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재산관리에서 꼭 알아야 할 법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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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상속

노인 재산관리에서 꼭 알아야 할 법적 쟁점 

임은지 변호사

부모님 재산을 대신 관리해 주다가 갑자기 횡령죄로 고소당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혹은 반대로, 믿고 맡겼더니 재산이 사라졌다며 법적 조치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족끼리인데, 도와주다가 왜 범죄가 되는 거지?'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생각보다 엄격하게 봅니다. 특히 노인의 재산이 관련되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노인 재산관리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법적 쟁점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노인의 의사능력 문제, 변호사비 등 비용 지출의 정당성 문제, 그리고 횡령·배임의 형사 리스크입니다.


1. '어르신이 직접 시켰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산을 처분하거나 증여할 때 노인 본인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그 지시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의사능력 문제입니다.

▲ 법원이 정의하는 의사능력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행위 의미와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에 기초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그리고 이 능력은 법률행위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평소에 대화가 된다고 해서 증여나 재산 처분에 대한 의사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치매 등으로 의사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증여나 처분행위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진료기록, 신경심리검사 결과, 의사 소견서, 성년후견 개시 결정 여부 등 의료 자료를 핵심 근거로 삼습니다.

중요한 것은 입증책임입니다.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 당시 치매 진단이 있었거나 의료기록상 인지 저하가 확인된다면, 그 시기에 이루어진 재산 처분에 대한 다툼이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즉 '어르신이 직접 시켰다'는 구두 위임이 있어도, 그 시점에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위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권한 없이 재산을 처분한 것이 되는 겁니다.

2. 변호사비를 '필요한 비용'으로 썼다고 하면 — 누구를 위한 비용이었냐가 핵심입니다.

노인의 재산을 관리하다 보면 소송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 비용을 노인의 재산에서 지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임관계가 인정되면, 수임인이 위임사무 처리를 위해 지출한 필요비는 위임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무관리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본인을 위해 지출한 필요비·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비용이 노인 본인을 위한 것이었냐, 아니면 상속인 등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냐는 겁니다. 이른바 '상속 컨설팅' 명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을 노인의 재산에서 지출했다면, 그 컨설팅이 실제로는 잠재적 상속인의 상속세 절감이나 분쟁 대비를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비용은 노인 본인의 이익을 위한 필요비가 아닙니다. 이해상충 구조가 명확한 경우, 법원은 그 지출을 본인을 위한 정당한 비용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임이 인정되지 않으면 상환 청구 자체가 막히고, 더 나아가 무단 지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선의로 관리했어도 횡령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 재산 관리 과정에서 가장 무거운 리스크는 형사책임입니다. 특히 횡령과 배임이 문제됩니다.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것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합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합니다. 노인의 재산을 위임받아 관리하는 경우, 이 두 가지 모두 성립 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지위에 있게 됩니다. 다만 형사책임이 인정되려면 '불법영득의사', 즉 재물을 자기 것으로 삼겠다는 의사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합니다. 포괄적인 위임이 있었고 지출 경위를 설명할 수 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방향이 반대인 판례도 있습니다. 단체의 자금으로 대표자 개인의 형사사건 변호사비를 지출한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단체의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예외적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기준을 전제로 횡령을 인정했습니다. 노인의 재산으로 상속인 측 이익을 위한 변호사비를 지출한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선의로 도와줬는데 왜 범죄가 되냐'는 항변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선의'보다 '지출의 목적과 수혜자'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4.노인 재산관리, 시작 전에 구조를 먼저 만들어 두세요

지금까지 세 가지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첫째, 노인의 구두 지시가 있었어도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그 위임은 처음부터 무효입니다. 의료기록이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둘째, 노인의 재산에서 비용을 지출할 때는 그것이 노인 본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속인의 이익을 위한 지출은 정당한 필요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셋째, 선의라도 횡령·배임으로 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불법영득의사 입증 여부가 관건이지만, 처음부터 다툼의 여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실용적인 제안을 드리자면 노인의 재산을 관리하게 됐다면 그 당사자가 가족이든 지인이든 처음부터 위임장 작성, 지출 내역 기록, 본인 이익과 상속인 이익의 분리가 필요합니다. 사후에 '잘못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의심받지 않을 구조를 만들어 두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됐거나, 고소를 당했거나, 반대로 재산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면 빠르게 법적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임은지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이혼 전문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 전문 변호사

✔서울가정법원 국선보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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