상광고)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형계약(매매, 임대차 등)이 이에 해당하며, 구두 합의만으로도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요물계약(要物契約)으로 당사자의 의사 합치(합의) 외에 물건의 인도나 현실적인 급부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계약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계약금 전부를 지급해야 성립하는 '계약금 계약'을 들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은 계약금 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민법 제565조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예를 들어, 매수인이 약정한 계약금 전액을 전부 매도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계약금 해제를 할 수 없고, 매도인 역시 약정한 계약금을 실제로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약금 배액을 매수인에게 반환하는 방법으로 계약금 해제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계약금 계약 등 몇 가지 특수한 계약 유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계약은 낙성 불요식 계약에 해당하므로 계약 당사자들은 서면에 의한 합의 없이도 얼마든지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 의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습니다.
금전대차계약에서 계약서를 작성해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에게 대여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일반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많은 수많은 계약은 계약서 작성 없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금전 대여 건에 있어 대주와 차주가 연인, 친구, 가까운 동료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대주가 차주를 전적으로 신뢰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곧바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요식 계약에서는 차주가 대주의 신뢰를 저버리고 제때 돈을 갚지 않는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대체로 차주는 제대로 된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인의 금전 차용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차주가 금전대차를 부인하는데 가장 자주 활용하는 항변 사유는 주로 '본인이 수령한 돈은 빌린 돈이 아니라 증여받은 돈'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대주)는 본인이 채무자(차주)에게 금전을 지급한 사실, 지급한 돈이 증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금전 대여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전부 입증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데, 채권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계약서(차용증)를 미리 작성해 놓지 않았기에 본인이 채무자에게 지급한 금전의 성격을 입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채권자가 비록 채무자와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방식의 입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소송을 통해 대여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권자는 채무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SNS 기록에 기재된 대화 내용을 통해 채무자와 금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실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었던 의뢰인을 대리하여 채무자를 상대로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낸 사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일부 사실관계는 의뢰인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적절히 수정, 변경하였음을 밝힙니다).
사 건 개 요
본 사건 의뢰인은 오랜기간 교제한 남자친구와 동거 생활을 유지하였는데, 동거 기간 중 남자친구가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전대여를 요청하였습니다.
먼저 의뢰인은 남자친구에게 720만 원을 20일에 걸쳐 4회에 나누어 빌려주었으며, 그로부터 약 1년 후에는 남자친구로부터 변호사 보수를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330만 원을 추가로 빌려주었습니다.
최초 차용 당시 남자친구는 의뢰인에게 "급한 일이 정리되면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돈을 빌린 시점으로부터 2년이 넘도록 돈을 갚지 않았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악화되어 결별을 선언하고 빌려 간 돈도 갚을 것을 요구하였으나, 남자친구는 의뢰인의 대여금 반환 요구를 무시한 채 그대로 잠적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남자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고자 조훈목 변호사가 근무하던 법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하였습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하였던 조훈목 변호사는 금전대여사실을 입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의뢰인과 채무자는 금전 이체 당시 연인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금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의뢰인과 채무자가 주고 받은 대화내역에서도 언제 돈을 빌려주고 언제 빌려준 돈을 변제하기로 하였는지에 대하여 정확하게 약정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대화내역에서는 의뢰인이 채무자에게 변제를 독촉한 대화 내역조차 전혀 확인되지 않았기에 의뢰인이 지급한 금원의 성격을 대여금으로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이에 조훈목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일단 채무자에게 채무 전액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신청서를 제출하되, 채무자가 청구를 다툴 경우에는 변호사 보수 대납액 대한 반환 청구에 집중하자"라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만약, 채무자가 계약 사실을 다투지 않으면 지급명령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의뢰인의 동의를 받은 조훈목 변호사는 채무자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구하는 지급명령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급명령을 수령한 채무자는 곧바로 '본인이 수령한 금원이 전부 연인 관계에 기초한 증여에 따른 금원'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사 건 결 과
결국, 사건은 정식재판 절차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당시 의뢰인이 조훈목 변호사에게 제공하였던 증거 자료에는 채무자가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진술한 내용만 포함되어 있었기에 의뢰인과 피고의 금전 소비대차 계약 사실을 입증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건을 담당하였던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원고와 피고가 동거하는 등 사실상 경제적 공동체로 생활하였던 점, 차용증 등 처분문서가 작성된 점이 없었던 점, 이외 원고가 직접적으로 피고에게 채무 독촉을 하였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피고에게 금전을 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은 판결 직후 피고와 추가 대화 내역을 확보하였음을 이유로 항소 제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이때 의뢰인이 추가로 제공한 대화 내역에는 피고가 의뢰인에게 "네가 제공한 변호사비 덕분에 재판이 무사히 끝날 것 같다", "앞으로 변호사비는 조금씩 주겠다", "변호사비 변제 문제는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 등의 발언을 한 내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조훈목 변호사는 항소장을 제출함과 동시에 이러한 대화 내역을 정리하여 추가 증거로 제출하였고, 항소이유서에 '적어도 변호사비 지급 건은 증여가 아닌 대여금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기한의 정한이 없는 채무라도 채권자가 이행청구한 날 이행기가 도래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소장(지급명령)이 송달된 날로부터 지연손해금도 부담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하였습니다.
다행히도 항소심을 담당하였던 수원지방법원 제5민사부는 위와 같은 원고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원고에게 변호사비 대여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본 사건의 의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모든 계약은 계약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계약서를 따로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미처 계약서를 작성해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민사법은 '낙성불요식' 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계약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간접 증거를 확보하였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과 같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계약 건으로 인하여 법률적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편히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조훈목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심층 상담을 통해 최적의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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