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회사 임직원의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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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회사 임직원의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 

윤희창 변호사

(중기이코노미 전문가 칼럼 / 법무법인 청향 윤희창 파트너변호사)


1. 들어가며

 

우리 형법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증거인멸죄를 처벌하고 있다(제155조 제1항).

 

그런데 위 조항이 명시하고 있듯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여야 성립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범행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포함하지 않고 있는바 형사사건의 당사자 본인(A)은, 방어권을 남용하여 타인(B)에게 자신(A)의 범행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도록 요구(교사)하여 그 요구를 받은 타인(B)이 본인(A)의 증거를 인멸함에 따라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경우 그에 대한 공범(증거인멸 교사죄)이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하도급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0조의 위반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1조).

 

이와 관련하여 위 하도급법 제31조에 따라 처벌될 가능성이 있는 자가 증거를 인멸한 경우,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행위로서 증거인멸죄의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행위로서 증거인멸죄의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지가 쟁점이 된 최근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2. 기초적 사실관계

 

주식회사 A 내 X 팀의 담당 임원이던 피고인 甲과 X 팀 소속 팀장이던 피고인 乙은 상호 공모하여 피고인 乙이 피고인 甲의 교사에 따라 타인의 형사사건인 주식회사 A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 甲과 피고인 乙이 공모하여 타인의 형사사건인 주식회사 A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고 보아 해당 공소사실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양벌규정에 의한 처벌 가능성도 ‘자신’의 형사사건에 해당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60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말하는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에는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자로서 처벌받게 될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자와 행위자 아닌 법인 간의 관계는, 행위자가 저지른 법규위반 행위가 사업주의 법규위반 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도9367 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2도866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위자로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위반 행위와 관계되는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및 이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하도급법 제30조 제1항은 특정 위반 행위를 한 원사업자를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고, 동법 제3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30조의 위반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 규정의 취지는 제30조에서 정한 위와 같은 각 위반 행위를 원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행위자나 원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원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원사업자에 대한 제30조의 벌칙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0도1532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甲과 피고인 乙의 증거인멸 혐의 행위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등 피고인 甲과 피고인 乙이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들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만일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 乙의 증거인멸 혐의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나 주식회사 A에 대한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乙의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한 피고인 甲의 증거인멸 교사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4. 시사점

 

본 판례는 ‘원사업자’를 처벌하는 하도급법 제30조 및 제30조에 관하여 특별히 정한 제31조 양벌규정이 문제 된 사안이었으나, 하도급법 외에 다른 수많은 법률에서도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그러한 양벌규정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도 위와 같은 대법원의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것인데, 그렇다면 증거인멸죄의 성립 요건으로서 ‘타인의 형사사건’이라는 조건 충족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바 기업 입장에서는 수사 대응 및 처벌 규정 적용 여부 판단에 차질이 없도록 구체적인 법리 검토와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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