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개요
의뢰인은 반도체 제조용 설비 부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업계 선도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외주 도급업체 소속으로 의뢰인의 설비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A와 의뢰인 소속 직원 B, C가 의뢰인의 설비 관련 도면 등 핵심 자료를 무단으로 취득하여 경쟁업체로 이직 후 의뢰인과 동일한 설비를 제작하는 데 활용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뢰인을 대리하여 수사기관에 고소를 진행하고 형사소송에서 의견을 제출하였고, 결론적으로 피고인들에 대해 일부 유죄판결을 획득하였습니다.
전략 및 대응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여러 법리적 쟁점을 제기하면서 치열하게 다툰 사안이었습니다.
① 영업비밀 해당 여부
어떠한 자료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자료가 외부에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공지성", 비밀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비밀관리성",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그 중에서도 비밀관리성이 다투어졌으며, 저희는 피해자 회사가 거래업체와 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하고 직원들로부터도 비밀유지서약서를 징구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② 업무상배임죄 성립 여부
문제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할 경우 피고인들에 대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유출된 자료 중 일부는 외주 제작된 것이므로 의뢰인의 자산이 아니고, 일부는 이미 업계에 알려진 정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희는 의뢰인이 해당 설비를 발주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사용권한을 취득하였으며, 수십억 원의 비용과 수년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독자적으로 개발·축적한 기술 정보가 집약된 자료임을 상세히 입증하였습니다. 경쟁업체가 이 자료를 취득할 경우 단기간 내에 동일한 수준의 설비를 구축하여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소명하였습니다.
③ 고의 및 공모관계 입증
피고인들은 자료를 반출한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었고 경쟁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희는 피고인들이 재직 중에 경쟁 목적의 영업 활동을 준비하였고 피해자 회사의 자료를 그대로 유용한 정황, 퇴사 후 경쟁업체에서 피해자 회사 설계도면을 한글로 번역하여 마치 자사 자료인 양 사용한 정황 등 다수의 간접사실과 정황증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법원은 피고인 3인 전원에 대해 업무상배임죄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회사의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영업상 주요 자산을 부정한 목적으로 반출하는 업무상배임 행위는 "회사에 추산하기 어려운 경제적 피해와 위험을 야기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유형의 범죄"라고 명시하며 엄중하게 평가하였습니다.
한편, 법원은 영업비밀 누설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피해자 회사의 비밀관리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이는 기업이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관리 체계를 철저히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판단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핵심 인력의 이직이나 외주 거래 과정에서 기술 유출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산업기술 침해 사안으로, 특히 외주업체 직원에게까지 배임 책임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아울러 법원이 영업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부분은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영업비밀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문서의 비밀 표시, 접근 권한 통제, 반출 관리대장 운영, 외부 반출 시 확인 절차 등 실질적인 비밀 관리 체계를 사전에 충분히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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