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을 넘어, 고인의 생전 삶을 정리하는 복잡하고도 민감한 절차입니다. 특히 고령의 부모님이 생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했는데 과정에 의구심이 든다면, 상속인들은 막막함과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어머니의 부동산을 매수한 제3자가 상속인들에게 제기한 명도청구를 방어하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하여 인정받은 사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상속 부동산과 관련한 권리분쟁으로 고민중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사건의 경위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녀인 의뢰인은 상속재산을 정리하던 중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인께서 돌아가신 후 그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수년 전 일면식이 없는 피고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있던 것입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고인이 돌아가시자 피고는 현재 그 아파트에 거주 중이던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내가 주인이니 당장 집을 비우라'면서 명도소송까지 제기하였던 것입니다.
상속인들은 고인의 아파트를 되찾기 위해 저를 통해 (1) 피고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소송, (2) 매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등기의 추정력
1. 등기의 추정력이란?
아파트의 등기부에는 고인이 피고에게 아파트를 매도했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며, 피고는 고인으로부터 8,000만원에 아파트를 매수했다며 매매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만 적힌 것이 아니고, '등기의 추정력'에 의해 소유자로 추정받습니다.
등기의 추정력이란 어떤 부동산에 대해 등기가 되어 있다면, 그 등기가 표상하는 권리 관계가 실제로도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법적 효력입니다. 등기의 추정력때문에 피고는 소유권자로 강하게 추정되므로, 피고가 소유권자가 아니라는 점을 의뢰인이 구체적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등기명의자는 제3자뿐 아니라 그 전 소유자에 대하여도 적법한 등기원인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다투는 측에서 그 무효사유를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 부동산등기는 현재의 진실한 권리상태를 공시하면 그에 이른 과정이나 태양을 그대로 반영하지 아니하였어도 유효한 것으로서, 등기명의자가 부동산을 등기기록에 기재된 등기원인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취득하였다고 하면서 등기원인행위의 태양이나 과정을 다소 다르게 주장한다고 하여 그 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이를 다투는 측에서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전 등기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져서 무효라는 것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60551 판결
2. 등기의 추정력과 관련한 쟁점
이 사건과 같이 어떤 등기가 무효임을 주장하여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한 입증자료가 필요합니다.
의사능력의 결여 : 매매 당시 고인이 치매나 고령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서류위조 : 인감증명서, 매매계약서 등 등기관련 서류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작되었음을 밝혀야 합니다.
허위의 의사표시 : 등기원인으로 '매매'가 기재되어 있다면, 실제로 돈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허위의 매매계약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매매당시 고인이 80세가 넘는 고령이었고,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등을 들어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판례의 법리상 등기의 추정력은 매우 강한 법적 효력이기 때문에, 단순히 '의심스럽다'는 사정으로는 등기의 추정력을 깨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청구 - 매매대금 반환
민사소송을 할 때 하나의 방향에만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른 대안도 생각해야 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모든 주장을 해봐야 하는데, 실무상 '주위적 청구'와 함께 '예비적 청구'를 함께 제기합니다. 전쟁에서 1차 방어선이 뚫리더라도 2차 방어선에서 적을 막아내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과 같습니다.
1. 주위적 청구 -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이 사건에서 주된 주장은 '고인과 피고의 매매계약은 허위이거나 무효이니, 집 명의를 다시 상속인인 의뢰인에게 돌려놓으라."는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입니다. 의뢰인의 최종목표는 부동산의 소유권 자체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예비적 청구 - 매매대금 반환청구
만약 법원이 '등기의 추정력 때문에 소유권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아 주위적 청구를 기각한다면, 차선책으로 "실제로 피고가 고인에게 집값을 줬는지 확인해보고, 주지 않은 집값(매매대금)을 의뢰인에게 지급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매매계약의 경위상, 피고가 매매대금 8,000만원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치밀하게 파고 들기 위해 예비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피고 주장 반박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함께 제기하자, 피고는 자신이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했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 증거를 제출했습니다.
고인에게 빌려준 1,600만원으로 매매대금 지급을 갈음했다.
피고는 고인에게 수시로 돈을 빌려주었으며, 빌려준 1,600만원으로 매매대금을 치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본 변호인이 해당 대여금의 구체적인 일시, 송금내역 등 대여경위에 대해 석명하라고 압박하자, 피고는 제대로 된 입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습니다. 입증되지 않은 대여금은 법원에서 인정될 수 없습니다.
2. 이 사건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피고는 자신이 고인을 요양하고 생활비를 빌려주는 등의 대가로 고인이 아파트를 자신에게 증여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피고가 고인으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하였다는 등기상 내용에 어긋나므로 '등기의 추정력'에 의해 허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매매대금을 자신이 지급하였다는 피고 자신의 주장과도 상치된다는 점을 반박하였습니다.
판결 선고
재판부는 저의 예비적 주장(매매대금 반환청구)을 받아들여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등기의 추정력으로 피고의 소유권 자체를 말소시키는 것은 실패했으나, 이를 대비하여 예비적 청구를 준비하여 매매대금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자가 피고이므로 의뢰인은 본래 이 사건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없는데, 예비적 청구가 인정되어 피고가 매매대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의뢰인이 여전히 이 사건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법적 용어로 '동시이행항변'이라 하는데, 쉽게 말해 '너의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나도 내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 있는 권리입니다. 피고가 미지급한 매매대금을 지급하기 전에는 의뢰인도 아파트에서 퇴거하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만약 예비적 청구와 동시이행항변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의뢰인은 매매대금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아파트에서 살던 기간 동안 차임 상당액에 해당하는 거액의 돈을 피고에게 물어주고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었습니다. 의뢰인들은 주거의 안정성과 매매대금 확보, 부당이득 반환의무 면제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 소송은 단순히 법전의 문구를 해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주장을 고안하고, 상대방이 제출한 주장과 증거자료에서 모순점을 찾아내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무모하게 주위적 청구에 집중하기 보다는,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예비적 청구에 집중하여 의뢰인에게 주거의 안정과 매매대금 확보라는 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가져다 드릴 수 있었습니다.
상속재산 관련 분쟁으로 고민중인 분들이 있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700건이 넘는 소송사건을 수행한 경험과 노하우로 여러분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 드리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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