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재성 변호사입니다.
요즘 '놀쟈' 사건 때문에 마음 졸이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가입만 했는데 처벌받을 수 있다, 댓글 한 줄 남긴 것도 위험하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면서, 평소 법과는 거리가 멀게 사신 분들조차 자기 휴대폰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 정말로 무서운 대법원 판결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놀쟈' 수사 흐름과 정확히 맞물려서, 단순히 사이트 이용자만이 아니라 휴대폰 깊숙한 곳에 잊혀진 채 잠들어 있는 옛날 영상들까지 한꺼번에 처벌권에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무기가 검찰과 경찰의 손에 쥐어진 셈이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드리려 합니다.
"3년 전에 받았던 영상이 아직 휴대폰에 있는데요…"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호기심에, 혹은 단톡방에서 누군가 올린 걸 무심코 받아두었다가 그대로 잊고 살았는데, 요즘 뉴스가 쏟아지니 갑자기 떠올랐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지금 어떡해야 할까요?"
겁먹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계셔야 다음 발걸음을 제대로 디딜 수 있기에,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려 합니다.
대법원이 뒤집은 1·2심 무죄
지난 5월 18일, 의미가 큰 대법원 판결이 하나 나왔습니다(대법원 2026. 5. 18. 선고 2026도541 판결).
사건의 주인공은 30대 남성 A씨. 그는 2014년부터 2020년 사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불법촬영물 113개를 내려받았고,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지인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 195개를 직접 만들어 자기 휴대폰에 저장해두었습니다.
그 사이 우리 법은 두 차례 바뀝니다. 2020년 5월에는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규정이, 2024년 10월에는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 처벌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죠. 문제는 A씨가 2024년 12월 압수수색을 당할 때까지 그 파일들을 한 번도 지우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쟁점은 분명했습니다.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받아둔 파일을, 법이 생긴 후에도 그저 지우지 않고 가지고만 있었던 것을 처벌할 수 있는가?"
1심도, 2심도 무죄였습니다. 처벌법 시행 이후 새로 다운로드하거나 별도의 행위를 한 게 아닌데, 단순히 갖고 있던 것만으로 처벌하는 건 너무 멀리 간 것이라는 판단이었지요.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정반대였습니다. 무죄 부분을 통째로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계속범'이라는 한 단어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대법원의 판단을 가른 핵심은 '계속범'이라는 법적 개념이었습니다. 다소 낯선 용어지만, 이렇게 비유해 보시면 한결 와닿으실 겁니다.
음주운전은 시동을 끄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 순간 끝나는 범죄(즉시범)입니다. 반면 마약 소지는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동안 매 순간 새롭게 죄가 성립하는 범죄(계속범)이지요.
대법원은 휴대폰 속 불법 영상의 '소지' 역시 계속범이라고 본 것입니다. 영상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그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 자체가 매 순간 새로 성립하는 범죄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다운로드는 옛날에 했더라도 '법이 생긴 시점부터 압수당할 때까지' 그 파일이 휴대폰에 살아있었다면 그 기간만큼은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재다운로드 같은 추가 행위는 필요 없습니다.
놀쟈 수사 다음, 정조준되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왜 지금, 이 판결이 정말로 무서운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놀쟈' 사건이지요. 폐쇄형 불법 사이트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가입 기록, 다운로드 이력, 댓글 활동, 추천(좋아요) 클릭까지 들여다보는 전방위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 수사의 칼날을 한층 더 날카롭게 벼려놓았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그 영상 받은 게 법 만들어지기 전이라서 처벌 못 한다"는 항변이 통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언제 받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그 영상이 휴대폰에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겁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매우 든든한 무기가 됐습니다. 놀쟈 이용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본격화되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휴대폰과 클라우드, 외장하드에 남아있는 '잊혀진 파일' 하나하나가 모두 처벌의 근거로 끌려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지우면 될까요? 절대로 안 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중에는 이미 휴대폰 갤러리를 열어보고 계신 분도 있을 겁니다. 잠시만 멈춰주세요.
당장 지우는 건 결코 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단순히 현재 남아있는 파일만 보지 않습니다. 요즘 디지털 포렌식 기술은 이미 삭제된 파일의 흔적은 물론, 삭제 시점까지 정밀하게 복원해냅니다. 수사가 임박했거나 진행 중인 시점에서 황급히 삭제한다면 본인의 증거를 지우는 셈이라 . 증거인멸죄가 별죄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거인멸'이라는 별도의 가중사유가 따라붙어 양형이 오히려 크게 뛰어버립니다. 실무에서 정말 흔하게 마주치는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두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범의 시간'은 흐르고 있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죄책의 무게는 더 무거워집니다.
꼭 기억해주셔야 할 세 가지
오래 형사사건을 다뤄오면서, 비슷한 상황에서 결과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혼자 판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영상의 종류(불법촬영물/딥페이크/아청물)와 다운로드 시기, 횟수, 시청 이력에 따라 적용 법조와 양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결정할 영역이 결코 아닙니다.
둘째, 삭제·탈퇴·기기 초기화는 변호사 상담을 받기 전에는 절대 손대지 마시기 바랍니다. 거의 다 복원됩니다. 그리고 그 흔적이 양형에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셋째, 자수와 임의제출의 '시점'이 형량을 가릅니다. 적발된 후의 반성과 적발 전의 자발적 정리는 법원이 전혀 다르게 평가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자수 시점 하나로 실형과 집행유예가 갈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라면,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짐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법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정직하게 마주한 사람에게는 분명히 다른 길이 열려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은 혼자 찾기 어렵습니다. 잘못된 정보, 섣부른 결정, 인터넷에서 본 어설픈 조언 때문에 평생의 후회로 남기 전에, 먼저 차분히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형사 사건의 최일선에서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다양하게 다뤄왔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일단 꺼내놓고 들여다봐야 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익명으로라도 좋으니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처음 한 번의 상담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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