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 기망당하여 제3자에게 송금한 금원은 제3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면 반환받지 못함
1. 사안의 쟁점
피해자 A가 B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C 명의 계좌에 금원을 송금한 경우 C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이 있습니다.
① A는 B에게 속아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C로부터 매수하기로 하면서 C 명의 계좌로 주식매수대금 명목의 돈을 송금하였습니다.
② C는 A로부터 입금된 돈에 대해 일부는 B에게 미술작품을 판매한 대금으로 받은 것이었고, 일부는 B의 요청에 따라 B가 지정하는 계좌에 다시 송금을 하였습니다.
위 ②와 관련하여서는 C가 중간전달자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이익이 귀속된 바가 없으므로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위 ①과 관련하여서는 C에게 실제로 이익이 귀속되었으므로, C에게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성립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었고, C의 주장대로 B에게 미술작품을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받은 돈이라면 단축급부로 정당한 금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원심은 이에 대한 심리 판단을 하지 않고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있는 돈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원심이 부당이득반환에서의 법률상 원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
[대법원 2025. 7. 16. 선고 2022다277*** 판결 부당이득반환]
가.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므로,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53740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32557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소외 1이 피해자인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편취한 다음 그중 일부를 자신의 피고에 대한 미술작품 대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소외 1과 피고 사이에 미술작품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그 매매대금 액수가 얼마인지, 원고가 피고에게 송금한 금원 중 미술작품 매매대금으로 변제된 금원이 얼마인지 등을 심리한 다음, 그 금원에 대하여는 피고에게 그것이 편취된 돈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 법률상 원인의 존부에 관하여 판단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관한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송금은 피고에 대한 급부로 평가될 뿐이므로 앞서 본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5,000만 원 부분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당이득반환에서의 법률상 원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결론
보통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피해자는 자신을 속인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제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망한 사람은 이미 자기 명의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자력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로 인해 계좌 명의인을 상대로 사기고소를 하거나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고려하게 됩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하는 바와 같이 계좌명의인이 위 피해자가 보낸 돈이 편취된 돈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면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인정될 수 있으나, 계좌명의인이 다른 법률상 원인으로 받게 된 돈이었다면 이를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떤 거래로 돈을 보낼 때는 알지 못하는 제3자 명의의 계좌로 돈을 보내지 말고 제3자도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돈을 받지 말아야겠지만,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였다면 피해자는 제3자의 악의나 중과실을 입증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제3자의 경우에는 편취사실에 대해 관련이 없다는 점에 대해 적극 다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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