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가사법 전문 서수민 변호사입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많은 의뢰인들의 혼란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약혼'과 '사실혼'의 경계입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관계 종료 시 발생하는 법적 파급력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오늘은 그 법리적 근거와 판례의 태도를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약혼 해제란?
"우리나라 정서상 약혼..? 서양에서나 약혼식을 올리지 않나요?"
네, 많은 분들께서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약혼은 장래 혼인을 성립시키려는 합의입니다. 우리 민법 제804조는 성병, 불치의 정신병(제3호), 타인과의 간음(제5호) 등 약혼 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제806조는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손해배상은 주로 결혼식장 위약금 같은 '재산상 손해'와 파혼으로 인한 '정신적 위자료'에 한정됩니다.
약혼 예물은 혼인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로 보아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지만, 공동재산의 형성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허용되지 않습니다.
민법에서 살펴보는 약혼해제
당사자 한쪽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
1.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2. 약혼 후 성년후견개시나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
3. 성병, 불치의 정신병, 그 밖의 불치의 병질(病疾)이 있는 경우
4.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이나 혼인을 한 경우
5.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姦淫)한 경우
6. 약혼 후 1년 이상 생사(生死)가 불명한 경우
7.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늦추는 경우
8.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전문개정 2011. 3. 7.]
①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③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양도 또는 승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이미 그 배상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거나 소를 제기한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실혼 해소란?
반면 사실혼은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만 결여되었을 뿐, 주관적 혼인의사와 객관적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모두 갖춘 상태입니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가 파탄 난 경우, 법률혼 이혼 시 적용되는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를 유추 적용합니다. 이는 혼인 생활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고 분배하는 것이 실질적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①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본조신설 1990. 1. 13.]
판례의 입장
대법원은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으로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으면서도, 그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사실혼관계에 있어서도 부부는 민법 제826조 제1항 소정의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혼인생활을 함에 있어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애정과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생활의 유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인바, 사실혼 배우자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 부양,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한 경우에는 그 배우자는 악의의 유기에 의하여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것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판상 이혼원인에 상당하는 귀책사유 있음이 밝혀지지 아니하는 한 원칙적으로 사실혼관계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어 서울가정법원은 약 28개월간 동거하며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한 사례에서, 이를 단순 약혼이 아닌 '사실혼'으로 판시했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드단730** 등). 또한 제주지방법원 판례(20**드단11***)는 사실혼 기간이 6개월로 짧더라도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생활을 했다면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실질'이 어디에 닿아 있느냐를 법원이 엄격히 심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론
약혼해제와 사실혼해소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존부입니다.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은 관계 종료 후 2년 내에 행사해야 하며, 동거 기간 중 본인의 기여도를 입증하는 것이 승소의 핵심입니다.
부당한 관계 단절로 고통받고 계신다면, 현재 본인의 관계가 어느 단계에 해당하며 어떠한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면밀히 검토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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