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
『[1] 금전채권의 질권자가 민법 제353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자기채권의 범위 내에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질권자는 질권설정자의 대리인과 같은 지위에서 입질채권을 추심하여 자기채권의 변제에 충당하고 그 한도에서 질권설정자에 의한 변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므로, 위 범위 내에서는 제3채무자의 질권자에 대한 금전지급으로써 제3채무자의 질권설정자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급부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우 입질채권의 발생원인인 계약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어 입질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제3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 계약당사자인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이고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제3채무자가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을 제3자인 질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질권자가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2] 질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자기채권을 초과하여 금전을 지급받은 경우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는 제3채무자의 질권설정자에 대한 급부와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급부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3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수익자는 실질적으로 그 이익이 귀속된 주체이어야 하는데, 질권자가 초과 지급 부분을 질권설정자에게 그대로 반환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질권설정자가 실질적 이익을 받은 것이지 질권자로서는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
1. 이른바 지시삼각관계 또는 단축급부
가. 개관
급부의 목적물이 물건인 경우와 금전인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아야 합니다. 금전의 경우에는 점유가 있는 곳에 소유가 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금전이 지급된 뒤 원인행위가 무효이거나 취소, 해제되더라도 급여자에게 소유권이 회복되지 않고 따라서 부당이득만이 문제됩니다. 반면 물건의 소유권이 이전된 뒤 원인행위가 무효이거나 취소, 해제되면 물권행위의 유인성에 따라 소유권 변동의 효과 또한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어 급여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므로 부당이득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도 문제되는데,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상대방은 현재 소유권을 침해하는 자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계약상대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 물건의 소유권의 직접 이전
예) A가 B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고 이어 B가 C에게 그 부동산을 미등기전매하였는데, B의 지시에 의하여 A가 C에게 직접 그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
이는 다시 A와 B 사이에 제3자를 위한 계약이 있고 C는 단지 제3자로서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제3자를 위한 계약형)와 A, B, C 3자 사이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가 있는 경우(3자 합의형)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가관계(B와 C사이의 매매계약)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소유권 귀속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1) 제3자를 위한 계약형
낙약자의 채무는 기본관계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기본관계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의 본질적 요소가 되지만, 대가관계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립 및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가)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기본계약)이 무효인 경우
기본관계가 무효이면 제3자를 위한 계약도 무효가 되므로 C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가 됩니다.(물권행위의 유인성) 따라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나)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대가관계)이 무효인 경우
대가관계가 무효라도 제3자를 위한 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따라서 C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합니다. {대법원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체결 원인이 된 요약자와 제3자(수익자) 사이의 법률관계(이른바 대가관계)의 효력은 제3자를 위한 계약 자체는 물론 그에 기한 요약자와 낙약자 사이의 법률관계(이른바 기본관계)의 성립이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낙약자는 요약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기한 항변으로 수익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요약자도 대가관계의 부존재나 효력의 상실을 이유로 자신이 기본관계에 기하여 낙약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3다49771 판결 )}그렇다면 B는 C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해야 합니다.
다)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과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인 경우
기본관계와 대가관계가 모두 무효인 경우 제3자를 위한 계약도 당연히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C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가 되므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3자 합의형
A에게서 C로 직접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3자 합의는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 및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즉 3자 사이의 중간생략등기 합의는 최종 양도인에게서 중간자에게, 중간자에서 최종 양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데 각 아무런 장애 사유가 없는 경우에 그 이행의 편의상 최초 양도인에게서 최종 양수인 앞으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로 하는 합의입니다. 즉 순수하게 이행의 편의만을 위한 합의이고, 어느 한 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해제되면, 종된 합의인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도 그 효력을 상실합니다.
가)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
3자 합의는 무효이고, 또한 C 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게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C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입니다. 따라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3자 보호 규정이 있는 경우(예컨대 108조 2항)에는 C 명의의 등기가 실제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여 유효하다고 평가될 수 있음을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6다44860 판결)
나)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인 경우
3자 합의는 무효이고 또한 C 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C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입니다. 그런데 B는 소유권을 취득한 바 없기 때문에 C에게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B는 A를 대위하여 C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뒤 다시 A로부터 소유권을 이전 받아야 합니다.
다)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과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인 경우
3자 합의는 무효이고, 또한 C명의의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C 명의의 등기는 원인 무효의 등기입니다. 따라서 A는 C에게 소유권에 기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금전의 직접 지급
예) 위 사례에서 B의 지시에 의하여 C가 A에게 직접 매매대금을 지급한 경우
이 경우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형인지 3자 합의형인지 나누어 볼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관계(B와 C사이의 매매계약) 또는 대가관계(A와 B사이의 매매계약)에 흠결이 있는 경우 어떤 형태든지 금전의 소유권은 여전히 금전을 받은 A에게 있어 오직 부당이득 반환만이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1) B와 C사이의 매매계약(기본관계)이 무효인 경우
이 경우 C는 누구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 하는가? 급부는 C에게서 A로 이루어졌으므로 A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 C는 A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A가 C로부터 매매대금을 받은 것은 B와의 유효한 매매계약에 의한 것으로 법률상 원인이 있고, B와 C사이의 매매계약의 청산은 그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만일 C가 A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아래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B의 무자력 위험)을 제3자인 A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C는 계약상대방인 B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지 A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그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2) A와 B사이의 매매계약(대가관계)이 무효인 경우
이 경우 직접 급부를 하지 않은 B가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가? 위 2001다46730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C에게서 A로 직접 급부가 이루어짐에 따라 C의 B에 대한 급부, B의 A에 대한 급부가 각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B는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A와 B사이의 매매계약, B와 C사이의 매매계약이 모두 무효인 경우
이 경우 C는 직접 A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가? 생각건대 만일 C가 A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A가 그 계약 상대방인 B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C는 B에게, B는 A에게 각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여야지 C가 직접 A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B가 무자력인 경우에는 C가 B를 대위하여 A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질권자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유무
가. 사안
甲은 A와 사이에 甲 소유의 윤전기 2대와 기타 기계류 및 인쇄공장 건물에 관하여 화재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甲은 대출금채권자인 乙에게 기존 담보에 추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500,000,000원인 질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A는 이를 승낙 하였습니다.
이후 甲의 인쇄공장 건물에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고 한다)가 발생하여 이 사건 각 윤전기 등 기계류와 인쇄공장 건물이 소훼되었고, 甲의 대표이사 등은 A의 손해사정인에게 이 사건 각 윤전기의 가격이 부풀려진 허위의 손해사정자료를 제출 하였습니다.
A는 위 손해사정자료를 근거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보험금을 1,741,111,144원으로 결정하고, 그중 채권최고액 상당인 1,500,000,000원을 질권자인 乙에게, 나머지 241,111,144원을 피보험자인 甲에게 각 지급하였다.
乙에 위 1,500,000,000원 중 피담보채권액 상당인 1,075,000,000원은 甲에 대한 대출금채권의 변제에 충당하고 나머지 425,000,000원은 곧바로 甲에게 반환 하였습니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은 허위의 손해사정자료를 제출한 경우 甲은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가 甲의 보험금청구권 상실을 이유로 乙에 대하여도 1,500,000,000원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나.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은 ① [금전채권의 질권자가 민법 제353조 제1항, 제2항에 의하여 자기채권의 범위 내에서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질권자는 질권설정자의 대리인과 같은 지위에서 입질채권을 추심하여 자기채권의 변제에 충당하고 그 한도에서 질권설정자에 의한 변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므로, 위 범위 내에서는 제3채무자의 질권자에 대한 금전지급으로써 제3채무자의 질권설정자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급부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우 입질채권의 발생원인인 계약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어 입질채권이 부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제3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 계약당사자인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이고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제3채무자가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을 제3자인 질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질권자가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乙이 지급받은 1,500,000,000원 중 피담보채권액에 충당한 1,075,000,000원에 대한 A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를 인정하지 아니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 대법원판결은 ② [질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자기채권을 초과하여 금전을 지급받은 경우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는 제3채무자의 질권설정자에 대한 급부와 질권설정자의 질권자에 대한 급부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제3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수익자는 실질적으로 그 이익이 귀속된 주체이어야 하는데, 질권자가 초과 지급 부분을 질권설정자에게 그대로 반환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질권설정자가 실질적 이익을 받은 것이지 질권자로서는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하면서 乙이 지급받은 1,500,000,000원 중 甲에게 반환한 425,000,000원에 대한 A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인정하지 아니 하였습니다.
위 대법원판결은 질권자가 피담보채권의 변제에 충당한 부분에 관하여는 지시관계에서의 부당이득 법리를 적용되어 제3채무자가 질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위 대법원판결은 질권자가 제3채무자로부터 자기채권을 초과하여 금전을 지급받은 경우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는 지시관계에서의 부당이득 법리가 적용되지 아니하여 제3채무자가 질권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구할 수 있지만, 질권자가 초과 지급 부분을 질권설정자에게 그대로 반환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질권설정자가 실질적 이익을 받은 것이지 질권자로서는 실질적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질권자를 상대로 초과 지급 부분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위 사안에서 乙이 지급받은 1,500,000,000원 중 甲에게 425,000,000원을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면, 위 425,000,000원에 대한 A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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