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초 강제추행, 성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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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초 강제추행, 성범죄자가 되지 않으려면 

박재성 변호사

스쳐 지나간 0.3초, 그날 이후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이른바 '평택 여경 강제추행' 사건을 다룬 영상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회식을 마치고 동료들과 노래방에 들른 평범한 20대 청년이, 흥에 취해 소화기를 한 번 분사한 일로 출동한 경찰과 마주쳤습니다. 청년은 노래방 사장에게 청소비와 소화기 값을 물어주고 처벌불원서까지 받아 제출했고, 그렇게 모든 일이 마무리됐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9일 뒤, 가벼운 마음으로 경찰서에 출석한 그는 그 자리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출동했던 여성 경찰관이 자신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했다는 행위는 노래방의 좁은 복도에서 카운터에 서 있던 경찰관 뒤를 스쳐 지나간 단 몇 초의 동작입니다. 공개된 CCTV 영상은 5초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화면 안에서 손이 닿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청년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지금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그저 멀리 있는 남의 일처럼 들리시나요?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 사람으로 붐비는 식당과 카페의 좁은 통로, 엘리베이터 안.

우리가 매일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그 모든 공간이 바로 이 사건이 벌어진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 0.3초, 의도하지 않은 신체 접촉 하나만으로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에서 강제추행 가해자로 지목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끝에 평생 따라다닐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분명히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지고 살아야하는 공포입니다.

저는 오늘 이 글에서, 같은 '신체 접촉'을 두고 어떤 사건은 유죄가 되고 어떤 사건은 무죄가 되는지, 그 갈림길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그 갈림길 위에서 변호인이 곁에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지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떳떳하다는 믿음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순간

이 사건을 다룬 영상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하나 있습니다.

청년이 "떳떳해서 가만히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은 결코 만진 적이 없고 잘못한 것이 없으니, 수사기관에 가서 사실대로만 말하면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인도 없이 홀로 조사실에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이 청년은 단 한 차례 조사를 받았고, 그를 고소한 경찰관은 다섯 차례에 걸쳐 진술했습니다.

저는 이 '떳떳함에 대한 믿음'이야말로 억울한 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 무너지는 지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백한 사람일수록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범죄 수사의 실제 현실은 그 믿음과 전혀 다르게 움직입니다.

평택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보십시오. 사건 직후 작성된 발생보고서에는 '왼손으로 엉덩이를 1회 접촉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뒤 경찰 조사에서는 '손바닥으로 잡는 느낌이 들었다'로 바뀌었고, 이듬해 검찰 조사에서는 '움켜쥐었고,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손가락으로 딱 집고 갔다'는 식으로 진술이 점점 구체적이고 강한 표현으로 발전했습니다. 처음의 '접촉'이 시간이 흐르며 '움켜쥠'이 된 것입니다.

만약 이 청년 곁에 처음부터 변호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0.3초라는 찰나에 손등을 돌려 무언가를 움켜쥐었다가 다시 원래 방향으로 손을 복귀시키는 동작이 물리적으로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진술이 회를 거듭할수록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변화의 마디마디에 어떤 모순이 숨어 있는지를 조사 단계에서 곧바로 짚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변호인은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무방비 상태로 조사를 받은 결과, 청년은 제대로 된 항변 한 번 남기지 못한 채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된다'는 평가가 수사기록과 재판 기록에 그대로 자리 잡도록 두고 만 셈이 되었습니다.

변호인이 없으면 왜 '무혐의'가 그토록 어려운가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그러나 실무에서 일하는 변호사라면 누구나 아는 한 가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변호인 없이 신체 접촉 사건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도와줄 사람이 한 명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사 구조 자체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출발선에 혼자 서는 일입니다.

수사기관, 특히 사건을 처음 다루는 경찰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정황이 의심되는 사건에서, 만약 경찰이 '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고소인이 그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고, 사건이 다시 검토되거나 검찰 항고로 이어진다면, 그 사건을 불송치 처리한 담당자의 판단은 곧바로 도마 위에 오릅니다.

반대로 '유죄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면, 최종 판단의 책임은 검사와 법원으로 넘어갑니다.

어느 쪽이 담당자에게 더 부담이 적은 선택이겠습니까.

그래서 현실에서는, 신체 접촉의 외형만 존재하면 — 그것이 고의에 의한 추행인지 우연한 스침인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 일단 유죄 취지의 의견으로 송치하고 기소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나는 떳떳하니까 사실대로만 말하겠다'며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해 버린 피의자가, 정작 그 접촉에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은 한마디도 제대로 다투지 못한 채 사건이 그대로 위로 올라가 버리는 경우를 저는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일단 유죄 의견으로 송치되고 기소가 이루어지고 나면, 그 뒤에 무혐의에 해당하는 결과, 즉 무죄를 받아내는 일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워집니다.

변호인의 역할은 바로 이 흐름을 가장 앞단에서 끊어내는 것입니다.

사건이 송치되기 전, 조사가 진행되는 그 단계에서,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과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수사기록에 명확히 새겨 넣는 일. 우연하고 무의식적인 접촉이었을 가능성, 진술이 변해온 과정의 모순, 물리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동작에 대한 반박을 조서에 분명히 남겨 두는 일.

이렇게 해 두면 수사기관이 '유죄 의견 송치' 그 자체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집니다. 초기 대응이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며, 변호인의 동행이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신체 접촉인데, 왜 어떤 사건은 유죄가 되고 어떤 사건은 무죄가 될까

그렇다면 신체 접촉이 문제 된 사건은 모두 유죄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평택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게, 서로 다른 재판부에서 따로 진행된 여러 사건들을 살펴보면, 같은 듯 보이는 신체 접촉을 두고 법원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린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갈림길에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법원이 유죄로 판단할 때의 판단 구조를 보겠습니다.

영상 같은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핵심 부분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행위가 일어난 부위, 방식, 전후의 맥락, 그리고 피해 직후의 반응까지가 직접 겪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울 만큼 짜임새 있게 진술되는지를 봅니다. 여기에 더해, CCTV에 찍힌 동선, 신고와 상담의 경위, 사건 이후 오간 메시지, 심지어 피고인 자신의 모순된 진술 같은 간접 정황이 그 진술을 겹겹이 뒷받침하는지를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굳이 거짓으로 사람을 모함할 만한 동기가 있는지를 따집니다. 이 세 가지 — 핵심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간접 정황의 다층적 보강, 허위 동기의 부재 — 가 갖추어지면, 법원은 사소한 진술의 불일치가 있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합니다.

예컨데,

도수치료를 받던 환자의 가슴과 성기 부위를 만졌다는 혐의로 다투어진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피해자가 추행의 경위와 당시의 심경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예약을 취소한 정황이나 진료 서류를 발급받은 사실, 피고인이 추궁을 받고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태도 같은 간접 정황이 진술을 보강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를 끌어안고 엉덩이를 만졌다는 다른 사건이나, 포장마차에서 미성년 피해자의 엉덩이를 여러 차례 주물렀다는 또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핵심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피고인의 변명이 CCTV에 드러난 동선과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평택 여경 사건의 유죄 판결 역시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CCTV가 이를 뒷받침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바로 이 구조 안에서 내려진 것입니다.

이제 정반대편, 법원이 무죄로 판단할 때의 구조를 보겠습니다.

무죄 판결문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피해자 진술의 '핵심' 그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진술의 핵심이 '스치는 느낌' '찰나의 감각' 정도에 머물러 그것만으로는 가해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 또는 핵심적인 대목에서 진술이 모호하거나 번복되는 경우, 그리고 CCTV 같은 객관적 자료가 있더라도 그것이 추행 사실을 직접 뒷받침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연한 접촉'의 가능성과도 똑같이 들어맞는 경우. 이럴 때 법원은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상가 건물의 좁은 계단에서 지나가다 가슴과 엉덩이가 스치듯 접촉되어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느낀 것이 '스치듯 한 느낌'에 가까워 이를 고의적인 만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CCTV에도 그저 다가서서 대화하는 모습 정도만 보일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교사가 학생 곁을 지나다 허벅지 등에 손이 닿았다는 사건에서도, 법원은 그것이 의도적인 접촉인지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술집에서 손님이 좁은 공간을 지나며 종업원과 접촉했다는 사건에서는, 손님이 종업원의 주의를 끌거나 곁을 지나가기 위해 신체에 손을 댔을 가능성, 의도한 부위가 아닌 곳에 손이 닿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밖에도 접촉이 어깨를 친 정도에 그쳤다거나, 검사가 지목한 시간대의 접촉 자체가 CCTV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이 있습니다.

이 두 흐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진짜 분기점은 '신체가 닿았는가'가 아니라 '추행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는가'에 있습니다. 신체 접촉 사건에서 접촉 사실 자체는 다툼이 없는 경우가 오히려 흔합니다. 강제추행은 단순히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되며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 '고의'라는 한 점을 둘러싸고, 변호인이 그것을 부정하는 논리를 얼마나 치밀하게 세워 두었느냐가 같은 사건의 운명을 정반대로 바꿉니다.

무죄 판결은 운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입니다

앞서 본 무죄 판결들은 피고인이 운이 좋아서 받은 결과가 결코 아닙니다.

모두 변호인이 사건의 가장 앞단에서부터 한 가지 논리를 일관되게 세워 둔 결과입니다. 접촉은 찰나에 불과했고, 상대방의 주관적인 '느낌'만으로는 추행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으며, 무의식적이고 우연한 접촉이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논리. 그리고 그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CCTV 영상, 현장의 구조, 동선, 진술이 변해온 경위 같은 객관적인 정황을 하나하나 입증해 낸 결과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작업은 재판이 시작된 뒤에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기 전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미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단 유죄 의견으로 송치되고 기소가 이루어지면 그 흐름을 되돌리는 데는 몇 배의 힘과 비용이 듭니다. 무죄로 가는 길의 설계도는 조사실에 처음 들어서는 그 순간 이미 펼쳐 두어야 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누군가는 무죄를 받고 누군가는 유죄를 받는 진짜 이유는, 결국 그 설계가 언제, 누구의 손으로 시작되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

글을 맺으며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한 가지 실수입니다.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혐의, 그것도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조사를 멈추셔야 합니다.

'결백하니까 피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으로 엉겁결에 조사에 응하고, 자신도 미처 다 읽지 못한 조서에 지장을 찍는 순간,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기억해 두실 점을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예상하지 못한 혐의 앞에서는 결백을 입증하려고 서두르지 마시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밝힌 뒤 조사 일정을 미루십시오.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가장 안전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2. 신체가 닿았다는 사실과 추행할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잊지 마십시오. 접촉 사실을 가볍게 인정해 버리는 순간, 정작 다투어야 할 핵심인 '고의'를 다툴 토대 자체가 무너집니다.

3. 사건 현장의 CCTV, 동선, 함께 있던 사람의 진술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객관적 증거는 처음 며칠 안에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을 혼자서, 그것도 정확한 시점에 빠짐없이 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찰나의 신체 접촉 하나로 성범죄자라는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쓸 위기에 놓이셨다면, 혼자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흘려보내지 마십시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은 결코 여러분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만일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게 된다면, 주저없이 연락하세요. 제가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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