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은지 변호사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로서 유족연금을 신청하러 갔더니 공단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혼관계 판결문을 받아 오시면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법원에 사실혼관계확인 소송을 냈더니, 이번엔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당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같은 유족연금 문제인데, 왜 어떤 사람은 판결문을 받아서 해결되고, 어떤 사람은 소송 자체가 막혀버리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사실혼 배우자의 유족연금 수급 문제를 다룬 판례들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실제로 통하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단, 조건이 있습니다.
공무원연금법과 군인연금법은 모두 유족연금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법률혼 배우자와 동등하게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공무원연금법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어요. '재직 당시' 혼인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퇴직 후에 형성된 관계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서도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퇴직한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였고, 재직 중 사실혼 관계였다는 주장도 증거가 부족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오래 함께 살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먼저입니다.
2. 법률혼 배우자가 따로 있었다면 — 원칙적으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유형입니다. 상대방에게 법률혼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수십 년을 함께 산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상 배우자를 유족연금 배우자로 보호하는 취지는,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지만 혼인신고가 없어 법률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를 위한 것이다.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는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두18584 판결)
즉 상대방에게 법률혼 배우자가 살아 있는 상태였다면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았어도 연금법상 '사실혼'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약 18년간 망인과 함께 살며 자녀까지 두었습니다. 그런데 망인과 법률혼 배우자는 2002년까지 주민등록이 같은 곳에 있었고, 생활비도 꾸준히 지급됐습니다. 법원은 '법률혼이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던 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 '사실상 이혼상태'라면 달라집니다.
법률혼 배우자가 있더라도, 그 혼인이 이미 실질적으로 끝난 상태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산가정법원에서 이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망인은 법률혼 배우자와 이혼 의사를 갖고 별거하던 중 원고를 만나 1968년부터 무려 46년간 함께 살았습니다. 군인인 망인을 따라 전국을 이동하고, 망인 집안의 제사를 지내고, 전처 자녀들의 학비까지 부담했습니다. 망인은 수차례 전처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법원은 법률혼이 있었음에도 그것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원고와 망인 사이의 사실혼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군인연금법상 유족연금 수급권자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사실혼확인 소송 역시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가 '사실상 이혼상태'로 인정될까요? 판례를 종합하면, 쌍방의 이혼 의사가 사실상 합치된 상태였는지, 별거의 경위와 기간, 그 이후의 생활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단순히 '오래 별거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률혼 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됐음을 보여주는 사정들이 있어야 합니다.
4. 사실혼확인 소송을 내면 될까요? — 연금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공단에서 '사실혼 판결문을 받아 오라'고 했다면, 그게 실제로 통하는 방법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광주가정법원은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 수급 자격을 목적으로 낸 사실혼확인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공무원연금법상 급여 지급 여부를 다투려면 공단을 상대로 항고소송, 즉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을 해야 합니다. 법원에서 '우리가 사실혼이었다'는 확인판결을 받아도 그 자체가 공단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군인연금의 경우는 다릅니다. 부산가정법원 사례에서 보듯, 사실혼확인 판결이 '현재적 또는 잠재적 법적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공무원연금 목적으로 사실혼확인 소송을 낸 경우엔 각하, 군인연금 목적으로 낸 경우엔 인용.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관할 기관과 이의신청 절차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금인지에 따라 올바른 소송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5. '어떤 소송이냐'보다 '이 상황에 맞는 소송이냐'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상대방에게 법률혼 배우자가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사실혼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 공무원연금법은 '재직 당시' 사실혼 관계를 요구합니다. 퇴직 후에 형성된 관계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 공무원연금이 목적이라면 사실혼확인 소송보다 부지급처분취소 행정소송이 올바른 경로입니다. 사실혼확인 소송만으로는 각하될 수 있습니다.
▲ 군인연금의 경우엔 사실혼확인 소송이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단이 '판결문을 받아 오라'고 했다면, 그 말을 따르기 전에 어떤 연금인지, 이미 처분이 내려졌는지, 사실혼 인정에 장애가 되는 사정은 없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절차를 한 번 잘못 선택하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드는 경우가 생깁니다. 사실혼 유족연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임은지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이혼 전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 전문 변호사
✔서울가정법원 국선보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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